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혜화동에서 - 1.
2000년 7월.
'이번 역은 혜화, 혜화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전동차가 역사에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눈앞에 바로 대합실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차에서 서둘러 내리는데, 생각보다 내리는 사람이 꽤 있다. 아무래도 방학이라 학기 때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대학로는 언제나 사람으로 붐빈다. 개찰구를 나서려는데, 앞에 선 아저씨가 표를 찾느라 계속 멈춰 선다. 괜히 초조해진다. 마침내 아저씨가 표를 찾아 개찰구를 나서고, 나는 정기권을 투입구에 넣고 개찰구를 나선다. 두 방향으로 나뉘는 무리들 중에서 습관적으로 학교 방향으로 향하다가 걸음을 돌린다.
'에이, 주중인데 카지노 게임이 왜 이렇게 많아?'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서 인파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피한 후, 1번 출구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른다. 베니건스 방향으로 나오면 다시 뒤를 돌아야 카지노 게임. 여름 햇살이 너무 따갑다.
'샘터 쪽으로 나올 걸'
습관이 무섭다. 등교하던 동선으로 움직이다 보니, 약속장소와 너무 먼 곳으로 나와 버렸다. 심지어 출구 방향도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뒤를 돌아 반쯤 뛰어서 약속 장소로 향카지노 게임. 맥도날드를 지나 수많은 점포들을 지나친다. 가게마다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이 넘쳐난다.
'벌써 보충수업이 끝났나?'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에는 귀염뽀짝한 핸드폰줄이 넘쳐난다. 새하얀 블라우스에 회색 깅엄 체크를 흉내낸 듯한 에이 스커트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네모 반듯한 플립 휴대폰에 핸드폰 줄을 대어 보며 꺄르르댄다. 그 옆을 지나치며, 괜히 자랑하듯 진주색 곡선이 매력적인 애니콜 듀얼폴더폰을 꺼내 외부창을 보니, 벌써 한 시가 다 되어 간다. 그와 동시에 편지 모양의 그림이 떠 있다. 그녀의 메시지다.
'10분정도늦어'
‘그럼 그렇지.’
재촉하던 걸음의 속도를 늦춘다. 짧은 거리를 뛰다시피 걸었더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으읏, 땀냄새가 나면 어떡하지? 다행이다. 아침에 얼마전 구매한 구찌 엔비 카지노 게임를 뿌려서 그런지 땀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다음부턴 카지노 게임를 조금씩 덜어서 가지고 다녀야겠어.’
이상하게도 남자의 향수는 절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조금 둔탁하고 공격적이랄까? 하지만 이 향수와 같은 시트러스 향은 한여름의 끈적함을 사라지게 카지노 게임. 작은 사각 기둥 모양의 향수병이 주는 도도한 매력은 덤이다.
케이에프씨 건물을 끼고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왼쪽에 민들레영토가 있지만 왠지 느낌에 민토는 약간 올드한 느낌이 있다. 20대 중반이 가는 카페 느낌이랄까? 자리가 너무 똑바로 놓여 있는 것도 개성이 없어. 밀레니엄 Y2K 세대에겐 너무 틀에 박혀 있는 듯한 모습이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커다란 원형 간판이 돋보이는 카페, '카지노 게임 채우는 사랑'이 드러난다. 마치 스위스의 언덕 위 집을 옮겨 놓은 듯한 외관이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갓 스물의 나이에겐 이렇게 있어보이는 카페에 드나드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려는, 조악한 디자인의 돌 계단을 올라 카페 입구에 들어선다.
무거운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가면 알프스 소녀로 빙의한 듯한 긴치마와 빨간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긴 생머리의 직원이 나를 맞는다. 두 명이라고 인원을 알려주자, 나를 3층으로 안내카지노 게임. 직원의 안내에 통로를 따라 걷는데, 벌써 2층 안도 손님으로 가득하다. 통창을 향해 나란이 앉은 커플들과 2인석, 4인석을 메우고 수다를 떨고 있는 손님들도 가득하다.
3층으로 올라가면 마치 아무렇게나 놓아진 듯 이렇게 저렇게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홀이 드러난다. 줄도 맞지 않고, 의자와 테이블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더 멋져 보인다. 안내에 따라 덩그러니 홀 중앙 한켠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는다. 다른 카페에 가면 대부분 테이블이 벽에 붙어 있어서 다소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물론 중간중간에 파티션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방에서 시선이 꽂히는 카지노 게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리에 앉자, 직원이 일반 종이컵보다 약간 큰 종이컵에 담긴 차를 건넨다. 두툼하고 빳빳한, 모서리가 둥근 네모 코스타도 함께 놓아준다. 격조있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낸다. 그때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몇층?'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자기야, 3층이야.'
'알았어. 답장 문자 하면 되지, 뭐하러 전화를 걸어. 금방 갈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