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노돈의 말대로였다. 꿈속 사람들은 다단계 구조처럼 나무와 가까울수록 적었고, 나무에서 멀어질수록 많았다. 그리고 승환은 노돈이 이곳에 없다고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그렇지! 이게 다단계라면 우리 회사 직원들을 찾아서 전파 경로를 역추적하면 되겠네! 나 천잰데?’
흰 나무의 북서쪽에서 승환은 회사 사람들을 찾아냈다. 꽤 초반에 감염되었는지 나무와 꽤 가까운 곳이었다.
‘어? 왜 김 과장이...?’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감염됐을 거로 생각했던 김 과장이 나무에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뭐지? 나중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됐으면 우리 팀원들보다는 뒤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면 안 되는데... 혹시 다른 데서 먼저 온라인 카지노 게임됐나? 아냐, 그랬다면 사무실 사람들 잘 때 같이 자고 있었겠지. 게다가 그 날은 이 꿈도 안 꿨댔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혼란스러웠다. 이제야 실마리가 풀린 줄 알았는데 김 과장의 존재가 상황을 다시 복잡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노돈을 찾기 시작했다. 없었다. 역시 승환의 느낌대로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잠이 깨길 기다렸다. 잠들 때는 수면제로 잠들면 되지만, 꿈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그저 깨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는 자리에서 하릴없이 괜히 모래를 발로 찼다. 부드러운 모래가 원호 모양으로 날렸다. 몇 번을 더 찼다. 모래가 점점 깊게 파여갔다.
‘이렇게 계속 파다 보면 저 빨간 바닷물이 나오려나? 좀 끔찍한데?’ 하는 찰나 딱딱한 것이 발에 차였다.
‘이게 뭐지?’
승환은 딱딱한 것이 차인 곳을 팠다. 하얀 무언가가 드러났다. 더 팠다. 뿌리였다. 나무뿌리. 나무는 뿌리까지 흰색이었다.
‘그래. 저 큰 나무가 있으면 당연히 나무뿌리가 있겠지.......어? 설마?’
승환은 나무뿌리를 따라 파 올라갔다. 나무뿌리는 어느 석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성 부장이나 노돈을 깨웠을 때 땅이 요동쳤던 것 역시 나무뿌리랑 관계가 있다고 직감한 승환은 팀 사람들의 발밑을 파기 시작했다. 역시 모두 뿌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거다!’
승환은 팀원들과 연결된 뿌리를 나무 방향으로 추적했다. 뿌리는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거기 세경이 있었다. 사람들은 다 세경으로부터 감염된 것이었다. 김 과장만 빼고. 김 과장은 어떤 이유인지 옆 팀 사람 아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김 과장 밑으로 간호사 한 명과 군인 두 명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까 강당 입구를 지키고 있던 군인 중 하나가 거기 있었다. 결국, 노돈의 말이 맞았다. 김 과장이 나무에 더 가까웠던 것은 단지 나무뿌리가 제멋대로 뻗쳐 있어서 그랬던 것뿐, 결론은 나무뿌리가 뻗어 나가는 방향으로 전파가 되는 것이었다.
‘이거 추적하면 누가 원인인지 알 수 있겠네?’
승환은 다시 세경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위로 추적을 시작했다. 뿌리를 따라 한참을 파고 올라가니 어떤 아주머니가 나왔다. 그 아주머니로부터 세경 말고도 열댓 갈래로 뿌리가 나누어져 있었다. 승환은 아주머니 위로 더 파 올라갔다. 그 이상은 나무였다.
‘아, 이 아주머니가 이 모든 일의 원인인가? 아니면 최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근데 이분은 누구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가 세경과 상당히 닮았다고 느꼈다. 세경의 엄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혹시 이모나 아니면 그저 닮은 사람일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해야 했다. 그는 그녀를 자세히 관찰했다. 석상은 죄다 회색이라 흉터나 사마귀 점 등으로 특징을 잡아낼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석상의 오른쪽 볼에 그리 크지 않은 상처 하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는 석상의 왼쪽 손을 살피다 뭔가를 발견했다. 아주머니는 왼쪽 새끼손가락 끝 마디 하나가 없었다.
‘이런 특징은 흔하지 않은데.’
승환은 그녀를 더 살폈지만, 그것보다 더 구별되는 특징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경을 통해 그녀가 누군지만 알아내면 되는 것이었다. 곧 사건이 해결될 것 같았다. 희망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곧 딸과 아내를 곧 볼 수 있으리라. 승환은 약간의 흥분 뒤에 숨은 긴장감을 느꼈다. 언제나 희망은 절망의 그림자를 동반했기에. 그는 자신의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일을 망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사람들과 나무뿌리를 확인, 또 확인했다. 충분한 확인을 마치고, 승환은 나무를 올려다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가 승환을 압도했다. 나무는 좌우는 물론 하늘까지 승환의 모든 시야를 막아섰다. 승환은 나무로 다가갔다. 차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던 나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가 갖게 된 일말의 희망이 거대한 존재에 다가갈 용기를 주었다. 나무를 마주한 승환은 나무 표면에 천천히 손을 댔다. 그의 예상대로 낯선 기억과 감정이 그에게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바위기둥에 이은 두 번째 경험이었지만, 불쾌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무슨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며 승환은 참고 받아들였다.
야근하는 기억. 홀로 남겨진 사무실, 크고 투박한 계산기, 좌우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철들. 필통에 꽂힌 연필들. 사무실 한쪽 브라운관 TV. 1990년대 중후반 같았다. 기억에는 성공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함께 가족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조금 묻어 있었다. 곧 많은 사람 앞에서 상을 받는 기억이 이어졌다. 기억의 주인은 호텔 연회장 같은 곳에서 상을 받고 있었고 사람들의 많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뿌듯함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어? 이 사람. 누구더라?’
기억 속 상패와 꽃다발을 주는 사람이 어딘가 낯익었다. 그때 ‘회장님’이라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아, 그래! A그룹 회장이네!’
승환은 상 주는 사람이 A그룹 총수임을 알아챘다. 그는 승환이 아는 모습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다음 장면에서도 회장이 등장했다. 회장과 골프 치는 장면,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끊는 장면, 그리고 어느 병실의 소년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쏘아보는 장면도 지나갔다. 다른 여러 기억 속에서도 A그룹 회장은 종종 등장했다. 그 외의 기억들은 너무 낯설어 공감하기 어렵거나, 아니면 너무 흔한 일상들이었다. 기억들이 지나는 사이 종종 깊은 허탈함과 괴로운 감정들이 스며있었다. 승환은 나무에서 손을 뗐다. 한동안 어지러움이 이어졌다.
‘누굴까? 어림잡아 50대 이상은 되겠는데? 저 아주머니와 비슷할지도? 어쨌든 A그룹 회장의 측근이었나 보네. 근데 이 사람과 그 아주머니는 왜 연결된 거지? 친군가? 기억 속에는 없었는데... 어쨌든 급선무는 저 아주머니를 찾는 거겠지.’
승환은 나무의 기억들을 곱씹었다. 타인의 기억은 쓴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