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 86번째 글
복실이가
내 이불을 펴기 위해 낑낑거린다.
접어야 하는데 편다.
우선은 펴야 접을 수 있다.
아이에게는 그것이 규칙이다.
큰 것과 정전기가 나는 것 중
무엇을 고를까.
복실이는 큰 것을 골랐다.
바닥 이불은 정전기가 통한다.
복실이에게는 큰 고통이었나 보다.
그래서 얇고 가볍고 작은 깔개를 놔두고
굳이 두툼하고 무겁고 커다란
엄마의 이불을 골랐다.
그리고 엄마의 이불과 씨름 중이다.
복실아 오늘은 비가 와.
습한 날에는 정전기가 덜해.
한 번 개 봐.
가뿐하게 깔개를 갠다.
또 하나의 깔개를 갠다.
무거운 삶의 무게와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 중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골라야 할까.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으면 하고 바라지만
삶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봄날의 붉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만나
신기함에 사진기를 들이댔다.
봄부터 가을까지
늘 붉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홍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란다.
품종개량으로 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품종개량..으로 어찌
삶의 무게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까.
비가 오는 날에는
장롱 문을 닫고 출근한다.
촉촉한 봄비가 작은 방울이 되어
온 세상에 퍼진다.
내리는 작은 빗방울에 기대어
시린 봄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아 본다.
<이부자리는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