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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뷔 Mar 17. 2025

38. 꿈의 비석

세경의 집으로 오는 내내 승환 일행은 말이 없었다. 승환은 돌아오는 내내 죽은 섬 생각뿐이었다.


“고기 좀 꾸울까요?”


세경이 처진 분위기를 애써 띄우려 식사 준비를 했다. 노돈과 승환이 같이하겠다고 했으나, 세경은 ‘손님들’이라며 그들을 부엌에서 몰아냈다.


승환은 힘없이 거실 바닥에 앉았다. 아내와 딸 생각에 마음이 끝없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노돈은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아침에 아내의 문자를 확인한 후부터 급격히 어두워진 그였다. 그가 우는 건 평생 놀릴 거리였지만 승환은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승환은 공허하게 여기저기로 시선을 던졌다. 화이트 톤의 심플하고 모던한 가구들, 거실 한켠 잘 정리된 책장에서 세경의 가풍을 느낄 수 있었다. 책장 가운데 잘 보이는 한 칸은 그녀의 가족사진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승환은 몸을 일으켜 그녀의 가족사진에 다가갔다. 세경의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 어느 꽃 만발한 여행지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찍은 사진, 세경의 어린 시절사진 등이 놓여있었다. 승환은 그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집어 들었다. 벚꽃을 배경으로 어린 세경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 사이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승환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비쳤다.


‘어? 이건?’


승환이 사진을 들고 급히 세경에게 향했다.


“세경 씨. 이 사진이요, 이 사진! 여기 어디에요?”

“잘 모르겠는데요? 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아실 거예요. 왜요? 뭐 있어요?”

“여기 이 뒤에 있는 바위요. 이게 그 꿈에 나오는 바위 같아서요.”

“이런 바위가 있었어요?”

“네. 섬 동쪽에 이런 바위가 하나 있었거든요.”

“정말요?”

“네!! 노돈아!! 울보 찔찔이 새끼야! 빨리 와봐!”


노돈이 무슨 일인가 하고 급히 다가왔다. 그의 눈이 빨갰다.


“이거 하품해서 그런 거다.”

“시끄럽고, 내가 꿈에서 봤다던 그 바위 기억나지?”


노돈이 사진 속 바위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이게 그거야?”

“응. 그런 것 같아.”

“뭔가 있나 보다!”


다시 작은 희망이 보였다. 승환과 노돈은 급한 마음에 세경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깨우고 싶었지만, 세경의 단호한 반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밤 10시가 되었지만, 세경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깨지 않았다. 그들은 불안했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깨어났다. 허 상무가 그제야 잠든 모양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났나?” 세경이 말했다.

“어. 손님들 아직 안 가셨네요? 안 바쁘신가 봐요?”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투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 그녀는 어제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다 큰 양반들이 하루 재아줬으면 됐지, 이틀씩이나 말이야...”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노돈과 승환이 못마땅한 듯 혼잣말을 했다. 완전히 무관심했던 그녀는 조금 방어적으로 변해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 손님이다. 어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밤길도 델다주신 분들한테 갑자기 와 그라노?”

“뭐 그건 고마운데, 그래도 여자만 있는 집에 남자들 있는 게 좀 그렇다 아이가.”

“알았다. 안 그래도 내일 아침에 가실 거다.”

“오늘 갔으면 좋겠구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거 좀 봐봐라. 요 사진, 요 어딘데?” 세경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

“야는 사람 인나자마자 정신없구로.”

“아 좀! 여기 어디냐고?”

“있어봐라. 음... 여가 어디더라... 아, 여 거다. 가덕도 그 바닷가에 조그만 산 있잖아. 그 무슨 절 있는데.”

“아 거기?”

“그래.”


세경이 승환과 노돈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기 어딘지 알아요!”

“아, 그래요? 여기서 먼가요?”

“차로 한 50분?”

“지금 가기에는 너무 늦었겠죠?”

“네. 내일 아침 일찍 가시죠.”


섬에서 유일한 인공물로 보였던 바위, 그리고 바위에 담긴 기억들로 미뤄 승환은 분명 그곳에 뭔가 중요한 것이 있을 거로 확신했다. 아니,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세경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허 상무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허 상무 집에 갈라꼬?”

“어. 또 가봐야지. 아 참, 세경아. 너거 외삼촌 돌아가셨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던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무심히 한마디 툭 던졌다.


“어? 에이, 거짓말하지 마라.”

“진짜다. 지난주에 돌아가시가 선산에 모셨다.”


세경은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 진짜가?”

“그래.”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투는 담담했다. 슬픈 기색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승환은 가슴 철렁한 기시감을 느꼈다.


“.......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니 개안나?”

“뭐가?”

“아니, 외삼촌...”


세경은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걸 이제 얘기하면 어떡하는데?! 내 지난 주말에도 내려왔었잖아!”

“깜빡했지. 야는 와 이래 화를 내고 난리고?”

“내가 화 안 내게 생겼나? 외삼촌이다, 외삼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도 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왜 그러는데? 외삼촌이 울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한테 얼마나 지극정성이셨노? 알잖아, 내한테는... 아빠 이상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니는 오빠가 죽었다 카는데 아무렇지도 않나?”

“뭐, 사람이 다 죽는 거지. 그게 내 잘못도 아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발 정신 차리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왜 그러는데...”


세경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노돈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했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승환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떨궜다.


“쟈가 와 저라노.”


세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집을 나섰다.


한참을 지나 세경이 방 밖으로 나왔다.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


“세경 씨 괜찮아요?”


노돈이 물었다.


“......네.” 그녀가 퉁퉁 부은 눈으로 대답했다.

“어렸을 때.... 저희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저는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어쨌든 그 뒤로 외삼촌이 정말 아빠처럼 저랑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보살펴주셨거든요.”

“아...”

“외삼촌이 아들만 둘이라가 저한테 맨날 막내딸, 막내딸 하시면서 엄청 예뻐해 주셨어요. 사촌 오빠들 졸업식에는 안 가도 제 졸업식이나 행사 때는 꼬박꼬박 다 와주셨어요... 아빠 없다고 기죽을까 봐요. 그리고 ...저한테는 진짜 아빠나 다름없었는데... 근데...”


세경의 눈에 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노돈이 세경에게 티슈를 건넸다.


“근데 얼마 전에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으신 거예요. 그래도... 몇 달 더 사실 줄 알았는데......”


세경이 간신히 참았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 꿈 때문이겠죠? 이놈의 꿈 때문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너무 불쌍해요. 외삼촌 암 걸리셨다는 얘기듣고 그래 많이 우시고 힘들어하셨는데. 우리 순둥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금도 마음은 다 뭉그러졌을 건데 슬퍼하지도 못하고... 이게 다 그 꿈 때문이에요! 뭐 이따위 꿈이 다 있냐고요! 대리님, 노돈 씨, 저 이거 어떻게든 해결할 거에요! 어떻게든요!”


수만 명이 죽었지만, 세상의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차분하고 조용했다. 꿈에 지배된, 이성만 남은 지구는 평온하고 조용했지만 한편 생명체 없는 행성 같기도 했다. 승환은 희로애락에서 생명의 소리가 난다는 것, 살아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죽으면 우리 하진이랑 아내도 저러겠네. 함께 했던 추억도, 내 부재에도 아무것도 못 느끼겠지. 아내와 딸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픈데.’


사실 승환은 알고 있었다. 아내와 딸이 이미 감염되었다는 것을. 언제나처럼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애써 부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석상의 모습을 한 아내와 딸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승환은 세경을 따라 한바탕 울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울었다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뭔가마저 놓아버릴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내가 반드시 해결할게. 어떻게 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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