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만난 사람, 섹시한 J
남해에서만난J의핸드폰에는'카지노 게임사진' 앨범이따로있다. 카지노 게임사진을천장도넘게찍었다는그는아프리카세렝게티초원에서카지노 게임을보고한눈에반해버린후, 한동안카지노 게임만그릴정도로카지노 게임에푹빠졌었다. 카지노 게임이왜좋냐는물음에한참을눈을굴리던J는
"카지노 게임은... 굉장히섹시해."
라고답했다. 남해로아주내려오기전몇달동안그는일주일에한번씩서울에서버스를타고다섯시간을달려남해의한게스트하우스로여행을떠나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남해에 올 때마다 한 게스트 하우스만 계속 간 거야?" "응."
"왜? 다른 데도 가보고 싶지 않았어?"
"응... 굳이이미좋은데가있는데다른곳에가야하나싶어."
J는자신이좋아하는것으로뛰어들어가버리곤다른것에곁눈질하지않는다. 확실한행복을만나면그것을놓지않고뜨겁게사랑해주는카지노 게임이다. 아프리카에서찍어온카지노 게임사진을보여주던J는자신이그린카지노 게임그림을찾아보여주었다. J의눈에비친카지노 게임은흰색바탕에검은줄무늬를가진동물이아니었다. J의카지노 게임은그의애정을만나채도높은선명한색으로가득했다.
J의카지노 게임사랑을알게된날, 그는쉬는날이라며간식을사들고작업실로찾아왔었다. 이야기를나누다보니일을마친그의애인도J를데리러작업실로왔다. J가좋아하는것들에대해서이야기하고있었다고했더니, 그도J가좋아하는것에대해서말하기시작했다. 그모습이참예뻐보였다. 그의눈에도J는다채롭게빛이났다.
남해에처음왔던날이떠올랐다. 노을이깔린남해대교를지나며한눈에이곳과사랑에빠졌었다. 필터라도씌운듯붉게빛나는남해의지족거리를지나칠땐무슨이런로맨틱한시골이다있느냐고썼었다. 그러고보면무언가를정말좋아할때는생각이끼어들틈이별로없다. 도시전체가박물관일정도로화려한곳도가보고, 차도없이배를타고다니는신기한곳에도가보았지만남해만큼마음이편안해지는곳은없었다. 늘어디론가떠나고싶었는데, 이제어디로도떠나고싶지않은것을보면내가사랑하는것은마음을편안하게해주는것이었나보다.
J는인도에길게, 그리고깊게다녀왔다. 처음엔6개월동안, 그리고다시인도로떠나3개월동안머물렀다. 류시화작가가쓴'인도방랑기'를읽고인도로떠났다고한다. 자신의인생은인도의가기전과후로나뉘는것같다며무엇을좋아하고싫어하는지떠나보지않았더라면몰랐을것이라고했다.
"인도는어떤것이좋았어?"
나는물었다.
"인도로 오는 카지노 게임들이 좋았어. 그곳에 있는 내가 좋았고." "인도로 오는 카지노 게임들이 어떤데?"
"음... 다다른데... 하여간특이해."
세상의아름다운것들을다사랑한다는J는다양하게빛나는카지노 게임들을좋아하고, 어디에도끼지못할것같은독특한모양의퍼즐같은카지노 게임들도하나도이상하지않게끼어들어갈수있는인도를사랑한다. 푸른초원에서혼자특이한줄무늬를갖고태어나온갖맹수들의표적이되면서도섹시하게빛나던카지노 게임을사랑하듯그런당당하고섹시한카지노 게임들을사랑하고J에게는그런섹시한당당함이있다.
"맞아. 나책, '그리스인조르바'도좋아해."
J는 덫붙였다. 책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라는 사람은 책으로만 세상을 배우던 주인공과 는 다르게 몸으로 부딪치면서 삶을 살아가던 카지노 게임이다. 우리는 다 겪으면서 살아내고 싶은 사 람들이라고 생각했다.
J는남해로떠나온카지노 게임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모아서쓰고싶다는내게'언니가하는거라면나는할래.' 하며만난지얼마되지도않은내게좋아하는것들을술술털어놓았다. 내가전에크로와상을좋아하는것같았다며크로와상이맛있는베이커리에서내게연락을해온다.
"언니, 크로와상 좀 사갈까?"
나도J의눈에는특이하게빛나는카지노 게임일까. 카지노 게임처럼섹시하다고생각했으면하지만, 내사진을천장가지고있진않으니그것은아닌것같다. 크로와상을보고떠올려주는것만으로충분히 행복하다.
'구석구석사랑하고티끌까지고심하느라최선을다해살아있게된다.'
- 책 '아무튼 피아노' 중, 김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