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자랑이 자랑이 된 시대의 민낯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조언'이라는 핑계로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늘어놓거나 어떻게해야 한다는 식의 훈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들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참기 어려울 때도 있다. 말을 들어주는 상대방을 딛고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거나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제력을 갖고 싶어 하는, 그런 속마음이 너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늘어놓는 조언과 훈계라는 건, 대개는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떠돌아다니는 팩트 조각들이거나 또는 누군가 쉽게 풀이해준 얕은 해설에 근거한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진정한 카지노 게임이란 어떤 관점을 가지고 해석된 의견이지 팩트 그 자체나 쉬운 해설 따위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한번 소비되고 그만인 인스턴트 라면과도 같다.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나고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라면을 맛본다고 해서 내가 그 라면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을 끓이는 행위 말고 말이다.)그건 그냥 남의 것을 구경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나온 라면을 마트에서 사다가 친구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한다 해서 그 권유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이란 아무것도 없다. 마트에 가 보면 누구라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별 의미 없는 팩트가 줄지어 나열되어 있고, 그걸 가지기 위해서는 그저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것을 고른다고 해서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내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레디메이드 기성품에 불과하다.
정말 빛나는 카지노 게임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사유가 축적되어 쌓인 자신만의 해석과 노하우 같은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이라고 불리우는 세계는 그 자체가 어차피 해석과 의견일 뿐이다.팩트의 합이 아니다. 그러니까 라면의 이름 따위가 카지노 게임이 될 순 없다. 그보다는 오랜 경험을 통해 내 몸과 머리에 베인 요리 실력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실력으로서의 카지노 게임이란 쉽게 전달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간단한 레시피로 정리해서 준다 한들, 단번에 받은 사람의 것이 되지도 못한다. 무언가에 대한 쉬운 해설이 이런 정리된 레시피와 같다. 대가의 노하우란몇 그램으로 수치화된 레시피에 다 담기지않는다. 이것을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면 오랜 숙련과 실패의 과정이 또다시 필요하다.결국 백종원의 레시피를 외워 음식을 따라 만들어낸다 한들 단번에 내가 백종원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그저 외운걸 그대로 재현해 내는 '흉내'일뿐이다.(그마저도 쉽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인스턴트 라면과도 같은 조언이란 깊이 없는 '카지노 게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나에게는 맞지 않는 공허한 소리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잘못된 카지노 게임일 경우도 많고 팩트에 근거했다 해도 내가 인생을 살아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하고 보자는 식으로 말을 쏟아내곤 한다. 마치 자신이 강연자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의 강연을 듣자고 그 앞에 앉아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그 분야에 그만큼의 카지노 게임을 갖추고 있지도 못하지 않은가.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쓸데없이 강연하지 말라고 갑자기 무안주기도 뭐하니, 가만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강연 아닌 강연을 듣고 있다보면, 내가 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TV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일방적인 카지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그리고 나 또한 TV를 보고 SNS를 하기에 이미 알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이 태반이다.
TV에 떠들썩한 뉴스는 많아도 삶의 진실은 찾아볼 수 없듯, 이들의 말 또한 마찬가지다. 갖가지 신기한 말들이 많은 듯 보이지만 화려한 겉포장에 불과하다. 포장을 뜯어내면 텅 빈 상자만 남는다. 심지어 TV 속 전문가라고 하는 유명인사들 마저 이런 떠돌아다니는 카지노 게임 조각을 모아 늘어놓는 경우가종종있다. 일례로 얼마 전 한 경제 전문가는 자신의 유명세를 빌미로 잘 알지도 못하는 미술 품평을 늘어놓다가 작가의 작품이 아닌 엉뚱한 그림을 들고 와 '진짜 그림'이라며 찬양을 늘어놓다가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다. 대담하게도 꽤 인기가 있었던 강연 프로그램에 나와서 말이다. 역시나 그의 잘못은 작가와 작품의 카지노 게임를 인터넷을 통해 얻었다는 점이다. 지금사회에서 '카지노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카지노 게임'의 실체가 어떤 지를 잘 드러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어쨌든 그렇다 보니, 카지노 게임를 늘어놓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그리곤 그저 듣기 위해 듣는 이상한 대화가 돼버리고 만다. 어쩌면 다 이놈의 SNS와 카지노 게임 자랑 예능 프로그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그렇다고 그 모든 컨텐츠들이 다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진정 카지노 게임인이라 할 만한 대가의 강연을 듣는 건 아주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카지노 게임으로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두들 자신이 본 카지노 게임 조각을 주워 다른 사람의 앞에 늘어놓기 바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것인 양. 이런 대화는 대화라고 하기 어렵다. 그건 그냥 각자의말을 허공에 날리는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대화란 카지노 게임의 교환이 아니라 영혼의 교감이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