1,000명이 함께 착한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요?
정원각 지음 / 376쪽 / 20,000원 / 북돋움coop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취약계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 지역공동체 재생과 지역순환경제 문제, 국민 삶의 질과 사회갈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정부와 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스스로 떠맡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윤활유 같은 일을 하는 곳, 그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입니다. 요즘은 ‘사회연대경제’라고도 부릅니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자활기업,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법인, 심지어는 주식회사 형태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앞서 말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와 영업활동 수익 기준, 수익 배분 및 재투자와 관련하여 운영상의 일정한 제약을 갖게 됩니다. 정부도 이러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1,000명이 함께 착한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요?』는 사회적경제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책 제목이 독특해 호기심이 생겨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좀 놀랐지요. 유사한 책들을 몇 차례 읽어보았지만 그때마다 건조하고 밋밋하여 실망을 했었는데 이 책은 달랐습니다.
책을 쓴 저자 정원각은 진주아이쿱생협 창립과 연구소 사무국장, 중간지원조직에 금융기업경영자까지 사회적 경제의 한복판에서 활동해 온,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할 31개 기업을 선정할 때 정부지원보다는 가능한 한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면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기후위기 대응, 지역 소멸 대안, 청년 및 지역 자산화, 혁신 등의 키워드에 맞는 5~6개 정도씩을 골고루 정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취재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회적경제기업 각각의 역사,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의 핵심 문제 및 해결 과정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당면한 과제 및 비판적 대안까지 사회적경제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가진 정책가의 시각으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정된 개개 사회적경제 기업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파악되고 내용도 매우 알차서 사회적경제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책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건 소멸 위기의 마을 주민이 조합원 및 투자자가 되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며 배당금을 받아 지역재생에 성공한 안좌도신재생에너지주민·군협동조합, 생리대가 없는 취약층 청소년에게 면생리대를 제공하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등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부딪힌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아직 부족한 게 무엇이고 그들이나 정부, 사회연대경제 네트워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려면 사회적경제가 더욱 커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낍니다. 사회연대경제 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 그리고 경제·사회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유종오_회계사, 『절세 상식사전』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