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차:3.8. 토요일, 내내 비 오다 오후 잠깐 해, 그리고는 비
Casar de Cáceres~Cañaveral34Km, 누적 거리 335km
살다 보면 어떤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카미노도 마찬가지다. 이번 '은의 길'을 걸으며 오늘이 첫 번째 고비였다. 모든 게 최악에 가까웠다. 문제는 어제 묵은 알베르게부터였다. 공립 알베르게는 6유로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좁고 옹색했다. 샤워를 하려는데 찬 물에 가까운 미지근한 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고 그만둘까 하다가 이왕 시작한 것, 물을 뿌렸다. 몸이 옹송그려졌다. 하는 둥 마는 둥 씻고 나오니 추위로 몸이 덜덜 떨렸다. 로리아노, 루이스와 함께 장을 봐다가 빠에야를 해 먹고 잠을 자려는데 목이 칼칼해지는 게 아닌가. 급히 비상약으로 가져간 해열제 한 알을 먹었는데도 목이 아파 잠을 자꾸 깨곤 했다.
아침이 되어 바케트와 치즈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알베르게를 나선 시간이 07:00,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판초를 꺼내 뒤집어썼다.왼쪽 종아리가 심히 당긴다. 어젯밤 지오반니에게 마사지를 받았는데도 근육통이 느껴져안티프라민을 바르고 출발했었다. 설상가상 오른쪽 무릎마저 통증이 온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가 여지없는 오리를 닮았다. 인근 바르가 열려 있어서 셋이서 카지노 게임 추천가 카페콘레체로 몸을 따스히 하고 일어서려는데 로리아노가 진통제를 내민다.그렇게 해서 다시 나선 시간은 7:25.
오늘은 어제 Cáceres를 지나오며 멀리 바라보이던 대평원을 지나는 길이다. 비가 거세진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길 좌우편에 있는 관목들이 마구 몸을 흔들어댄다. 누구를 위한 몸짓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다행인 건 길바닥이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질이라서 신발이 흙 범벅이 되지 않는 것. 한 시간이 지나니 신발에 물이 스며든다. 두 시간이 지나선 신발이 다 젖어들어 질퍽거리고, 판초를 뒤집어썼는데도 몸마저 젖어든다. 아무리 기능성 있는 신발이요, 우의인들 무슨 소용이랴. 몇 시간째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추위가 느껴진다. 체온 유지를 위해 걸음을 재촉한다. 모자를 썼으나 우의 모자가 짓눌러 시야를 가린다. 갈림길을 만나도 앞만 보고 나간다. 비는 잦아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나름 빨리 걷는다고 하는데도 몸이 떨린다. 그렇게 11시가 훨씬 지날 무렵 몇 집에 불과한아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사전에 지도를 봤을 때는 마을이 없는 것으로 나왔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 그제서 순례자 안내 앱을 열어보니 웬걸, 카미노 루트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어디서 잘못 접어든 걸까. 따져볼 새도 없이 본래 루트를 찾아야 했다. 8km, 1시간 40분을 걸어야 본래 카미노 루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비는 오지, 중심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분다.몸은 점점 심한 추위를 느꼈다. 극악의 상황에 몰릴수록 침착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동행하는 로리아노에게 미안했다. 누가 앞서 갈 때 길을 잘못 접어들었던 건지 따져볼 입장도 아니다. 포장도로를 따라서 본 루트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지나가는 차들은 일부러 속도를 높여서 달리는 건지 굉음을 내면서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히치 하이킹이라도 해볼까. 차가 지나갈 때마다 둘이서 교대로 팔을 흔들거나 엄지를 들어 표해 보지만 다들 그냥 지나친다. 그도 그럴 것이, 나 같아도 그냥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쥐 꼴을 한 데다 큰 배낭에 판초까지 뒤집어쓴 냄새나는 순례자에게 호의를 베풀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차 몇 대가 그냥 쏜살같이 지나치는 것을 보고 히치 하이킹은 포기했다. 자동차 길은 위험하니 비포장 길로 접어들기로 했다. 한참을 가는데 그동안 내린 비로 불어난 개울물이 가로막는다. 만만해 보이는 지점으로 가서 스틱으로 깊이를 가늠해 보니 20여 센티미터만 남고 다 물에 잠긴다. 어쩌지? 돌아가자니 너무 멀고 그냥 가자니 물이 너무 깊고... 물살이 아주 세지는 않으니 건너기에 위험하지는 않을 듯했다. 내가 군인이었는데 이 정도에 물러나면 안 되겠지. 내가 먼저 나섰다. 스틱을 의지해서 걸어 들어갔다. 점점 깊어져 팬티까지 젖는다. 이번에는 로라이노가 건널 차례, 그는 내가 건너는 모습을 보고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스틱을 건네주면서 안전하게 유도했다. 잠시 휘청거렸지만 무사히 도하, 순례길에 다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여전히 내리는 비, 추위가 가시지 않으니 햇빛 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처지가 되었다.로리아노와 '오 솔레미오'를 간절히 외쳐댔다. 그때 저 앞쪽 하늘에 파란 하늘이 종잇장처럼 아주 엷게 드러났다. 반가웠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뒤에야 비가 잦아들었고. 한참 지나서 드디어 따스한 햇살이 비춘다. 햇빛에 금세 추위가 사라지고 비로소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걷고 또 걸어 호수를 끼고돌아 까미노 본 루트에 합류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데 크게 착각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어제 보았던 대평원이 그냥 대평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우리가 보통 아는 평야처럼 평평한 줄로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대평원 속에 감추어지거나 멀리에서는 볼 수 없던 협곡과 깊은 호수와 절벽, 그 사이로 난 기찻길과 크고 작은 도로들, 그리고 수없는 구릉들이 그 안에 숨은 듯 있었고, 이리저리 카미노가 연결되어 있었다.
악조건 속에 찾아드는 오늘의 목적지Cañaveral도 그리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마을 앞둔 6km 저점부터 저 멀리 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듯 마을은 시야에 들어오는데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돌고 돌고 또 돌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이제 방향 감각마저 혼란스럽다. 북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꾸 남하하거나 동쪽으로 동쪽으로만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을을 2km 앞둔 지점부터 큰 내리막길, 노출된 암반이 비에 젖어 미끄럽기 짝이 없다. 단단히 긴장하면서 스틱을 최대로 활용한다.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라도 찧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당도한 마을 입구, 이제는 오르막 길이다. 숨이 차도록 발을 내디뎌 마침내 알베르게에 발을 들여놓았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렇게 은의 길에서 맞이한첫 카지노 게임 추천를 무사히 넘겼다.알베르게에서 내 준 하얀 옥양목 시트를 깔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세상에 이처럼 좋을 일이 또 있으랴 싶다.
(카지노 게임 추천 16유로. 주방 없으나 와이파이 빵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