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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의 생각 Oct 11. 2024

5 - 시도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동면이인을 찾아서



나는사서-봇들의오작동에 관해 업체에 보고한 뒤, 내일 시작되는 도서 박람회를 위한 최종회의를 준비온라인 카지노 게임.


박람회 준비는 매우 순조롭고 간편했다. 대학 행정용 에이전트에는 멀티모달 AI의 API가 적용되어 있어, 적절한 지시만으로도 단계화된 일정 관리, 방문객 유인을 위한 홍보물 제작 및 유포, 대상 서적 희귀본의 상호대차, 현수막 또는 포스터 디자인 및 발주 등을 큰 수고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절차보다 중요했던 것은 도메인 지식이 개입되는아이디어사람 간의 역할 분배였다.


이미 행사 준비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상태였으므로, 오늘 회의에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해설역할의 배정이었다. 자료 준비도 완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누가 할지만 정하면 되었다. 관례상 이번 회차는 선임인 유지안 과장이 직접 해설할 차례였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서였는지, 그녀는 역할 배정의 안건이 언급될 때마다 ‘다음에 정하자’며 차일피일 미뤄 왔다. 결국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직접 이 안건을 공론화하는 일은 없었다. 나와 내 후배는 하는 수 없이 그녀 대신 해설 역할을 자원할 각오를 다져야만 했다-도서관 직원은 지안과 나, 그리고 후배인 하린, 이렇게 단 세 명뿐이었다-. 하린과 나는 회의 시작 전, 지안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누가 해설을 자원할지 협의하기로 했다.


“선배가 요전에 ‘사르트르’ 해설했으니까, 이번엔 제가 할게요.”


먼저 자원한 것은 지안이었다. 그녀가 먼저 양보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기특한 일이었지만,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번 기획에서 그녀의 역할은 홍보 및 전시였으므로, 지안이나 나처럼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만약 그녀가 회의가 끝난 뒤 종일 자료를 숙독한다고 해도 완성도는 매우 부족할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녀의 발표 실력이 의심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완성도가 낮은 해설을 떠밀리듯 수행하게 되면, 그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떠올랐을 뿐이다.


나는 염려스럽다는 듯 입술을 깨물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겠어?”


그러나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체념을 토로해 왔다.


“어쩔 수 없죠, 뭐. 순서를 따져도, 짬을 따져도 제가 하는 게 맞는데요, 뭐.”


역시 그녀의 ‘자원’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니, 더 걱정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흠…. 이렇게 하자.”


나는 그녀에게 ‘내가 해설 역할을 두 번 연속으로 해도 되는 명분’을 제시해 주기로 했다. 만약 내 쪽에서 명분을 줬음에도 그녀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그녀의 선택일 터였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요?”


“가위바위보 하자. 진 사람이 해설 맡는 것으로.”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진심이세요, 선배? 무슨 업무적인 결정을 가위바위보로 해요.”


나는 그녀가 내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웃음기를 덜어내며 대답했다.


“어차피 우리 둘 다 원래 해설할 차례는 아니잖아.”


“흠…. 그래도 그건 좀….”


설득력이 부족했는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너, 홍보ㆍ전시하느라 자료도 겉핥기식으로 속독했을 거 아냐. 나는 계획하고 자료 준비하느라 조금 더 꼼꼼하게 읽었거든.”


“….”


조금 망설여지는지 선뜻 대답이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네가 부담스러울까 봐 가위바위보 하자고 하는 거야. 그 대신 내가 지면, 네가 다음에 연속으로 두 번 하면 되지. 그때 내가 홍보ㆍ전시 할게.”


그녀는 허공을 응시하며 침묵으로 일관온라인 카지노 게임.


“….”


“미안해서 그래? 혹시, 그냥 네가 해설하고 싶어서….”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허를 찌르는 기습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괘씸하다’는 생각보다 내 몸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렇게 하린과 나는 서너 번인가 무승부를 되풀이했는데, 하필 도중에 통유리로 된 사무실 문 너머로 지안의 실루엣이 드리웠다.


“가위바위보!”


잠시 시선을 판 사이에 하린은 승리를 거머쥐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지안이 사무실로 입장하면서, 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뒤늦게 괘씸하다는 감상이 떠올랐지만, 허탈한 웃음으로 무마할 수밖에…. 어차피 이렇게 되기를 의도한 것이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 빼고 무슨 내기라도 했나 봐요?”


지안이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도 우리가 가위바위보 하는 모습을 목격한 모양이었다.


회의는 단조로웠다. 최종회의였던 만큼, 대화는 그동안의 제반 사항에 관한 검토를 위주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 안건’이 나오기만을 회의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해설만 정하면 될 것 같은데…. 관련해서 여러분께 좀 죄송한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지안이 쓰고 있던 안경을 자료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린을 힐끔 쳐다본 뒤, 지안의 말을 가로챘다.


“선배님, 그 해설 말인데요. 그냥 제가 할게요.”


지안이 다시 안경을 쓰며 되물었다.


“기성 씨가 한다구요?”


“네.”


나는 그녀가 확신할 수 있도록 일부러 간결하게 대답했다.


“저야 고맙긴 한데, 지난번 해설도 기성 씨가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요. 이번 해설까지는 제가 하고 싶어서요. 제가 기획이랑 상호대차 단계부터 선배님이랑 의견도 더 많이 나눴잖아요. 그리고 저 여기 철학과 출신이라서, 철학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워낙 고리타분한 취미라서 이런 얘기 실컷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없어서요.”


절반은 진심이고, 절반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확실히 철학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철학이 나에게 정답을 강요하지 않아서이지, 내가 철학을 떠들어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


“흠…. 그래도 조금 미안한데….”


“그리고 선배님도 철학 자체보다는 서정적인 표현 위주로 독서하시는 편이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런 ‘느낌’보다는 사색에 더 강한 편이어서 선배님이 감상적인 요점만 좀 첨언 주시면, 대본도 금방 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얼개만 나오면, 에이전트가 다 해주니까, 오늘 퇴근 전까지 충분히 가능합니다. 도와주실 거죠?”


“진 선배가 말을 잘 하기는 해요, 과장님.”


잠자코 있던 하린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원 사격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가위바위보 안 했으면, 큰일날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린 씨 근데, 혹시 아까 기성 씨랑 가위바위보 한 거, 해설 역할 때문에 한 거 아니죠?”


내 생각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지안은 핵심을 찌르며 질문온라인 카지노 게임.


“에이, 과장님,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온라인 카지노 게임.


“선배님, 그거 그냥 장난이었어요.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오늘사서-봇 대신서고 확인하자고 내기했거든요.”


실언이었다. 나는 오늘 일찍 퇴근하고 소희의 화실에 들러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서고도직접확인해야 하네요.사서-OS수리는 오래 걸린다던가요?”


“흠, 그게…. 오늘 끝날 것 같긴 한데요. 고백을 하나 하자면….”


“뭔가요?”


설마 이렇게 고백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사실 제가 옛날에 사서-봇들한테 가위바위보 시킨 적이 있는데…. 그 뒤로 틈날 때마다 자기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기성 씨가 장난쳐서 그렇게 된 거였어요?”


지안은 실소하며 되물었다. 다행히 그녀는 화를 내고 있지는 않았다.


“네…. 업체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했고요. 누가 로봇한테 서로 가위바위보를 시키냐며 어이없어하더라고요. 요즘 데이터셋이 워낙 촘촘해서 할루시네이션도 잘 안 생기는데, 잘도 빈틈을 찾아냈다면서, 이것도 나름 피드백이니까 오류 수정은 무상으로 해준다고 합니다.”


“푸하, 그러니까 내가 저 로봇들, 가위바위보 한다고 얘기했었잖아요. 그때는 안 믿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두 여자는 동시에 폭소하며 업체 직원의 의견-내 과거 실험에 대한 의견-에 공감을 보냈다. 나는 느슨해진 분위기를 틈타, 내가 했던 그 ‘어이없는 실험’을 변호했다.


“아니, 왜 그때, 쟤들 처음 들어오고 나서, 우리 직원들 많이 퇴직했잖아요. 그래서 나름 반감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대학 도서관이사서를 기계랑 맞바꿀 수 있느냐’는 생각이었죠.”


나는 이어서 말했다.


“결국 당시 우리 학교가직원들을 기계처럼 대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기계가 사람처럼 구는 것만 할루시네이션인가요.사람이 기계가 되는 일도 할루시네이션 아닌가요. 하여간 사람들 참….”


나는 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으스대며 말했다.


“오, 선배, 방금 그거 혹시 펀치-라인?”


하린이 고개를 젖히며 삿대질을 해댔다. 나는 ‘좀 괜찮았냐’는 뜻으로 주먹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도 손가락을 접고 주먹을 맞부딪쳐 주었다. 바로 그때, 지안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오, 기성 씨 방금 그 말 좀 인상 깊은데? 내일 해설할 때, 예시로 써먹는 거 어때요.”


“오?”


나는 감탄했다.


“오.”


하린도 감탄한 것 같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사진:Unsplash의 Elisa Calvet B.



회의가 끝나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 돌아와 업무용 메신저를 확인했다. 가장 최근에 도착한 메시지 중, 사서-봇 OS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메시지 안에는 ‘에이전트에게 지시해서 사서-봇들이 진행 중인현안을 팔로우-업할 수 있도록 연결만 하면,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오늘 서고 확인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퇴근을 제때 해도 된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문득 업무로 인해 잠시 제쳐두었던동면이인의 난제가 떠올랐다. 나는 A.X.A의 채팅 목록에서 길호가 새로 만든[동면이인 조사계획]의 채팅창을 활성화온라인 카지노 게임.


진기명기 : 길호 형, 혹시 말 걸어 봤어요?


나는 휴대폰을 모니터 아래에 새워두고, 에이전트가 작성해 둔카뮈와 쿤데라의 눈으로 본 카프카의 문장을 훑어 내렸다.


1.카프카의 소설에 대한밀란 쿤데라의 관점
밀란 쿤데라는 소설을 인간의 실존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그는 인간의 내적 모순과 이중성을 파헤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


팅.


나는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돈나무숲속의왕자 : 어 ㅋ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내가 걔한테 더 딥페이크냐고 노빠꾸로 물어봤거든?

풋살여제 : 헉 ㅋㅋㅋㅋㅋ

진기명기 : 너무 직진인데 이거... 차단당하면, 정체를 밝히기 어려워질 텐데요;;


나는 길호의 온라인에서만 발휘되는 용맹함-무모함-에 새삼 감탄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도 표리부동한 인간인 주제에’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라 내면적인 무례를 중단하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돈나무숲속의왕자 : 나도 아차 싶었는데, 차단은 안 하더라고 ㅋㅋㅋ

풋살여제 : 와 진짜 다행이다 ㅋㅋㅋ 나였으면, 바로 차단했을 텐데 ㅋㅋㅋㅋㅋ

진기명기 : 정희는 뭐 소식 없나?

풋살여제 : 사진

풋살여제 : 아직 나 봤다는 얘기 또 안 나오기는 했는데 나오면 바로 얘기해 드릴게요 ㅎㅎㅎ


정희는 풋살장에서 찍은 사진을 채팅방에 공유했다. 아무래도 지금 한창 콘텐츠 촬영을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저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정희는 더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돈나무숲속의왕자 : 너는 말 걸어봤음? ㅋㅋㅋ

진기명기 : 저는 일 중이라 아직 안 해봤는데, 한번 해보고 다시 올게요.


나는 채팅방을 빠져나와 A.X.A의 AI를 호출했다.


CharleyMike 프로필 좀 띄워줘, A.X.A.


네, 진기명기 님, CharleyMike 프로필로 이동할게요.


A.X.A가 띄워준 화면에 바둑판 형식으로 정렬된 ‘그놈’의 사진들이 나타났다. 역시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5년 전부터‘이놈’이 내 사진을 도용했다는 사실이었다. 기술이 진화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왔다는 것은 진즉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역시 5년 전부터 이렇게-모공이나 윤곽선마저 완벽하게-자연스럽고 정교한 묘사가 가능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것만큼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설령 그런 기술이 가능했다손 치더라도,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내 사진을 도용했다는 말인가. 근 5년 안에 나에게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했던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딥페이크 범죄로 명예를 잃을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다-‘이놈’의 계정에는 비정상적인 게시글이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화려하고 평범한 일상을,있는 그대로솔직한 자신의 삶을-‘얼굴’만을 제외한 채-대중 앞에 당당히 전시해 왔다.


“A.X.A, 나 이 사람이랑 온라인 카지노 게임 좀 해볼게.”


“CharleyMike 님과 채팅을 시도하겠습니다. 어떤 말로 첫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시작하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랑 똑같이 생기셨네요.”


“CharleyMike 님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수락하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다시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차피 익숙한 내용들이기에 조금 더 속도감 있게 개요를 훑어 나갔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 대목쯤 와서 발견된이견때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3. 쿤데라와 카뮈의 눈으로 본 카프카
…두 철학자의 눈으로 본 카프카의 작품세계는 단순히 억압적인 세상 속에서 절망하는 존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복잡성과 부조리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견’은 AI가 쿤데라를 철학자로 언급하는 대목이었다. 카뮈라면 몰라도, 쿤데라를 과연 ‘철학자’로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된 관점이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쿤데라의 작품이 ‘철학적인 사고 실험’에 가깝다는 사실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쿤데라는 철학자보다 소설가의 정체성으로 자신을 소개할 거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업무용 에이전트를 실행해, AI에게 나의이견을 표출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학 도서관 진기성 : 이 개요에서 네가 쿤데라를 ‘철학자’로 소개하고 있는데, 쿤데라는 정작 본인을 철학자보다는 소설가로 소개하지 않을까?


그러자, 에이전트는 자신의 의견을 바꾸어 내가 듣기 좋은 새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스콜라 : 맞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자신을 철학자라기보다는 소설가로 더 자주 소개했으며, 스스로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 실제로 쿤데라는 ….

대학 도서관 진기성 :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철학자'로 제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스콜라 : 좋은 지적이네요! 사실 밀란 쿤데라를 ‘철학자’로 언급한 이유는…엄밀히 따지면, 소설가로서의 정체성이 그에게 더 중요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 이제부터는 쿤데라를 언급할 때, 그를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는 소설가라고 더 정확하게 소개해야겠군요!


‘어이가 없네.’


나는 지금 이 에이전트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내 장단에 맞춰주고 있는 것인지 분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 말도할루시네이션이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하면, 오히려인공지능이의견을 갖는다고 착각하여이견을 표출했던 내 행동이 더 할루시네이션에 가까웠을 것이다. 결국 내일 있을 해설은 내 의견으로 점철된 이야기가 될 터였다. 에이전트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여기서 끝났다.


팅.


마침 ‘그놈’에게 답장이 온 모양이었다.


“CharleyMike 님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수락했습니다. 즐거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되시길!”


대화창을 열며, 나는 살짝 떨고 있는 나 자신의 움직임-마음의 떨림-을 느꼈다.


CharleyMike : 안녕하세요. 저도 당신 계정을 확인하고 왔는데... 이거 정말 놀랍군요...

CharleyMike : 저는 버지니아 주에 사는 재미교포예요. 한국 이름은 ‘허자현’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본명을 여쭤봐도 될까요?


‘그놈’의 태도는, 마치 자신도 ‘나’의 존재가 신기하다는 듯 뻔뻔하고 태연온라인 카지노 게임.


“A.X.A, 이 CharleyMike라는 사람의 사진이 내 얼굴이랑 너무 똑같은데, 이 사진들이딥페이크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왜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을 못 했을까’라고 혼자 중얼거려 보아도,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다. 막상 상대가 이름을 물어 오니, 내 정보를 주는 것이 과연 안전한 행동이 맞을지 걱정이 된 것이겠지. 오히려 지금이라도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진기명기 님, CharleyMike 님의 사진이 진기명기 님의 사진을 도용한 ‘딥페이크’일 확률은0%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우선, CharleyMike 님의 게시글 속에 ‘동영상’ 자료가 있을 경우, 조금 더 정밀하게 딥페이크 여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영상’의 합성보다 ‘사진’의 합성이 더 정교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harleyMike 님의 게시글 중에 ‘동영상’ 자료는 없었습니다.”


“‘동영상’ 자료의 부재는 CharleyMike 님의 계정이 가짜일 가능성을 판별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게다가 제가 지닌 매개변수를 모두 활용해 두 분의 사진을 비교해 본 결과, 진기명기 님의 사진 속 인물과 CharleyMike 님의 사진 속 인물은 99.999%의 일치율을 보입니다.”


“여기에 CharleyMike 님의 첫 게시물이 5년 전에 올라왔다는 점은 CharleyMike 님의 사진이 가짜일 확률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어 줍니다. 현존하는 딥페이크 기술의 수준은 AI의 매개변수를 활용해 대부분 판별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기명기 님과 CharleyMike 님의 사진 속 일치율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으로, CharleyMike 님이 진기명기 님이 촬영한 사진 자체를 도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100% 같은 얼굴로 태어날 가능성은?”


“사람이 100% 같은 얼굴로 태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인간의 얼굴은 유전적 다양성, 환경적 요인, 그리고 얼굴 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들로 인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조합을 갖습니다.”


“게다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조차 미세한 차이를 갖는 법입니다. 심지어 쌍둥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 생활 습관, 환경적인 영향 등 때문에 외모적인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 둘이 태어날 가능성은사실상0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문은 원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결국 ‘이놈’의 정체를 밝혀내려면, ‘이놈’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길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이놈’에게 나의 이름을 알려주어야 했다.


진기명기 : 제 이름은 ‘진기성’입니다. 너무 신기해서 그러는데, 종종 궁금한 점이 생기면, 같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나눠도 좋을까요?

CharleyMike : By all means ;) 오히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걸요.


나는 어찌 됐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고, 퇴근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오늘 있었던 일을 소희에게 들려주면, 그녀도 분명 놀라워하며 흥미를 느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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