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심’이 초등교사가 연구할 때 가지는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인디스콜라는 ‘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초등교육 당사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7개월 동안 현직 초등교사 7명이 현장연구자가 되어 치열하게 연구했습니다. 개인의 작은 고민이 동교 교사의 설문과 인터뷰를 자양분 삼아 연구로 발전했습니다.
이번 인디스콜라 인터뷰에서는 연구보고서에서는 담기지 않은 현장연구자의 땀과 눈물, 성장을 질문했습니다. 초등교사가 현장연구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연구보고서를 읽을 독자에게 전하는 말,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현장연구자가 되실 동료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총 8건의 인디스콜라 인터뷰는 3/17(월)부터 매주 월, 화에 발행됩니다.
마지막 인터뷰의 주인공은 현장연구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강진아, 변영임, 이평구 멘토입니다.
- 현장연구자분들과의 연구 과정과 멘토님들께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이야기해보았는데요. 현장연구자분들을 멘토링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이 있으셨어요?
강진아:생각보다 필력이 너무 좋으신 거예요. 글을 통해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을 발견해서 너무 기쁘고요. 처음에는 표현이 잘 안되다가, 자신이 느낀 것을 조금씩 적확하게 표현해 가실 때 지도하는 맛이 있다랄까요?
제가 보기에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고 연구를 통해 해방되어 갔던 것 같아요.연구자분들이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요(웃음). 데미안에서 비유한 새가 알에서 나오는 것처럼 연구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껍질을 벗어서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순간을 발견했거든요. 그럴 때 엄청 뿌듯함과 기쁨이 있었어요.
이평구:연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한마디를 위해서 기나긴 과정을 거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뇌피셜’이 아니라, 설문과 선행 연구 분석 같은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결국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학술적 기반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거거든요. 서툴지만 자기가 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을 이 과정들을 통해서 해내셨다고 느꼈을 때 제일 보람 있었어요.
변영임:저는 두 명의 연구자를 담당했고, 두 분 모두 교육경력이 있으신 분들이었어요. 한 분은 소규모 지역에서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셨고, 다른 한 분은 육아 휴직 경험도 있는 평범한 교사예요. 그분들이 성장할 수 있어서 보람됐어요.
또 ‘줄탁동시’라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제가 밖에서 막 쪼는데 연구자분들은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 같았거든요. 어느 순간 같이 쪼고 있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에서도 나에게 호응하고 있다(웃음).제가 연락하기 전에 먼저 더 질문하시기도 하고요.
강진아:아! 저 또 있어요. 친한 선생님이 생긴 게 되게 좋았어요. 교사인 연구자가 비율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방법으로 사유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진 것이 저한테 너무 중요한 거예요. 인디스콜라 중간공유회 끝나고 연구자 한 분과 버스 기다리면서 거의 1시간 넘게 얘기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와줘서 너무 좋았어요.
- 7개월 동안 현장연구자분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셨는데요. 인디스콜라 처음을 돌이켜 보면 현장연구자님들의 어떤 점에서 성장한 것 같나요?
변영임:현장무료 카지노 게임분들이 인디스콜라에서 여러 지역의 연구자(초등교사)를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초등교사는 외부와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고, 교실 안에서 한정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같은 초등교사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교사를 만나면서 고정관념이 깨지고 연구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도 되는 것 같아요.
- 그런 사례가 있었을까요?
변영임:범교과 학습을 주제로 한 연구자분께서 소규모 지역에 오래 계셨거든요. 그 분께서는 범교과 관련한 업무 도구나 안내가 전국 초등학교에 동일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러니까 모두가 나와 똑같은 상황인 줄 알았던 거예요. 연구하면서 지역별로 일하는 방식이나 지침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설문에 지역 부분을 추가하기도 했어요.
또 한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답을 정해놓고 연구를 생각하셨는데요. 나중에는 선행 연구 분석을 열심히 하셔서 자신이 생각한 연구를 왜 할 수 없는지 스스로 깨달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드리는 질문에 선행 연구를 토대로 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학부모를 만나봤다’처럼 경험적으로 이야기하셨는데 나중에는 선행 연구를 빗대서 말씀하시더라고요.
- 다른 멘토님들은 담당하신 현장연구자분들에게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강진아:저로 인한 변화도 있겠지만 참여 자체로 인한 변화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 연구자분은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내면에 강인함이 있고 그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구’가 그분의 통로로 잘 맞는 것 같고요. 꽉 막혀 있던 삶의 흐름에 하나의 통로로 ‘연구’를 만나면서 어떤 힘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다른 연구자분은 교사에 대한 시선이 과거와 지금이 너무 달라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어요. 연구를 수행하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집단적인 문제이고 ‘나의 문제를 이렇게 언어화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해방되는, 변화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질적 연구자는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게 중요한데 전보다 더 친근해지시고 편안해지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평구:연구자분들의 문제의식, 인디스쿨에서 원하는 결과물의 수준, 연구자로서 생각하는 학술적인 글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논리 흐름까지 모두 고려하다 보니 현장무료 카지노 게임분들이 ‘연구자’로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관찰하는 데 있어서 조금은 무관심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럼에도 세 분의 연구자분에게 공통적으로 확인했던 변화는 자신의 문제의식에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논리와 근거를 기반으로 접근했다는 점이에요.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가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인디스콜라의 현장연구자들은 모두 초등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신데요. 현직 초등교사가 연구한다는 점의 강점이나 특징은 무엇일까요?
변영임:현장의 문제에 대해 ‘원래 그런 거야’라고 하면서 문제의식 없이 지나가는 교사도 많아요. 그러면서 불만을 표출하는데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죠..
불만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고 이런 식으로 바꾸면 좋겠다’라고 현장에 있는 교사가 설득력 있게 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학문 영역에서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 중에는 ‘학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아서’도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경험일 뿐이라고 인식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학술지로 발표되거나 공신력 있는 곳에서 인정받았을 때 힘 있는 목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석박사를 원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만 연구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인디스콜라는 꼭 그렇지 않아서 이런 점에서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이평구:제 전공 규모가 큰 편이어서 학생이 많거든요. 그중 3분의 1 정도가 연수 휴직이나 파견으로 오신 현직 교사분들이세요. 그분들은 아카데믹한 언어나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도,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와 그분들만의 시선이 있어요.
저는 질적 연구를 공부하면서 배운 ‘상심’이라는 표현을 좋아하거든요. 그 ‘상심’이 초등교사가 연구할 때 가지는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구해야 할 이유가 크신 분들이 현장에 있는 초등교사분들인 것 같아요.
강진아:제 지도교수님께 상심과 호기심의 크기가 연구의 질을 결정한다고 배웠어요. 교사들에게는 특히 ‘상심’, 다시 말해서 자신의 삶에서 깊이 체감한 상실, 결핍, 부족이 있기에 교사의 연구가 특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교사의 특징, 너무너무 성실하다(웃음). 그런데 연구만큼 성실함이 필요한 영역은 없는 것 같아요. 7개월의 장기 프로젝트에서 한 명도 누락되지 않고 모두 마무리 짓는 경우는 진짜 드문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실함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현장에는 연구할 문제들이 넘쳐나잖아요. 현장의 문제들이 탁상공론이나 현학적인 논의가 아니라 교육 주체와 유리되지 않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초등교사가 하는 연구의 엄청난 강점이죠.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디스콜라 1기가 멘토님들 덕분에 잘 마무리되었어요. 25년에도 2기를 모집할 예정인데요. 이 글을 읽고 인디스콜라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강진아:우리가 교육 현장의 문제에 대해 고통스러워하잖아요.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이나 창구는 다양해요. 집회에 참여하거나 교원 단체에 소속하는 방법도 있고요. 연수를 듣거나 혹은 승진해서 교육 행정을 바꾸는 방법도 있겠고요. 동호회에 참여해서 잠시 잊는 방식도 있겠죠.
만약 ‘연구’라는 방식을 통해 고통을 해소해 보고 싶다면 인디스콜라와 함께 현장연구자로서 우리 삶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연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어서오세요!
이평구:앞선 변영임 멘토님의 말을 빌리자면 불평이나 불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면 연구를 통해서 해보세요. 그럼 더 의미 있고, 자신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경험해 볼 수 있으실 거예요.
변영임:우리가 몸담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 스스로 문제의식을 지닌 교사라면 인디스콜라에 꼭 도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구라는 강력한 무기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