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과 자유로운 상상의 그 어디쯤에서
이른 아침에 밭에 나왔더니,밭작물이 자라고 있는 땅이 아침 이슬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어.
그런데 마늘이 자라고 있는 밭에 여기저기 카지노 게임들이 올라오고 있더라.
사실 카지노 게임도 하나하나 이름이 다 있는데,우리는 그것들을 뭉뚱그려‘카지노 게임’라고 불러.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그냥 두면 금세 무성해져서
내가 기르는 작물이 자랄 자리를 빼앗아 버리기에
이름을 불러주기보다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되는 거지.
밭작물을 기르면서 카지노 게임를 보며 느낀 점이 있어.
첫째는,카지노 게임는 스스로 자란다는 것.
둘째는,생명력이 정말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그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결국에는
밭작물을 잠식하고 말살시킨다는 거야.
이런 특성은 인터넷에서 키보드 몇 번만 두드려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들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보니,느낌이 전혀 다르더라.
카지노 게임를 제거하려고 보면,뿌리가 무척 길고 많아.
조금만 자리를 잡아도 손으로는 잘 뽑히지 않고,
결국 호미나 낫을 들고 나서야 겨우 제거할 수 있을 정도가 돼.
그런데 카지노 게임 제거 시기를 놓치면,밭작물은 비실비실해지거나
아예 죽어버리기도 해.
그래서 애써 심은 작물과 함께 카지노 게임를 한꺼번에 뽑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
그럴 때 엄마는 카지노 게임 사이에 끼어 있는 밭작물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는데,
그 순간 문득,카지노 게임가 마치‘잡생각’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밭작물은 원래 내가 키우려 했던 생각이고,
카지노 게임는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커져버린,
머릿속 잡생각 같단 말이지.
엄마가 어릴 땐,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괜히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 졌고,
지금은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가
어느새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있어. 심지어
SNS속 남들이 모두 잘 나가는 것 같아 괜히 초조해하고 있을 때가 많았어.
이런 카지노 게임 같은 생각들이
정작 엄마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타이밍을 자꾸 놓치게 만들더라.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모든 생각이 다 카지노 게임는 아니더라.
가끔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 하나가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해.
잡생각처럼 보였지만,알고 보니
그건 자유로운 상상의 씨앗이었던 거지.
마치 밭에 여기저기 피어 있던 카지노 게임들을
깨진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예쁜 꽃작물이 되었던 것처럼.
자유로운 상상은 고요한 들판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엄마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게도 해주더라.
그래서 나는 요즘,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나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카지노 게임인지,
아니면 나를 더 멀리 데려가는 상상의 씨앗인지
잠깐이라도 들여다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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