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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뷔 Feb 28. 2025

31. 숭고한 희생

잠에서 깬 승환은 시계를 봤다. 새벽 5시 50분. 한참 지났다 생각했는데 고작 20분이 지나있었다. 그는 노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꿈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했다.


“이제 어쩌냐?”

“세경 씨한테 물어봐야지. 그런 사람 아냐고.”

“갑자기?”

“너무 이상한가?”

“당연하지, 갑자기 새끼손가락 끝 마디 없는 아줌마 아냐고 물으면 세경씨가 뭐라고 할 것 같냐? 어떻게 아냐고 할거고, 그럼 나는 뭐라고 해? 꿈에서 봤다고? 그러다 세경 씨가 이 놈 꿈에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신고라도 하면?”

“짜식 예민하긴. 그럼 꿈에서 그 아줌마 깨워보는 건? 그럼 그 밑으로 쭈루룩 다 깨어나는 거 아냐?”

“다 너 같은 줄 아냐? 만약에 그랬다가 그 밑으로 연결된 수천 명, 아니 수백만 명 단체로 미치면 어떡하게?”

“음... 그럴지도. 하여간 다들 약해빠져 갖고... 이건 어때? 테스트를 해보는 거지.”

“테스트?”

“그래. 시험 삼아 사람들을 깨워보는 거지.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보는 거지. 상위 전파자를 깨우면 뒤에 사람들이 다 깨어난다던가, 아니면 다 죽는다던가 뭐 반응이 있을 거 아냐.”

“이 자식, 말이라고 너무 쉽게 하네.”

“야, 냉정해지자. 그럼 다 같이 이대로 평생 살래? 그러다가 다 같이 잘못되면? 너 죽은 섬도 봤다며. 걔네들 다 죽은 거 아냐. 우리도 그렇게 될 수도 있고.”

“근데 그 섬에 있던 사람이 정말 다 죽은 걸까? 다들 거기서 벗어난 거고 나머지 일부만 죽은 건 아닐까?”

“거기서 일부가 벗어난 거든, 다 죽어서 거기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몇 명 깨워보는 거야. 다른 대안 있냐? 아니면 그 나무라도 한번 베어보던가.”

“그건 안돼.”

“왜?”

“설명하기 힘든데 어쨌든 불가능해.”

“그럼 더더욱 내가 말한 방법밖에 없네. 근데, 생판 모르는 사람은 깨워봤자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의미가 없을 테고... 혹시 거기에 선후 관계있는 사람 있디? 세경 씨 빼고?”

“세경 씨는 왜 빼?”

“세경 씨 건들면 너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어쨌든 지금은 니가 자유롭지만 그건 그냥 단순한 예외일 뿐이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영향받을 수 있잖아.”

“아... 그렇지. 그럼...”


카지노 쿠폰 꿈속 김 과장과 연결된 간호사, 군인들을 떠올렸다. 노돈의 말대로라면 테스트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었다.


‘김 과장님...’


카지노 쿠폰의 머릿속에 김 과장이 미쳐 울부짖는 모습이 떠올랐다. 차마 볼 자신이 없었다.


“한 분 계시긴 한데...... 안돼, 못해.”

“누군데?”

“김 과장님이라고.”

“아, 그분? 니가 형님처럼 생각하는 분이잖아.”

“그러니까. 다른 방법 없나? 일단 세경 씨한테 조심히 물어볼까?”

“니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아, 조심히 물어본다고!”

“왜 화를 내고 그래, 참나. 그래라. 말실수 조심하고.”


통화를 끝낸 카지노 쿠폰 세경을 찾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나? 이제 곧 아침이라 다들 잠들 텐데. 그럼 오늘 밤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화장실을 서성이던 카지노 쿠폰 옆으로 수진 엄마가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카지노 쿠폰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수진이는 좀 괜찮나요?”

“수진이요? 수진이 어제 하늘나라로 갔어요.”

“네? 어디요?”

“하늘나라요.”


카지노 쿠폰 잘못 들었다 생각하고 머리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수진이 어제 죽었어요. 그래서 간호사들이 데려갔어요. 일단 영안실에 안치했다가, 나중에 격리 해제되면 장례 치를 수 있게 해주겠대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영안실에라도 자리가 있어서. 간호사 말로는 다른 병원들은 지금 난리도 아니래요.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마저도 없대요.”


카지노 쿠폰 트럭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미친 거 아냐? 딸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꿈 때문인가?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야. 아니, 정상인데 나사가, 아니 감정이 빠졌어.’


카지노 쿠폰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사람들은 이미 미쳐 있었다. 조금 다른 의미긴 했지만. 그는 수진 엄마와 자기 아내가 겹쳐 보였다. 당장이라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수진 엄마가 갑자기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강당 여기저기서 털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다시 잠들었다.


‘안돼!’


카지노 쿠폰 마음이 급했다. 밤까지 세경을 기다릴 겨를이 없었다. 그는 테스트를 강행하기로 했다.


카지노 쿠폰/

[노돈아 해야겠다]


노돈/

[뭘?]


카지노 쿠폰/

[김과장님]


노돈/

[괜찮겠어?]


카지노 쿠폰/

[응 시간이 없어]


다시 ‘김 과장님이 미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다시 스쳤다. 카지노 쿠폰의 가슴이 한 번 철렁한 뒤, 요동쳤다. 그리고 그가 형처럼 따랐던 김 과장과 보냈던 7년여의 회사 생활이 스쳤다. 한여름 열대야 속 에어컨 고장 난 사무실에서 둘이 남아 빤쓰 바람으로 야근했던 일. 성 부장의 모멸적인 말에 넋 나가 있을 때면 어느새 와서 그의 어깨를 토닥여줬던 일.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연말 마감으로 직장동료들 아무도 오지 못했을 때, 해줄 게 이것밖에 없다면서 카지노 쿠폰의 업무까지 대신해주고 새벽 2시에 빈소를 찾아줬던 일. 그리고 이 미친 상황에서도 자기 빵을 선뜻 내준 일까지.


카지노 쿠폰 참담했다. ‘사람들을 위한, 숭고한 희생’ 따위의 말이 승환의 머리를 스쳤지만, 허울 좋은 개소리일 뿐, 실상은 일방적인 박탈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딸이 그에게 가장 소중했다.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인격을 죽이는 것이었고, 인격을 죽이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었다. 그 역시 감정의 격류로 된 거대한 산을 넘어야만 겨우 가능한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 눈물이 났다. 슬픔보다는 억울해서였다. 조용한 삶을 지키기 위해 평생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참고 살았던 그에게 닥친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가혹하게 느껴졌다.


‘왜 내가 이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쉬바...’


그는 눈물을 닦아냈다. 다시 딸과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결심했다.


카지노 쿠폰/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카지노 쿠폰 노돈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화기를 든 승환의 손이 덜덜 떨렸다.


노돈/

[그래... 니 잘못이 아니야.그리고 김 과장님 분명 괜찮으실 거야.너무 염려 말고 새꺄. 잘 될 거니까]


빈말이라도 노돈이 고마웠다.


김 과장은 천막에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의 얼굴을 봤더라면 카지노 쿠폰 차마 시작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수면제 한 알을 꺼냈다. 손바닥 위 수면제를 3초 정도 보다 두 알을 더 꺼냈다. 이미 권장 복용량은 넘었지만, 그는 그런 행동으로나마 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다. 물과 함께 삼켰다. 한 번에 하나씩. 카지노 쿠폰 결심이 흔들릴세라 마음을 단단히 하고 누웠다.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호흡을 세기 시작했다.



******



86? 87번째 호흡의 끝 무렵. 카지노 쿠폰 다시 꿈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는 곧장 김 과장의 석상으로 갔다. 카지노 쿠폰 다시 모래를 파헤쳐 김 과장과 사람들 간 연결 상황을 확인했다. 변함없었다.

승환은 김 과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곁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냥 있었다. 결심은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 괜찮으실 거야. 워낙 인성도 좋으시고 하니까 분명 괜찮으실 거야.’


카지노 쿠폰의 심장이 트럭 엔진처럼 요동쳤다. 그는 피가 목을 타고 귀 쪽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피가 쏠린 귀와 목이 경직되어 갔다. 사소했던 자신의 숨소리, 심장 소리가 이제 천둥처럼 그의 귀를 때렸다.


‘그냥 저질러야 한다. 그냥 저질러야 한다.’


그는 김 과장의 석상에 손을 뻗었다 말았다를 서너 번 하고 나서 결국 “과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김 과장을 세차게 흔들었다. ‘부디 고통이라도 없으시길’하는 심정으로. 바닥이 요동치고 난 뒤 김 과장이 사라졌다. 그리고...... 간호사와 군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허...’


희망이 사라졌다. 앞의 고리를 끊어내면 뒤에 있던 사람들도 없어진다던가 연쇄적인 영향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첫 번째 감염자 아주머니만 깨우면 다 해결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아니었다. 기대는 허무로 돌아왔다. 믿을 수 없었다.

카지노 쿠폰 혹시나 하며 헐레벌떡 뿌리를 살폈다. 그대로였다. 단지 김 과장이 있던 뿌리의 분기점에서 김 과장만 없어졌을 뿐이었다. 그는 망연자실 나무를 바라봤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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