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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항아리 May 01. 2025

카지노 쿠폰 서투른 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중2 아이와 음악적 소통

출발과 함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복이의 음악은 이제 조수석에 고정되었다. 아침이 활기차다. 퇴근길도 역시나 활기가 넘친다.


첫 번째 음악,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물어도 물어도 제목 생각이 안 난다. 메모해 달라고는 못하겠고, 또 물어보기도 힘들고 어쩐다. ‘비’로 시작하는데, ‘비비디바비디부’만 입 속에서 맴돈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의지의 한국 아줌마. 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들으니 모르는 말도 입에서 튀어나오더라는! 어느 날 아침 복이가 또 ‘비’로 시작하는 신나는 음악을 틀었을 때 생각이 났다! 나는 역시 똑똑하다!

“비바라비다 맞아? ”

“응 왜?”

“제목이 생각 안 나서 고생했지.”

피식 웃는 복이. ‘비바 라 비다’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이란다.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썰매를 끌 때 나는 종소리가 나. ”

“맞아 예루살렘이 가사에도 나와. ”



두 번째 곡이 흘러나온다. 나는 전날 유튜브로 공부한 걸 자랑한다.

“하이 홉스 뮤직비디오를 봤다! 정장 빼입고 고층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더라? 스파이더맨도 아닌데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더라고. 한번 봐봐. ”

“그래?”

끝이다. 아주 짧다. 그래도 당장 찾아서 볼 것만 같은 긍정적인 힘이 느껴지는 대답이다.



메모리즈를 들으며

“외쳐 부르지 않는데 소리치며 감정을 흔들며 부르는 느낌이 들어. ”

가삿말은 몰라도 느껴지는 대로 말했다.

“당연하지 애도의 노래니까. ”

말 수 적은 복이가 꽤 긴 말을 했다. 오~~

카지노 쿠폰 대화는 대충 그렇게 짤막하게 끝난다.


처음에는 그게 좀 많이 어색했다. 아들의 대화법은 ‘네, 그래, 응’ 등으로 아주 끝장이 난다. 나랑 대화하기 싫은가? 나한테 반감이 많은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누는 짧은 대화가 쌓이고 있다. 카지노 쿠폰 호감도가 천천히 높아진다.


아들의 덕분에 나는 중학생이 듣는 팝송을 찾아보고 카지노 쿠폰. 그래도 나는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른다.


차창 밖으로 이승환 콘서트 깃발이 보인다. 아들에게 이승환을 아냐고 물었다. 어떤 날은 가수 박정현을 아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백이면 백 모른다고 한다. 자기 세대 가수도 모르는 아이가 엄마 세대 가수를 알 리가 없다.

“이승환 아저씨 아니야? ”

“그래 맞다. 이승환 아저씨다. 이 녀석아.”


삐거덕삐거덕 거리지만 말이 오고 간다는 게 중요하다.

카지노 쿠폰 사이에 말만 오가는 건 아니다.


평소 말이 없는 아이가 음악으로 나에게 말을 건다. 애초에 우리가 입으로 건네는 ‘말소리’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아이와 등굣길 차 안에서 우리의 말로 많은 소리를 주고받고 싶지만, 아이가 들려주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그저 조용히 감상했다. 아이는 음악으로,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이는 가사와 리듬으로 감성을 전한다.


복이가 엄마와 그 노래를 꼭 공유하고 싶은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귀가 아파서 헤드셋을 못 끼니 나에게 어쩌다 들린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운 좋게도 아이의 소리를 듣고 있다.


음악은 매일 비슷하다. 신나는 팝송 몇 곡이 흐르고 나면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피아노 곡이 나오기도 하고 재즈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재즈 탱고 피아노 곡이 나온다. 천천히 시작해서 급 진전되는 피아노 탱고는 정말 가슴이 들썩거린다. 중학생 복이가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한다. 아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 건 호강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 노래 가사 ‘미친 포 유’라고 자꾸 들려.”

뒤에 탄 복실이도 그렇게 들린다고 했다.

반복되는 ‘미친 포 유’ 때문에 나도 복실이도 웃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복이도 웃으며 “웨이팅 포 러브야.”라고 했다.

‘그래 사랑을 카지노 쿠폰할 나이지. 암.’




우리 둘째 복이는 네 명의 아이들 중 가장 어려운 아이다. 형과 동생들 사이에 끼어 엄마의 사랑을 담뿍 받아본 경험이 없는 둘째. 아이는 어려서부터 뭐든 혼자 척척 해냈다. 젓가락질도, 혼자 씻기도, 걷기 독립도, 잠자리 독립도, 심지어 공부까지도 엄마 손이 안 가게 스스로 알아서 했다. 그런 아이는 말수가 적고 조금은 차갑게 컸다. 마치 엄마의 사랑이 모자라 그런 것처럼. 요즘은 매일 조수석을 차지한 아이와 두런두런 짧은 대화를 한다.


아이는 늘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시끄럽다고, 끄라고 아이에게 얼마나 말을 했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만약 정말 음악이나 노래가 아이의 언어라면, 그동안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음악을 매개로 카지노 쿠폰 서투른 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영알못, 음알못 엄마도 귀 기울이면 들린다. 아이의 소리가 힘차게 울린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감사하다. 우리가 소통하는 음악이라는 통로가 생겨 다행이다.





그런데 '미친포유'라고 들리던, 'waiting for love' 를 반복적으로 외쳐대던 그 노래는 무슨 노래일까 궁금하다. 제목을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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