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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항아리 Apr 26. 2025

카지노 게임 Hopes

출근길, 조수석에 앉은 아들은 늘 카지노 게임을 들려준다. 경쾌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 노래가 흥겹게 흘러나온다. 아이는 무릎 위에 핸드폰을 쥔 고운 두 손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피아노를 치는 기다랗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가끔씩 신중하게 움직이며 선곡을 한다. 엄마와 달리 카지노 게임 감상을 스스로 할 줄 아는, 케이팝은 전혀 모르는 녀석이다. 그렇다고 팝송을 아느냐? 모른다. 영어를 모르니 그저 감으로 리듬이 좋으면 택한다. 가수의 목소리도 주의 깊게 살핀다. 제목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래도 조금 알아가고 있다. 멋진 영어실력이다. ‘음알못’, ‘영알못’ 엄마보다 낫다. 리듬감이 최고다.


오늘도 디스코 카지노 게임과 같은 빠른 카지노 게임을 틀어준다. 왜 갈수록 소리가 더 커지는지 모르겠다. 어제 퇴근길에도 틀었다. 엊그제는 카지노 게임을 틀길래 집에 가는 길에 빠른 카지노 게임을 들으니 열심히 집에 가서도 일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니 느린 카지노 게임을 선곡해 줬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내가 아는 카지노 게임도 틀어준다.) 그 말이 아침에는 빠른 카지노 게임이 좋다는 말인 줄 알았나 보다. 엄청 크게 튼다.


영 거슬린다.


나는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오감이 발달하며 많이 예민하단다, 아침에도 정말 정신이 없단다, 아들아. 신들린듯한 네 카지노 게임에 취하는 것 같다.


남편이 운전할 때면 자동차 스피커를 통해 빵빵하게 카지노 게임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차 안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튀어 다니고, 앞과 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내가 운전을 할 때엔 적막강산을 원한다. 나는 그래야 운전에 집중이 된다고, 아들! 청소년 어린이의 힘찬 카지노 게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 퇴근길에는 “카지노 게임 Hopes ”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심장이 널뛰기를 하는 줄 알았다. ‘hope’가 아니라 깡충깡충 뛰는 ‘hop’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신나게 뛰면서 부를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이었다. ‘홉스’가 뛰는 ‘홉’인지 희망을 말하는 ‘홉’인지 노래를 들으며 논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들으며 감으로 나는 뛰는 것 같다고 했고 복이는 희망이라고 했다.


날뛰는 카지노 게임이 조용해지기를 희망한다. 복아, 네 귀가 빨리 나으면 좋겠다. 아이는 아직 중이염 항생제를 먹고 있다. 고막이 터질까 봐 헤드셋도 못하고 노래는 듣고 싶고, 그걸 내가 깜빡하고 있었다. 글을 안 썼으면 모를 뻔했다. 오늘 집에 갈 땐 아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까?


어제 복이가 사진을 찍어준 교차로에 또 섰다. 복이의 얼굴을 보았다. 여드름 가득한 얼굴을 보며 어제 아이가 찍어준 흐리멍덩한 사진이 생각나 씩 웃었다. 복이도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왜 웃냐고 묻는다.

“네가 멋져서. ”

또 씩 웃으며 좋단다.

중학생 아이의 웃는 모습은 예쁘다. 평소 근엄한 얼굴, 차가운 얼굴, 세상 근심은 다 짊어진 것 같은 얼굴, 피곤을 덕지덕지 붙인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아들 얼굴에 생기가 돈다. 내가 웃으니 아이도 웃으면서 답한다. 그거면 된다. 네가 웃었다. 예뻐도 멋지다고 자주 얘기해 줘야겠다.


복아, 아들아. 너의 웃음을 기억하며,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네 카지노 게임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 Hopes 를 스스로 들어보는 엄마라니.

그러나 여전히 낮에 들어봐도 적응이 안 된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볼게.

큰 희망.

네 커다란 희망을 더불어 응원해.

카지노 게임 Hopes.






그런데 아들 네 꿈은 뭐야?

이제는 물어보기 쑥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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