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일행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길이 어렵다며 운전을 자청한 세경은 운전대를 잡자 돌변, 좁고 구불구불한 지방도를 고속으로 내달렸다. 전생에 총알택시 기사님이었는지, 아니면 지각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그녀는 내비게이션 상 50분 거리를 20분으로 단축했다. 단축된 시간의 열 배만큼 수명이 단축된 카지노 게임과 노돈은 코너를 돌 때마다 탄식을 뱉으며 손잡이를 잡은 두 손으로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차가 아유사(阿踰寺)라는 작은 초록 표지판을 따라 좁디좁은 샛길로 들어섰지만, 세경은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었다. 그 좁은 길도 그녀에게는 아우토반이었다. 그녀는 사찰 입구 공터에 다 와서야 브레이크를 밟았다. 요란한 흙먼지가 뒤를 따랐다. 카지노 게임과 노돈은 엄마가 보고 싶었다.
사찰은 나지막한 산의 초입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난 사찰은 아닌 듯 작고 쓸쓸해 보였다. 다만, 사찰의 커다란 나무들이 사찰의 역사를 대변하듯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세경 씨, 어디로 가면 돼요?” 노돈이 물었다.
“아, 요 절 옆으로 돌아가면 등산로 있거든요. 그리로 올라가면 돼요.”
일행은 사찰의 오른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등산로에는 풀이 무성했다. 해발 200미터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카지노 게임 금세 땀범벅이 됐다. 정상이 가까웠는지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해였다. 승환 일행은 잠시 쉴 겸 바다를 바라봤다. 익숙한 듯 아득한 바다 풍경에 카지노 게임 막연한 기다림, 그리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바다 비린내 묻은 습한 해풍이 승환의 목을 훑고 갔다. 몸서리와 함께 다시 위가 조여왔다. 특별히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산을 오를 때부터 카지노 게임 초조했다. 여기서마저 아무것도 못 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강해진 초조함이 그의 위를 조여댔다.
앞서 걷던 세경이 걸음을 멈췄다.
“요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 저긴가?”
등산로 왼쪽으로 15미터 떨어진 숲속에 검정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돈아. 저거다. 꿈에 나온 바위기둥.”
바위기둥은 나뭇가지가 얽혀 있는 것을 빼고는 정확히 꿈과 같은 모양이었다. 다만 나무와 풀들 사이에 있다 보니 꿈에서처럼 눈에 확 띄진 않았다. 일행은 바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오벨리스크 같은데?” 노돈이 말했다.
“그치?”
“오벨리스크가 뭔데요?” 세경이 물었다.
“무슨 사건이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한마디로 자기 자랑하려고 만든 비석이에요.” 카지노 게임이 답했다.
“근데 좀 이상한데?” 노돈이 말했다.
“뭐가?” 카지노 게임이 물었다.
“보통 오벨리스크랑 다르게 아무것도 안 쓰여 있잖아. 게다가 거꾸로 처박혀있고.”
“저 위에 뭔가 있지 않을까? 나 꿈속에서도 저 위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못 올라갔거든.”
“그래?”
바위 정상까지는 5미터가량 됐지만, 바위 곁 큰 나무 덕에 카지노 게임과 노돈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바위기둥의 위는 정사각형 평평한 모양이었다. 한 변의 길이는 3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대리님, 뭐 있어요?”
세경이 아래에서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어? 카지노 게임아. 여기 뭐가 쓰여 있는데?”
노돈이 쭈그리고 앉아 바위 한쪽의 흙을 털며 말했다. 검은색인 데다 표면이 거칠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특이한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야 이게 뭔 글자냐? 근데 보통 돌이나 바위에 글자 새길 때 음각으로 새기지 않나? 이건 특이하게 양각이네? 무슨 점자처럼.”
“노돈아. 나 이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쭈그리고 앉은 노돈의 뒤에서 카지노 게임이 말했다.
“아놔 진짜. 꿈도 그렇고... 내가 평생 음모론에 빠져있었는데 제일 연구할 놈이 내 옆에 있었네. 아오... 너 외계인 아냐?”
노돈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거든요.”
“알거든요. 임마. 그냥 부러워서 그랬다. 내가 너였어야 하는 건데.”
“멍충이.”
“뭐라고 쓰여 있는데?”
카지노 게임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호나, 백색의 나무, 꿈꾸는 왕의 딸들이 남긴다.”
“호나? 누군데?”
“나도 몰라 임마.”
“내가 모른다고 막 내뱉는 거 아냐?”
“지금 여기서 내가 장난치겠냐?”
“수상한데...”
“아오 쉬바, 하여튼 의심은 많아서. 그만할까?”
“알았어. 미안해. 계속해봐.”
카지노 게임 노돈을 한번 째려보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호나, 백색의 나무, 꿈꾸는 왕의 딸들이 남긴다. 왕의 나무 아래 만인은 행복했다.”
“너 사기 치는 거지?”
“아 왜 또?”
“글자가 요만큼밖에 안 써졌는데 그 얘기가 여기 다 담겼다고?”
“아오, 안 해, 안 해!”
“자식, 성질은. 알았어. 알았어. 부러워서 그랬지. 영어는 드럽게 못하는 놈이 제4외국어 같은 이런 건 어떻게 읽는 거야.”
“계속 읽어 말어?”
“읽어줘.”
카지노 게임 다시 글자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호나, 백색의 나무, 꿈꾸는 왕의 딸들이 남긴다. 왕의 나무 아래 만인은 행복했다. 하지만 왕이 시해(弑害)되고, 만인은 꿈에서 깨지 못했다. 우리는 잠든 자들을 깨우기 위해 아버지가 말했던 고향, 처음 해 뜨는 땅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방도는 없었다.
흰 나무는 말랐고, 바다는 처참했다. 우리는 꿈에서 나왔다.
이 땅의 왕은 우리를 기뻐했다. 막내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다행히 자녀들에게 붉은 씨는 전달되지 않았다.
희망도, 고향도 없는 우리는 여기서 생을 마치려 한다.
다시 같은 비극이 없길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붉은 씨는 저주다! 바다에 던지라! 지체 말고 던지라! 이렇게 쓰여있네. 이거 죽은 섬에서 생존한 사람들 이야긴가 봐.”
노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붉은 씨라... 혹시 그거 니 이마에 그 붉은 반점 아냐? 허 상무도 있던데?”
“너도 봤어?”
“어. 선글라스 잠깐 벗었을 때. 그거 보면서 너 말고 또 있네 했거든. 너랑 허 상무가 특별한 이유가 이거였네. 아오, 부럽다 부러워.”
‘아, 그래서...’
카지노 게임 준성을 떠올렸다. 넘어져 다쳤다고 생각했던 준성의 이마는 사실 승환과 같은 것이었다. 승환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노돈은 자신도 어떻게 해보려는 듯 검지 손톱으로 미간을 꾹꾹 눌러대고 있었다.
“어후 저 도라이.”
“근데 호나 그 왕이 죽고 다들 꿈에서 못 깼댔지? 그 말은 허 상무가 죽으면 그렇게 된다는 거네.”
“그러게.”
“근데 이 비슷한 이야기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잠깐만 검색 좀. 음... 아, 맞다 이거였어!”
“뭔데?”
“너 김수로왕 알지?”
“영화배우?”
노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금관가야 초대 왕 말이야. 김해김씨 시조! 임마!”
“김해김씨? 알지. 김나박이도 알아. 서울에서 돌 던지면 그중에 맞는다는...”
“김이박이겠지. 어쨌든, 그 사람이 혼인한 사람이 허 황후인데 그 설에 의하면 허 황후가 인도에 고대 왕국 중 하나인 아요디아에서 왔대.”
“정말?”
“허 황후라... 야, 너도 그렇고 허 상무도 그렇고 다 허 씨다? 설마 자손?”
“야이 멍충아, 아빠가 김수로왕이라매! 그럼 내가 김 씨겠지. 김해김씨!”
“근데 여기에 허 황후가 아들 10명 중 2명은 허 씨를 쓰도록 부탁했다는데?”
“그래?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대?”
“태세전환 빠른 거 인정한다. 이 카멜레온 같은 놈.”
“거기 다른 얘기는 없고? 이 상황과 관련된 거 말이야.”
“그런 건 없어.”
“붉은 씨는 왜 바다에 던지라는 걸까?”
“그런 애가 태어나면 바다에 던져서 죽이라는 거겠지. 여기서도 해결책을 못 찾았잖아. 그냥 원천봉쇄 같은 거겠지.”
“그럼 이 사람들도 결국 아무것도 못 찾은 거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카지노 게임 눈을 감았다. 모든 마음이 절망의 구덩이에 내다 꽂혔다.
“근데 여기가 처음 해 뜨는 땅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노돈의 말에 카지노 게임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아니, 일본이나 러시아처럼 더 동쪽도 있잖아! 너 읽다가 빼먹은 거 있는 건 아냐?”
“그래, 그럴지도 몰라!”
카지노 게임 마지막 힘을 짜냈다. 이게 마지막 단서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 글자를 살폈다.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혹 잘못 읽은 것은 없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그러다 카지노 게임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잿빛 하늘, 붉은 바다.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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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적막. 언제 잠들었는지 카지노 게임 꿈에 들어와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며 주위를 살피던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기증이 났다.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모래 위 가득했던 석상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눈을 바다로 돌렸다. 바다 가득 죽은 사람들이 떠 있었다.
‘결국... 모두 ...죽었구나.’
카지노 게임 주저앉았다.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의욕과 기운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끝이었다. 깊고 짙고 거대한 허무가 그를 가득 채웠다.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슬픔조차 그에게 다가올 수 없었다. 그는 넋 나간 채 하늘을 바라봤다. 여전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잿빛 하늘. 그의 공허한 시선이 여기로 저기로 맴돌았다.
뭔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보기를 꺼렸던 붉은 바다, 죽은 사람들 너머 멀리 ‘섬’이 보였다. 공허한 그의 눈에 순간 생기가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 다시 자신이 있는 섬을 살폈다. 바다 위 석상들은 전통복장 차림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두 미라같이 말라 있었다. 카지노 게임 그곳이 죽은 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허 상무의 섬은 저 멀리 그대로였다. 커다란 안도감과 함께 모든 기운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섬을 살피기 시작했다.
죽은 섬은 허 상무의 섬과 똑같았다. 하늘, 모래, 바다, 나무. 다만, 검정 바위기둥은 없었다. 거대한 흰 나무는 텅 비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 나무 안으로 그림자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봤다. 그는 나무로 향했다. 나무 남동쪽에 커다란 틈새가 있었다. 카지노 게임 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나무 안으로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어째선지 나무 안도 바깥과 다름없이 어둡지 않은 상태였다. 멀리서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지팡이를 한 구부정한 노인이었다.
150cm 정도의 노인은 긴 황토색의 민무늬 옷을 입고 있었다. 티베트의 승려복 같았다. 카지노 게임 왠지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낯선 이곳보다 그 노인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조용히 노인을 관찰했다. 노인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노인이 그리는 원의 중심에는 흰 나무로 된 문 없는 감옥이 있었다. 감옥 안에는 한 사람이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사람 역시 색을 갖고 있었다.
승환이 감옥 안의 사람을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노인이 멈춰섰다. 그리고 승환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는 구부정했던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승환을 향해 미끄러지듯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옷 아래는 비어 있었다. 그는 발이 없었다. 카지노 게임 덜컥 겁이 나 반대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전이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딱히 숨을 곳도 없는 데다, 체력도 무한한 이곳에서의 추격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달리기를 멈췄다. 노인이 승환의 앞에 멈춰섰다. 노인의 기괴함에 승환의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너!!”
“넵!”
노인의 갑작스러운 호통에 카지노 게임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
“아...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어떤 바위에 글자를 보고 있는데...”
노인은 카지노 게임의 코앞까지 다가와 이마의 붉은 점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노인의 콧김이 카지노 게임에게 닿을 것 같았다. 까무잡잡한 얼굴, 움푹 들어간 큰 눈과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눈 주위로 난 많은 주름이 노인을 더 괴기스럽게 보이게 했다. 삭발한 머리 아래로 하얀 콧수염과 턱수염이 길게 늘어진 그의 미간에는 동그란 붉은 반점이 선명했다. 한참 카지노 게임을 관찰하던 노인이 한걸음 물러섰다.
“그래 뭐, 곰 같긴 하지만, 자격은 있군.”
카지노 게임 머쓱한 듯 노인이 뚫어지라 봤던 미간을 손으로 더듬었다. 노인은 다시 있던 곳을 향했다. 카지노 게임 기괴한 노인이 싫었지만, 용기를 내 그를 따라나섰다.
“저기 어르신. 혹시 저 사람이 호나라는 분인가요? 왜 저기에 갇혀 있습니까?”
“갇히긴 누가 갇혀, 지가 만든 감옥에 스스로 들어간 게지.”
노인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저러고 있습니까? 무릎은 왜?”
“바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게 뭐였습니까?”
“몰라!”
노인이 발끈하며 자리에 멈췄다. 그는 카지노 게임을 빤히 쳐다봤다. 공기가 무쇠만큼 무거워졌다.
‘어후 무셔라. 왜 저렇게 쳐다보지?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점점 쪼그라드는 카지노 게임을 보던 노인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귀찮아 죽겠네. 빨리 물어보고 꺼져!”하고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은 무슨 어르신,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 죄송합니다.”
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카지노 게임 언제나처럼 그냥 사과했다. 그 편이 항상 편했다.
“저분은...”
“죽었어. 예전에.” 노인은 카지노 게임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럼 어르신은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지?”
“그냥, 나무 돌보고 있지.”
“이 죽은 나무를요?”
카지노 게임의 물음에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그래. 죽은 나무지.”
투박한 말투 어딘가 애틋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너는 왜 왔어?”
“저요? 저는 그냥 어쩌다.”
“이런 모자란 놈. 너도 바라는 게 있었을 거 아냐!”
“저는 잠든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 하고... 아, 혹시 저기 바다 건너 남동쪽에도 비슷한 섬과 나무가 있는 거 아십니까?”
“얼마 전에 생겼더만.”
“그 나무도 저분처럼 사람이죠?”
“당연하지!”
“근데 왜 그 사람이 잠들면 다른 사람들이 깨고, 반대로 그 사람이 깨면 다른 사람들이 잠드는 겁니까?”
“이 멍청한 놈아!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꿈이 이뤄지는 거 아냐! 당연한 걸 묻고 있어!”
“꿈을 이룬다고요? 그럼 그 사람이 꿈꾸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현실에서 그 사람의 꿈을 이루고 있는 겁니까?”
“그래! 그놈은 또 뭔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카지노 게임 그 난리 통에도 사람들의 질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돌연 악귀로 변해 싸우던 모습도 떠올랐다. 허 상무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사람들은 허 상무의 꿈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카지노 게임 허 상무의 꿈이 궁금했다. 감염된 사람들이 뭔가 하려는 모습은 없었다. 차분하고, 무기력, 무심한 것 말고는 그대로였다. 카지노 게임 회장님을 모시지 못하게 된 허 상무에게 특별한 욕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높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 존재 이유였던 고위직 임원들이 잘린 후, 흔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꿈을 멈출 수 있습니까?”
“큭큭, 멈춰? 그놈이 죽으면 멈추겠지... 다 같이 말이야. 큭큭큭.”
카지노 게임 노인의 웃음에 소름이 돋았다.
“큭큭큭, 너도 네 꿈을 이루러 온 거잖아!”
“네? 아닌데요, 저는 그냥 사람들 구할 방법을...”
“남의 꿈을 멈추고 싶다고? 그럼 남의 꿈을 밟고 서야지. 물론 자격이 있는 사람들한테 해당하는 말이긴 하지만.”
노인이 이마의 붉은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네 꿈은 뭔데?”
“꿈이요? 음...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아내랑 딸이랑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건데요.”
“시시한 놈.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네 꿈을 이루려면 네가 직접 그놈을 처리해야 해. 자격 없는 놈이 해봤자 소용없어. 뭐, 뿌리를 이미 그만큼이나 내렸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은?”
“죽여야 한다고!”
“네?”
“뭐가 ‘네?’야! 당연한 거지.”
“사람을 죽이라고요? 저는 못합니다. 절대 못 합니다.”
“그래, 킥킥킥. 맞아. 넌 평생 남의 꿈에 휘둘려 살 놈이지.”
카지노 게임 어렴풋이 허 상무가 죽어야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허 상무를 죽여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김 과장님에 이어서 허 상무까지? 내가 사람을 죽여서까지 이걸 해야 하는 거야? 아니, 내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있을까? 다른 방법은 진짜 없을까?’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내와 딸을 위해 뭐든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였지만, 막상 그러려니 덜컥 겁이 났다.
“그럼.. 그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기 잘난 놈처럼 되겠지.” 노인이 감옥 속 사람을 가리켰다.
“그리고 너는 그놈 대신 나무가 돼야겠지.”
“그럼 제 꿈이 이뤄지나요?”
“뭐, 하품한 놈들은 다 네 생각대로 되겠지.”
“하품이 왜...”
“하품이 혼을 연결하잖아!”
“하품이요?”
“이놈 이거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상식 아냐, 상식!”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참 내, 네가 사는 곳에는 멍청이들만 사냐?”
하품이 전염되는 것이었다. 그는 라디오에서 하품하던 앵커가 떠올랐다. 그토록 전파속도가 빨랐던 이유였다. 전파가 닿지 않는 오지를 제외한 전 인류가 머지않아 전염될 터였다.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혼이 연결된 놈들은 전부 네가 바라는 대로 움직일 거야. 물론 네 눈이 먼저 멀어야겠지. 그래야 붉은 씨가 싹트고 나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씀은 제가 장님이 되라는?”
“보는 데서 욕심이 시작되는 건 알지? 탐욕, 식욕, 성욕, 전부다! 꿈을 이루고 싶다고? 그럼 사소한 욕망을 끊어 내야지. 욕망이 들어오는 통로도 함께.”
“아, 그래서 이게 시작됐구나...”
카지노 게임 시력을 잃은 허 상무를 떠올렸다. 감옥 안의 사람도 눈을 가리고 있었다. 노인은 나무 감옥 안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애틋한 후회가 비쳤다.
“저분도...”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제깟 놈이 무슨 평화를...”
“저분은 어르신의...”
“몰라, 저딴 놈.”
“말씀해주십시오.”
노인은 감옥 안 호나를 한참 바라본 후 입을 뗐다.
“전쟁은... 말도 못 하게 끔찍했지. 끊이질 않았고. 다들 뭔 원수를 그렇게 졌는지. 매일 수십, 수백 명이 죽어 나갔지. 저놈이, 저 마음 여린 놈이 그걸 그렇게 괴로워했어. 제 일도 아니면서. 내가 관심 끄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결국에는 저 꼴이 됐지. 어쨌든 그 대가로 사람들은 싸움을 그치고 평화를 얻었지. 근데 어이없는 게 뭔지 알아?”
“......”
“지가 살리겠다고 한 놈들 다 뒈졌어. 저놈 꿈에 꿰인 놈들 다 잠에서 못 깨어났다고. 그리고? 다 굶어 뒈졌어.”
“아......”
“내가... 더 말렸어야 했는데... 아니, 그걸 알려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가 뭘 다 살리겠다고.”
호나는 노인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노인은 후회로 자식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천 년, 그 긴 시간을. 카지노 게임 문득 영화 괴물에서 ‘새끼 잃은 부모 속이 한 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 리 밖에까지 진동한다’던 말이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근데, 얼마 전에 저 섬이 나타난 거야. 우리 핏줄은 그날 다 죽었는데... 게다가 그 비밀도 전승되지 않았을 건데.”
노인이 나무 틈으로 남동쪽 섬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 제가 아까 검은 바위에서 글을 봤는데요.”
“뭔 바위?”
“검은색 사각기둥 같은 바위요.”
“그게 뭔데?”
노인은 바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저 섬 동쪽 바위기둥에 글이 있었습니다. 저분, 호나의 딸들이 쓴 글이요.”
“딸들? 딸들... 이라고? ...그래, 저 놈이 딸들이 있었구먼, 허허. 그 녀석들이 어떻게 꿈속에 그런 걸 남겼을꼬... 허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기억을 남긴 것 같았습니다.”
“그래, 그래서?”
“호나 저분이 돌아가시고 사람들을 깨울 방법을 찾아서 아버지의 고향, 처음 해 뜨는 땅으로 왔다고요.”
“그래? 근데 왜 내가 못 만났을까? 외길이라 못 만날 수가 없는데. 그럼 너는 초모룽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어 이름)에서 온 건가?”
“초모룽마요?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요? 대한민국이요.”
“뭐? 한국? 대한민국이 뭐야? 어느 산이지? 다울라기리(세계 7위의 고봉) 말하는 건가?”
“다울라기리는 또 뭡니까?”
“이 무식한 놈. 7번째로 높은 산 말이야! 뭐 세월이 많이 흘렀다면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럼 그 대한민국은 몇 번째로 높은 산이지?”
“산이요? 대한민국은 산 아닌데요? 그냥 큰 나란데요? 삼면이 바다로 된 나라요. 뭐 좋은 산들이 많긴 하지만.”
“뭐? 바다? 처음 해 뜨는 땅이라며.”
“뭐 어떻게 보면 동쪽 끝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 처음 해 뜨는 땅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처음 해 뜨는 땅이라면 당연히 제일 높은 봉우리를 찾았어야지! 나를 찾아 왔었어야지... 아니면, 차라리 그냥 거기 가만히 있을 것이지. 그랬으면... 그랬었으면... 나를 만났을 것인데...”
노인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노인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마냥 그를 기다릴 수 없었다.
“어르신... 혹시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저는... 그분을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그리고 눈까지 멀어 가면서 이루고 싶은 그런 꿈도 없고요. 그리고 제 꿈을 시작한다 한들 제가 깨어 있는 동안 아내랑 딸은 잠들어서 만날 수도, 얘기할 수도 없잖습니까. 그러면 제가 대단한 꿈을 이룬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노인이 다소 누그러진 눈빛으로 카지노 게임을 바라봤다.
“내가 아는 방법은 그게 다야.”
카지노 게임 나무 틈 멀리 보이는 허 상무의 나무를 바라봤다.
‘내가 죽일 수 있을까? 만약 잘못되면? 수백만, 수억 명이 죽거나 미칠 수도 있잖아. 그래, 백번 양보해서 잘 된다고 하자. 내가 그를 죽이고, 다른 사람들도 다 무사하다고 한들, 남을 죽여서 얻은 행복을 내가 누릴 수 있을까? 아니, 그게 행복이 맞기는 한 걸까? 혹 아내와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끔찍한 살인 장면이 떠오르는 건 아닐까?’
“어르신 다른 방법은 정말로...”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저놈 딸들이 꿈에 뭔가 남겼던 것처럼 무슨 방법이 있을지도. 그래도 다른 사람은 못해.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우리 핏줄뿐이야.”
카지노 게임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고맙다.” 노인이 말했다.
“네?”
“소식 전해줘서. 내 아들놈... 그냥 비참하게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너 같은 자손들이 있었구나. 나도 이제 떠나는 걸 생각해야겠어.”
노인이 다소 홀가분해진 얼굴로 말했다. 반면 카지노 게임의 얼굴은 점점 흙빛이 되어갔다. 노인과의 대화를 곱씹을수록 카지노 게임의 가슴엔 하나씩 바위가 얹혔다. 방법은 없었다. 그는 조금씩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