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_대한민국 편 #15
36.
하늘에서 몽글몽글 내리는 눈발이 사방으로 흩어지던 어느 날, 조함장은 이박사와 다른 승무원 두 명과 함께 지상족 마을을 나서땅굴족 본거지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겨울, 어쩌면 지하세계가 지내기 더 편할지도 몰랐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 지상족 젊은이들을 재촉하며가던길이 장가들기 위한 혼삿길로 바뀌었다.한결 편해진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그들은 해가 막 떨어질무렵목적지에도착하였다.그곳에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 보였던 뼈무덤이말끔하게 정리되었고, 그 위에 죽은 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제 완전히 평화의 길로 접어드는 듯한안도감이 느껴졌다. 조함장 일행이 땅굴족의 지하세계에 들어서자 짝귀와 그의 아내 그리고 땅굴족 사람들이 입구에 기다리고 있다가열렬하게환영해 주었다.
결혼식날 짝귀의 처제 화영은 예쁘게 꽃단장하고 금붙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붉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조함장에게는 역시 금붙이가 반짝이는 파란 옷이 입혀졌다. 신랑 신부가 나란히 서니 파란색과 붉은색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게 잘 어울렸다. 신랑신부가 서로 마주 보고 섰을 때, 조함장이 신부의 얼굴을 살피니부끄러운 듯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아주예쁘게 보였다. 조함장은그 모습을 보고 흡족한 듯 미소 지었다. 이후 땅굴족의 풍습에 맞춰 혼례가 진행되었고, 신랑신부가 나란히 광장을 돌며 사람들로부터 축복받는것으로 혼례식이 끝났다. 그리고는 사흘간의 마을잔치가 열렸다. 두사람의 결합으로 지하세계에태평성대가이어지길 기원하며 모두들 먹고 마시며 즐겼다.
그날밤 조함장은 다시 첫날밤을 맞았다. 비록평화를 담보로 한 정략결혼이었지만, 한 달 새 두 번의 결혼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일이었다. 어쨌든 자기는 그렇다 쳐도상대방 신부는 평생 처음 맞는 첫날밤이온라인 카지노 게임. 신부의 나이 이제 스물넷. 그동안 고이 간직해 온 순수한 몸과 마음을 남자와 나누는 밤. 더없이 소중하고 긴장되는 시간일 것이었다. 조함장도 그것을 알기에 자기 생각만 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조심하며신부를 배려해야만 했다. 한편으로는신부가땅굴족 최고의 미녀라는말에은근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연유로 조함장은 지상족 마을에 두고 온 라일라는 까맣게 잊은 채땅굴족신부 화영과 잠자리에 들었다.
조함장이 그녀의 겉옷을 조심스럽게벗겼다. 그의 손길이 스치자 그녀는움찔하며두 눈을 꼭 감았다. 벽에 걸린 횃불이일렁이며그녀의 얼굴을붉게 물들이고있었다. 조함장은똑바로 누운 그녀의 속옷 끈을 풀고 앞섶을 열었다. 긴장한 그녀는 손에 힘을 꼭 주었다.그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그의 입에서'헉' 하고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건 분명 탄성이 아닌 탄식이었다. 그가그녀의 앞섶을 열었을 때 눈에 보이는 건그가 기대했던 뽀얀 젖무덤이 아니었다. 털, 바로 털이었다. 가슴을 덮고 있는 털.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던 것이다.여자 가슴에 웬 털이 그다지도 많단 말인가? 땅굴족이 몸에 털이 많은 종족임을 그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자의 몸에도 그렇게 털이 많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물론 남자보다는 훨씬 짧고 보드라운 것 같았지만, 전혀낯선 모습에순순히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조함장은 신부의몸을 더듬으며 더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다 마찬가지였다. '하!'탄식 섞인 신음이 조함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조함장이보기에신부의 몸이 마치 털이 북실한곰인형 같았다. 그는지상족마을에 두고 온 라일라의매끈하고 탄력 있는몸이 떠올랐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되어야지 싶었다. 신부의 몸을 더듬던 조함장의손길이주춤해지자신부가 눈을 뜨고 신랑의 기색을 살폈다. 직감적으로 알았을까? 신랑이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그녀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렀다.수치스러웠다. 그래도 미녀라는 칭찬을 듣고 살아왔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당장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없는 일. 돌아누워 숨죽이고 울음을 삼켰다. 그런 신부의 심경을 눈치챈 조함장은 아차 싶었다. 신부 입장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자신이 경솔했던 것이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역시 곰인형을 안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꼭 끌어안았다.
다음날 이한나 박사가 조함장을 찾았다. 그리고 전날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짝귀의 아내가 첫날밤을 치른 동생이 슬퍼하더라며 사유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했다. 조함장은 여자인 이박사에게 말하기가 곤란하였지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솔직하게 말했다. 신체적이나 문화적인 차이는 알겠지만 여자의 몸에 털이 많은 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했다. 그 말을 들은 이박사는 그런 이유였냐며 깔깔 웃었다. 그러고나서자기가 잘 말해서 이해시키겠다고 하였다.이박사가 가고 나서조함장은고개를 갸웃했다. 신부 측은 그렇게 이해를 시키더라도 자기가 기분이 내키지 않는데 어떡하라고싶었다. 조함장이 보기에 해결될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이박사가 짝귀의 아내를 찾아갔다.마침 신부 화영도 함께 있었는데 그녀의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박사도 같은 여자 입장이다보니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쨌거나 남자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첫날밤이 아니었겠는가? 이박사가 입을 열었다.
"신랑이 결코 신부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신체적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같이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짝귀 아내의 물음에 이박사가 자신의 옷을 걷어 올려 팔과 다리를 보여주며 대답하였다. 자기나 지상족 여자들은 몸과 팔다리에 털이 없다고. 그렇게 매끈한 여자의 몸을 보다가 신부의 낯선 모습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더라고하였다. 그 말을 들은 화영이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결심한 듯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제가 털을 깎겠어요. 모두 다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죠?"
"예? 털을 다 깎겠다고요?"
"어쩔 수 없죠. 저를 좋아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럴 바에야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음, 알겠어요. 그런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털을 깎겠다는 화영의 결심을 들은 이박사는 지상족 마을에 머무르고 있는 김박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제모크림을 얻었고, 피부 진정성분이 있는 약초를 구해 즙을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시작된 화영의 제모작업. 땅굴족 여성의 몸에 난 털은 남성처럼 억세지는 않았다. 이박사는 화영의 몸에털이 있어야 할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에 제모크림을 바르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살살 벗겨 내었다.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하자 여성의 매끈하면서 탄력 있는 피부가 드러났다. 털을 다 벗기고 나서 약초즙을 발라피부를 진정시킨 후 미지근한 물로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그동안 지하세계에서 햇볕을 못 받았던 그리고털 밑에 숨겨져 있었던화영의 뽀얀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의 모습은 같은 여자인 이박사가 보기에도 샘이 날 정도로 눈이 부시게 고왔다.
조함장은 자신 앞에 다소곳하게 선 화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얼굴이 한층 하얗게 광택이 났고, 팔다리에털 하나 없이 아주 매끈하였다. 그녀가 살짝 미소지으며 조함장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속옷을 살짝 벌리고 안을 보여 주었다. 조함장이 보니 그곳 역시 매끈하고 깨끗하였다. 그가 여자의 이미지로 그렸던 뽀얀 젖무덤이 거기에 있었다. 도대체 무슨 조화가 있었던 걸까? 의아해하는 그의 손을 그녀가잡아서 자신의 속옷 안으로 이끌었다. 그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이곳저곳을 더듬어 보니 매끈하고 탄력 있는 감촉이 손끝을 타고 그대로 느껴졌다. 다만 은밀한 곳에는 보드라우면서 까실한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함장은 화영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깊은 눈매에 오뚝한 코 그리고 앵두 같은 입술. 정말 예뻤다. 이런 미인이 내 신부라니?그녀가 '나 어때요?' 하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조함장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꼭 안고 그대로 이부자리 위로 쓰러졌다.곧이어 횃불에 비친 두 남녀의 그림자가 한데 엉겨 거칠게일렁였다.
화영의 변신은 지하세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땅굴족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화영의 생소한 모습이다소 이상하게 보였으나, 보면 볼수록 그 모습이 예뻤다. 게다가 화영은 우두머리의 처제인 동시에 땅굴족 최고의 미녀가 아니던가? 남들이 그녀를 따라 할 만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남자들이 자기 아내에게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하였다. '예쁘다'는 한마디에 어떤 고통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는 게 여자의 심리. 여자들이 앞다투어 이박사에게 몰려들었다. 자신의 털도 벗겨달라고. 그리하여 원래 언어학자로 부족 간 통역 역할을 맡았던 이박사에게 새로운 그리고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겼다. 바로제모클리닉.
이박사의 제모클리닉에는 자신도 벗겨달라는 여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박사가 그 많은 여성들의 털을 다 벗길 수는 없는 일. 할 수 없이 자신을 도울 직원들을 고용하였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제모 기술을 전수해 주고 손님을 받았다. 전신 제모를 원하는 손님에게 금반지 한 개를 받았다. 제모와 피부 진정 및 보습을 위한 피부 마사지까지 해주었다. 손님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특히 남편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하였다. 어떤 여자는 은밀한 그곳까지 다 벗겨달라고 하였다. 이른바 브라질리언 왁싱. 지구가 망하고 이천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브라질리언 왁싱이 그곳에서 다시 되살아 났다.
여성의 제모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일단 위생상으로 너무 좋았다. 안 그래도 습한 지하세계에서 털은 문제가 많았다. 각종 병균의 은신처가 되었고 자주 씻지를 못하는 환경 탓에 불결하기도 하고 나쁜 냄새의 주범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근원적인 문제가 제모로 해결되었으니 모두가 환영할만하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미모가 한껏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은 사실상 털에 가려서 감춰져 있다시피 했는데,적나라하게 미모가 드러나자 미녀들이 어찌나 많은지 서로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땅굴족에는 미녀들 천지였던 것이다. 반면에 단점도 있었는데, 바로 피부 보습 문제였다. 맨살이 외부에 노출됨으로써 피부 자극에 민감하게 되었다. 이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김박사의 도움을 얻어 천연성분의 피부보습제를 개발해 내었다. 그리고 금 한돈씩을 받고 여성들에게 팔았다.
화영의 제모 결심으로 시작된 이박사의 제모클리닉은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큰 부를 가져다주었다. 짝귀와 조함장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는 땅굴족의 지하세계에서 아무도 이박사의 사업에 태클을 걸 사람은 없었다. 땅굴족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얻고, 남성들은 보는 즐거움을 얻고, 이박사는 부를 얻온라인 카지노 게임.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그렇게 하여 이박사의 뷰티 사업은 날이 갈수록 번창하였다.
(16편에 계속)
텔라_대한민국 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