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드뷔 Mar 12. 2025

36. 낯선 귀향

“야. 타!” 노돈이 도착했다.

“어. 빨리 왔네?” 승환이 반색하며 말했다.

“도로에 차가 없잖냐. 안녕하세요? 얘기 들었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죠?”

“안녕하세요.”

“근데 못 보던 차다? 새로 뽑았냐?”


노돈이 몰고 온 검정 SUV에 올라타며 승환이 물었다.


“당연히 훔쳐왔지. 추적당하면 버리고 튀어야지. 하하하. 아참, 이거 전투복. 무료 카지노 게임 씨, 여군 옷은 못 구해서 대신 간호사 옷으로 구해왔어요. 그나마 그게 자연스러워 보여서요.”


노돈은 준비해온 옷가지는 물론 비타민과 영양제 드링크를 내밀었다.


“이건 뭐야?” 승환이 물었다.

“체력 회복해야지. 시간 없어서. 대충 동네 약국 털어서 급히 집어왔다.”

“쉬바, 차도 털고 약국도 털고 무슨 GTA(게임) 같다.”

“그치?”

“수면제도 털었지?”

“여기.”

“이놈 완전 전문 털이범이네 크크크.”

“뭐래, 남의 휴대폰 훔친 놈이.”

“아, 빌린 거라니까! ...일 년 동안. 무이자로.”

“됐고, 무료 카지노 게임 씨. 이제 어디로 가면 되죠?”

“주소 알려드릴게요. 경남... 김해시....”



******



일행이 김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집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였다. 검문을 피해 국도를 이용한 데다 추적을 피해 차도 3번 갈아탄 탓이었다.


승환은 김해로 향하는 내내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에 대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나올지, 또 어떤 능력이 있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엄마!! 엄마!!”


집에 도착한 무료 카지노 게임은 승환이 말릴 틈도 없이 현관으로 뛰어들어갔다. 노돈과 승환은 혹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잔뜩 경계하며 그녀 뒤를 따랐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불쾌한 고요함이 그들을 맞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거실 불을 켰다.


“... 엄마?”


무료 카지노 게임이 나지막하게 엄마를 불렀다. 답이 없었다. 그때 안방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불 꺼진 안방에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가 서 있었다. 그녀가 말없이 거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엄마! 놀랬다 아이가! 무섭구로 왜 그래 서 있는데?”


그녀는 말이 없었다. 승환은 즉시 눈치챘다, 그녀가 앞으로 할 일을.

무료 카지노 게임이 대답 없는 엄마를 이상히 여기며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엄마, ...개안나?”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는 여전히 꼿꼿이 선 채 말이 없었다.


“엄마, 엄마...” 무료 카지노 게임이 엄마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 순간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의 눈이 뒤로 돌아가며 기괴한 울음이 시작됐다.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엄마, 뭔데? 와 이라는데? 정신차려라!”


놀란 무료 카지노 게임이 울먹이며 엄마를 흔들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는 아랑곳 않고 떼창을 이어갔다. 떼창과 함께 좌우로 움직이던 그녀의 하얀 시선이 무료 카지노 게임과 노돈, 그리고 승환에게 차례차례 머무르기를 반복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눈물 가득한 눈으로 승환을 돌아봤다. 노돈 역시 기이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며 승환을 바라봤다. 그때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의 외침이 무섭게 변했다. 그녀는 더 높은 톤으로,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마치 이들을 고발한다는 듯이.


“따라해요!”


승환이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를 흉내 내 떼창을 시작했다. 노돈이 곧 승환을 따라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의 시선이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머물렀다. 그녀의 외침에 화답하듯 멀리서 떼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갔다.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승환이 다급히 외쳤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 얼른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승환과 노돈의 떼창에 합류했다. 승환 일행의 동조에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의 고조됐던 외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가까워지던 소리는 다시 멀어져 갔다. 기괴한 행동을 모방하며, 일행은 안도했다.

떼창이 멈췄다. 노돈과 무료 카지노 게임은 충격에 빠진 듯 말이 없었다. 꼿꼿이 서 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이 울면서 외쳤다.


“엄마, 엄마! 개안나?”

“어, 무료 카지노 게임이가? 언제왔노?” 그녀가 태연하게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대꾸했다.

“엄마. 진짜 개안은 거 맞제?”

“갑자기 와이라노? 내 개안타!”

“좀 전에 그거, 그건 뭔데?”

“뭐가?”

“좀 전에! 이상한 소리 낸 거!”

“뭔 소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 역시 떼창을 기억하지 못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 그거 기억 못 해요. 감염된 사람들 다 그래요.” 승환이 말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과 노돈이 승환을 쳐다봤다.


“왜 그런지는 저도 몰라요. 조금씩 뭔가 악화되는 것 같긴한데... 조금 있으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돌아오더라고요. 우리는... 그냥 아까처럼 흉내 내면 돼요.”

“진짜... 별거 아닌 거 맞죠?” 무료 카지노 게임이 확인하듯 물었다.

“네, 제가 아는 한은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안도한 표정으로 엄마를 돌아봤다.


“엄마, 진짜 개안은 거 맞제? 별일 없었고?”

“어. 별일 없지.”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근데 왜 전화는 안 받는데? 문자 답도 안 하고?”

“전화했나?”

“걱정했다 아이가!”


무료 카지노 게임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뭔일 생기가 못 보는 줄 알았잖아!”

“야가 와이라노?”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는 그런 딸을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엄마에게 승환과 노돈을 회사 동료라며 소개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는 멀리서 손님이 오셨다며 수박 한 접시를 내왔다. 그녀는 승환 일행이 왜 이 오밤중에, 그것도 전투복 차림으로 왔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엄마. 내 지난 주말에 왔다 갔잖아. 그 앞뒤로 뭐 특별한 일 없었나?” 무료 카지노 게임이 물었다.

“응. 없었지.”

“아니, 잘 생각해 봐라. 지금도 엄마 좀 이상하잖아.”

“뭐가?”

“엄마 원래 밤 9시면 잔다 아이가. 지금 밤 12시다.”

“잠이 안 오는데 우야노? 그래도 낮에 잔다.”

“그게 이상한 거다.”

“그런가?”

“엄마, 잘 함 생각해 봐라. 최근에 뭐 새로운 일 없었나?”

“음... 별거 없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은 답답한 듯 엄마를 이래저래 채근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나무와 직접 연결된 그녀 역시 꿈에 속박된 보통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승환은 깊은 절망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날숨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쭉 하고 빠졌다. 간신히 잡은 듯한 단서는 연기처럼 허망히 날아갔다. 나무는 뭔지, 그 기억은 누구 것인지, 꿈속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승환은 모든 것이 완전히 막막했다.


“아참, 야야 내 시간 됐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엄마가 말했다.

“뭔 시간?” 무료 카지노 게임이 물었다.

“일하러 가야지.”

“이 밤중에? 어디 가는데?”

“말했잖아. 그 대기업 상무. 그 냥반 집에서 일한다고.”

“아, 그 싸가지?”

“그래. 잠 오기 전에 빨리 갔다 올라꼬.”

“이 시간에 가도 되나?”

“어. 그 냥반이랑 얘기 다 됐다. 그라고 어차피 그 냥반 눈 안 보이가 밤인지 낮인지 분간도 못 한다. 돈도 마이 주는데 잘 해드리야지.”

“어? 눈 안 보이나?”

“어. 처음에 요 내리왔을 때는 그래도 쪼매 보였는데 최근에는 완전히 안보이는 것 같더라. 참 안 됐지.”

“싸가지 없어가 벌 받았는갑네.”

“야는, 말 좀 조심해라. 그래도 배려심도 있고 좋은 사람이다.”

“뭔데? 그때는 엄청 욕했잖아.”

“하여튼, 사람 개안타. 요새 내가 낮에 고마 잠들어가 일 몬하겠는 거라. 뭐, 요새 마을 사람들 다 그라데. 암튼 일나면 뭐 밤 10신데 우째 일하겠노? 그래가 문자했지. 죄송한데 제가 낮에 잠이 와가 도저히 일을 못하겠습니다 딴사람 구하이소라고. 그랬더만 그냥 밤이고 낮이고 아무때나 편할 때 와서 일 해달라 카대.”

“오, 의외네. 근데 그 아저씨는 눈도 안 보이는데 문자를 우째 주고받는데?”

“니는 내보다 더 모르노? 요새 뭐 휴대폰한테 말만하면 문자도 보내주고 읽어주고 한다 카더라.”

“신기하네. 그 아저씨 신경질 부리는 건 좀 어떤데? 엄마 그것 때메 힘들어했잖아. 요새는 좀 개안나?”

“모르지. 내가 한밤중에 가니까 그 냥반 자고 있다 아이가. 그나저나 그 냥반 참 깊게 자데. 내가 옆에서 청소기 돌리고 세탁기 돌려도 꿈쩍도 않고 잘 자더라. 아이고, 내 이제 진짜 가봐야 된다.”

“알았다. 갔다온나.”


노돈이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빠져있었다. 승환도 뭔가 께름칙했다. 노돈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엄마에게 말했다.


“어머니. 같이 가드릴까요?”

“아입니다. 요 바로 앞이라가 개안습니다. 푹 쉬이소.”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엄마가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밤길 위험하시니까 같이 가시죠. 어차피 차에서 많이 자서 쌩쌩하거든요.”


노돈과 달리 승환은 오랜 운전에 피곤했지만, 일단 노돈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당연히 찬성이었다.

“그라면 뭐 같이 가입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엄마와 팔짱을 끼고 앞서 걸었고, 승환과 노돈이 그 뒤를 따랐다. 보름달 아래 마을 길이 훤하게 보였다. 주황색 가로등마다 광란의 날벌레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일행은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마을 외곽으로 한참 걸었다. 멀리 작은 숲 언덕 방향으로 나 있는 샛길 하나가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포장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샛길을 따라 올라가자 언덕 중간 왼쪽 숲에 현대식 집 하나가 폭 안겨있었다. 가장 가까운 민가와 적어도 1km는 떨어진 외딴곳이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마당 왼편으로 지름 3미터 정도 되는 작은 관상용 연못 하나가 보였다. 이름 모를 잡초들이 연못을 둘러싼 돌 주변에 마구잡이로 자라 있었다. 물은 더럽고 탁해 보였다. 연못 근처에는 이끼가 잔뜩 낀 돌절구 하나가 삐딱하게 서 있었다. 방치된 마당과 달리 건물은 완전히 현대식이었다. 고급자재들이 잔뜩 들어간 듯해 보이는 2층 건물은 어둠 속에서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존 집터를 살리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이런 관리 안 된 마당에 저런 건물이라니... 고추밭의 페라리가 따로 없네...”


노돈이 중얼거렸다.


“요 다 왔어요. 맨날 왔다 갔다 하는 길이라 굳이 안 오셔도 되는데... 어쨌든 고맙습니다. 서울서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얼른 들어가 쉬이소. 무료 카지노 게임이 니는 손님들 수건이랑 잘 챙기드리고, 손님용 이불이랑 어딨는지 알제?”

“알았다 엄마.”

“어머님. 그럼 저희 먼저 가 있겠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엄마가 현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일행은 다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집을 향했다.


“노돈씨, 울 엄마 여기 토박이라서 안 그라셔도 되는데, 번거롭구로.”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말투는 투박했지만, 미안함과 고마움이 묻어 있었다.


“아닙니다. 뭐 겸사겸사죠.” 노돈이 답했다.

“역시, 이 대기업 상무라는 사람... 좀 수상하지?” 승환이 노돈을 향해 말했다.

“응.”

“네? 뭐 수상한 게 있었어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 어머니가 그러셨잖요. 어머니가 일하실 때 대기업 임원 그분은 자고 있다고요, 깨지도 않고.” 노돈이 답했다.

“그게 왜...”

“그 말은 그 사람이 뭔가 특별하다는 거죠. 무료 카지노 게임 씨 어머니랑 같은 공간 즉,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자고 있다? 그 말은 그분이 항체 같은 게 있거나, 승환이 이놈처럼 애초에 꿈에 영향을 안 받는 사람이라는 거죠. 아니면 저희처럼 꿈에서 깨어난 사람일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 이상의 뭔가일지도. 예를 들어 그 거대한 나무...라던가.”

“아... 그러네요. 다들 깨어 있을 시간인데.”

“그럼 빨리 만나보자!” 승환이 노돈을 향해 말했다.

“잠시만.”


노돈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에 그 사람이 사람들을 잠들고 깨게 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능력이 있다면?”


노돈이 한참 만에 입을 뗐다. 승환은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노돈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승환아, 내일 다시 오자.”


승환은 노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역시 지금 들이닥쳤다 괜히 엄마가 휘말릴 수 있다며 노돈의 의견에 동의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집으로 돌아온 일행은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잠을 청했다. 한밤중인데도 매미들은 목청껏 울어댔다. 승환은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최근 복용했던 수면제 탓인지, 아니면 매미 소리 탓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불 꺼진 천장에 아내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진아... 여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게. 조금만 버텨줘.’


승환은 눈물이 났다. 그래서 괜히 노돈에게 들킬까 돌아누웠다. 매미 한 마리가 날아와 방충망에 붙어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노돈은 이미 잠들었는지 꿈쩍하지 않았다. 슬픔에 빠져있던 승환은 매미 소리에 산통이 깨졌다. 그는 고작 매미 한 마리에 훌렁 날아가 버린 슬픈 감정을 보며 ‘가족에게 대한 내 사랑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매미에 괜히 가치를 부여했다.


‘매미 놈들 지상에서 일주일 밖에 못 산댔지? 특별히 봐준다.’


승환은 참았다. 하지만 매미의 소음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자신의 귀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눈은 감을 수 있고, 입도 닫을 수 있는데, 왜 귀는 스스로 닫을 수 없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소리를 모아주는 귓바퀴까지 달렸나 싶었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저 매미 새끼들 땅속에서 굼벵이로 칠 년인가 사는 놈들이잖아! 존나 오래 사는 새끼들이네! 그런 곤충이 어딨어? 이거 거의 곤충계의 십장생이잖아!’


승환은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 매미를 쫓아버렸다. 그는 다시 자리에 누우며 고작 손가락 두 마디 만한 곤충이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거대한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그는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딸, 아내, 꿈, 나무, 모래 위와 바닷속 사람들... 상념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또 하나씩 사라져갔다. 노돈의 코 고는 소리가 조금씩 아득해져 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