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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록 Oct 30. 2022

와인처럼 익어카지노 게임 사람

카지노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 그러다 취한다

카지노 게임은방충망까지몽땅열어젖히셨다. 창밖에서시원한아침바람과방충망필터도없는풍경이쏟아져들어왔다.


남해 새벽 요가에서 만난 카지노 게임은 원예치료사로 활동하시다 이제는 은퇴를 하시고 남해 에 있는 한적한 산 속에 손수 집과 작은 갤러리를 지으셨다. 갤러리 안에는 수채물감으로 그린 카지노 게임가 가득했다. 푸른 나비 두 마리가 그려진 그림에 마음을 쏙 빼앗겨 품에 안고 나왔다. 그림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니 그림값은 나중에 돈 벌어서 달라며 신용도 없는 방 문객에게 그림을 넘기셨다. 좋아서 웃는 내게 카지노 게임은


"그거, 카지노 게임야."


하셨다. 나비 두 마리가 꽃밭에서 놀고 있는 것 같은 그 그림은, 남해섬이었다. 흙 냄새 가득한 집안으로 들어서니 한창 작업중인 커다란 캔버스가 떡 버티고 서있었다. 캔버스 안 에서는 작은 배 한 척이 큰 바다를 가로 질러 어딘가로 항해 중이었다. 피아노를 지나 윗 쪽으로 올라가보라는 말씀에 피아노를 넘어 책장을 밟고 위로 올라가니 또다른 방이 펼쳐 졌다. '작은 아씨들'에서 사랑도 마다하고 글만 쓰던 주인공 조이가 하루종일 틀어박혀 글 만 쓰고 있을 것 같은 다락방이었다. 책꽂이를 가득 채운 식물에 관한 책들과 시집, 그리 고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들은 선생님이 걸어온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흙으로지으셨나봐요?"

"내가 흙을 다 발랐지. 재미있으니까, 근데 너무 힘들어. 밖에 소주병 봤지?"

선생님이 소주를 연료 삼아 쉬지도 않고 지으셨을 공간에서 시와 그림을 즐기며 방충망도 없는 창으로 들어오는 남해를 들이켰다.

"좋은 걸 하면 안 좋은 것도 좀 섞어줘야 해."


파리에서만났던아저씨가떠올랐다. 플러스가있으면마이너스는자연히따라온다고했던아저씨는언제나넉넉하게웃고계셨다. 낙차에관해서생각한다. 환희의순간이나면부록처럼따라오는허탈감에대해생각한다. 사랑이끝난뒤에감정이끝날때까지빚쟁이처럼쫓아오는상실감을떠올린다. 좋은것을원하려면, 뒤에따라올낙차를디는힘이있어야겠구나. '좋은것을용감하게좋아하려면감당해낼힘을길러야겠구나.' 라고썼다.


"방충망도 안 치시네요."

"방충망을열어둬도생각보다그렇게벌레는들어오지않아. 그리고우리가쟤네가사는곳에들어온것이지, 쟤네가우리가사는곳에들어오는것이아니니까."


문을 열어두어도, 방충망까지 열어두어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쁜 것들은 들어오지 않았 다. 남해에 와서 어느 순간부터 거의 모든 것에 "예스"를 외치며 방충망도 없이 지내보았 는데 삶 속으로 들어온 것들은 필터도 없는 예쁜 것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무례 하게 느낄 수 있었던 말들도 그저 열어두었더니 들어왔다가 나가버렸다.

요즘 '나는 바다다.'라고 가끔 생각한다. 바다를 자주 보아서 그런지 자신이 모든 것보다 크고 넓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득도한 사람처럼 상상하곤 하는데, 상대방 의 말에 주제넘은 말을 붙이려다 말고 그저 받아들일 수 있어져서 좋다.


선생님께서 아로니아 발효 원액을 좀 주시겠다고 하셔서 깔대기와 병을 들고 카지노 게임의 뒤를 밟아 뒤뜰에 있는 보물창고로 향했다. 선생님께서 항아리 안에서 익어가던 아로니아 원액을 한 국자 떠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선생님, 선생님, 벌 이요, 벌.' 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벌에도 좀 쏘이고 하는 거지.' 하시며 비파도 좀 가 져가라며 '비파'라고 적힌 항아리 뚜껑을 여셨다. 벌은 조금 두리번 거리다 날아가버렸다. 한 모금 들이켜보라고 주시는 비파액을 꿀떡 삼키니 꼭 술마시는 사람처럼 크아, 하고 탄 성이 터져나왔다. 카지노 게임은 세월을 후루룩 들이켜는 나를 보며


"그러다취한다."


하셨다.

무슨일이일어나든, '그런일도겪고그러는거지.' 라고말할있는마음이되려면얼마나항해를해야할까. 시간이만드는맛은너무달고귀해서모금만마셨는데도갈증이달아났다. 조금씩아껴가며감사히마셔야지. 시간이카지노 게임것이너무아쉽고달다.


카지노 게임가그려진액자와시간이넘실거리는액기스병을소중히품에안고카지노 게임의타고작업실로돌아왔다. 카지노 게임은작업실앞뜰에있는식물들의정체를알려주시고는나중에글을보여달라고하시며떠나셨다. 앞뜰에는지난세입자가심어둔것인지누군가먹고씨를뱉고가서자라난것인지알길이없는다양한식물들이자라고있었다. 로즈마리를따서물에넣어마셔도되고, 왕성히자라는노란꽃이달린식물은결명자이알이맺히면따서볶아먹어도된다고하셨다. 석류도있고감도있고, 국화도있었다. 아무것도모르던정원무식자에겐그저예쁜나무고풀이었는데, 카지노 게임의눈에는모든것이저마다다른가치를지닌귀한것들이었다.


그날오후엔친구가월요일마다읍내로오는타코야끼트럭에서타코야끼를사들고찾아왔다. 우리에게타코야끼는일주일에한번만맛볼있는특별식이다. 그래서작은코야키알을먹으면서도짭쪼름하고뜨거운맛에감탄하며신나게웃을있다. 카지노 게임에서만난친구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물어보며책으로엮을준비를하고있어서타코야끼친구에게도좋아하는것들을잔뜩물어보았다. 친구는좋아하는영화인'중경삼'주제가를들으며작업실창문한쪽에그림을그려주었다. 아무것도보지않고데로척척그림을그리는친구를한참동안바라보았다. 자신은자신의재능이얼마나빛이나는지알까. 앞뜰에결명자가자란다는이야기를듣고결명자를그려보려했다베시시웃는친구는누군가에게는그저카지노 게임일뿐일지몰라도, 눈에는이제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원래는모두가사랑아닐까

- 김형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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