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박스로 산다. 박스의 매력에 빠진 지 몇 달째. 택배가 도착하면 바로 삶아 데쳐 한 끼 된장국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쟁여둔다.
그랬어야 했는데 어디 사람 사는 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마지막에 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오자마자 바로 김치 냉장고로 들어갔다. 김장배추가 들어가는 제일 큰 칸이 휑하게 비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김치 냉장고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신선하게 먹으면 좋지 뭐. ’ 그런데 빨리 먹어야 좋은 거지, 박스 속 4킬로그램의 얼갈이를 대체 언제 다 먹을 것인가. 더구나 얼갈이는 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고 있는 식재료다. 과연 얼갈이 된장국을 끓여 먹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손이 많이 가니 아침 국으로 매력이 꽝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소비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단풍이 들었다. 곱고 고운 노란빛 단풍이었다. 냉장고 안에 가을바람이 부는가 보다. 된장국을 끓일 때면 노란 겉장을 하나 둘 벗기고 삶았다. 시간이 흐르며 노란 잎이 늘어만 갔다. ‘빨리 먹어야겠다. 이제라도 삶아서 냉동에 넣을까? ‘ 주말을 맞아 큰 냄비에 끓이기로 했다. 얼갈이 한꺼번에 많이 먹는 방법은 없나?
주말을 맞아 얼갈이를 배추를 한꺼번에 많이 삶아 먹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손질한다. 노란 잎 한 장, 두 장, 세 장 떼어 버리니 아주 날씬하다. 먹는 것보다 버리는 잎이 양이 많아 보이는 건 왜일까. 이제 삶아볼까. 그런데 삶을 수가 없다. 얼갈이를 미리 데쳐둬야 했는데...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철두철미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이없는 주방.
큰 냄비 하나엔 뼈다귀가 끓고 있다. 큰 냄비 또 하나엔 사태가 끓고 있다. 어쩌지... 얼갈이를 작은 냄비에 데칠까? 말까? 고민하다 배추를 다시 물에 풍덩 넣어 깨끗이 몇 번 더 헹궈 씻었다. 꼭 데쳐서 먹으라는 법이 있을까. 귀찮은데 그냥 넣자. 개수대 한쪽 바닥은 치우지 않은 얼갈이 노란 잎이 수놓고 있다. 음식 쓰레기봉투도 없다. 하!
소잡뼈는 냉동으로 사 왔다. 사태만 넣으면 국물 맛이 안 날까 봐 집어왔다. 지난밤 핏물을 빼려고 찬물에 넣어 냉장에 넣어놨다. 중간에 물을 한 번씩 바꿔주라는데 잠자면서 그게 될 리가 없다. 찬물은 아침에 한꺼번에 쫄쫄쫄 따라 버렸다. 사태도 찬물에 잠시 담갔다가 애벌로 삶고 푹 삶고 있다. 둘이 합치면 하나가 되는데 양이 많으니 넘친다. 어쩔 수 없이 가스레인지 큰 불 두 개를 차지한 고기국물들. 마늘, 생강, 파를 넣고 계속 끓인다. 시간을 들여하는 일이라 시간이 많아 주체할 수 없을 때 남아도는 시간을 이용해 끓여야 한다.
잘 삶아진 사태를 결이 보이게 손으로 잘 찢어야 하는데 귀찮다. 집게를 들고 가위로 숭덩숭덩 잘랐다. 뼈다귀 국물을 첨가하고 제일 커다란 냄비에 본격적으로 얼갈이배추 고깃국을 끓인다. 생생한 얼갈이를 모두 투하했다. 얼갈이가 냄비 산을 만들었다. 냄비에 다 잠길까 걱정했는데 잠시 후 푹 숨이 죽더니 국물과 동화되었다. 다행이다. 파 많이,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후춧가루 넣고 푹 끓인다. 냉동실에 쟁여둔 양송이버섯 한 봉 가져와 톡 털어 넣었다. 부글부글 끓였다. 아침 6시 부터 4 시간을 푹 끓여낸 엄마 손맛 국밥이다. 일요일 삼시세끼 국밥에 밥 말아먹었다.
“엄마 엄청 맛있다. 이거 이름이 뭐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소고기된장국? ”
귀차니즘 엄마도 할 수 있다. 푹 끓이기만 하면 되니 일요일 처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때 가끔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다음에 또 해줄게. ’
잡뼈를 삶은 물을 첨가했더니 국물 맛이 진하고 좋았다. 대신 으스러진 뼈 조각이 가끔 발견되었다. 다음번엔 사태만 넣고 만들어 봐야겠다. 애용하는 사골국물 하나 넣어도 좋을 듯하다.(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