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리뷰
▷한줄소감 : 혼돈은 질서를, 질서는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무한루프 같은 실존과 인식 속카지노 가입 쿠폰 자유를 발견하다
▷도서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Why Fish Don’t Exist) / Lulu Miller, 2021.12월
이 세상의 질서는 누가 세우는 것일까? 신적 권위를 대리하는 사람들은 무오(無誤)한가? 실재와 인식간의 오류는 없는가? 한번 정해진 사실들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런 질문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충격적 결말의 서사가 드러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자.
‘혼돈’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부여하는 신적 권위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은 그 중요성에 따라 정해진 위치가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Ladder of Being = 라틴어 Scala Naturae = The Great Chain of Being)’는 오랫동안 정치, 사회, 문화, 종교를 지배해왔다.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신으로부터 천사, 악마(타락한 천사), 별, 달, 왕, 왕자, 귀족, 평민, 야생 동물, 가축, 나무, 기타 식물, 보석, 귀금속, 기타 광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과 생명계에는 엄격한 종교적 위계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자연의 사다리(Scala Naturae) 또는 존재의 대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 개념도
① Ramon Llull(1305년), ② Didacus Valades(1579년), ③ Robert Fludd(1617년) ④ Alexander Pope(1688~1744년), ⑤⑥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개념도와 생명의 나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가 천착하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초대 총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이 우생학(優生學, eugenics)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류 분류학자로서 물고기들을 범주화하고 명명(Naming)하는 일이나, <우생학에서 주장하는 유전적 정화를 위해 ‘부적합자’-빈민, 술꾼, 백치, 천치, 바보, 도덕적 타락자-들을 박멸하여 우월적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모두 생명 자연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는 그 완전함의 정도에 따라 일직선상에 끊임없이 배열할 수 있다고 믿는 ‘자연의 사다리’에 그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고기 1만 3천여 종 중 2,500종 이상을 명명해낸 데이비드 스타 조던 자신이었기에 이제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격리하고, 제거함으로써 ‘혼돈’된 세상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부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조던은 퇴화해 가는 인류를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구출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는 ‘자기기만’과 ‘긍정적 착각’으로 자신만의 우월적 세계관에 갇히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그는 자연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 관한 믿음을 칼날처럼 휘두르며, 인류를 구원할 가장 건전한, 아니 유일한 방법은 불임화라고 사람들을 설득했다.(p204)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 때문에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p222)
실제로 미국카지노 가입 쿠폰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부적합’으로 판정된 사람들의 생식기를 잘라내는 우생학적 불임화가 단종법(斷種法)이라는 합법적 테두리 안카지노 가입 쿠폰 시행되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그것도 미국이 세계 최초로 국가정책으로 시행되었다니…… 주로 흑인, 히스패닉계, 일본 이민자, 아메리카 원주민, 성적 소수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대상이었던 것은 인종차별적 지배 이데올로기로 단종법이 활용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독일 나치의 인종청소와 다름 아니다. 미국카지노 가입 쿠폰 1974년 단종법이 폐지될 때까지 수십만 명이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우생학의 주장에 대해 당시 다윈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이 세상의 생물들은 단 하나의 유전적 요인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우월적' 유전 형질의 모호성과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환경적 요인의 통계적 유의성확인은 <우생학을 더 이상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자연과 생명을 들여다보는 방식 중 하나인 ‘민들레 법칙’카지노 가입 쿠폰 볼 수 있듯이 질서 정연한 사다리가 존재한다는 계층구조화 방식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 세계를 설명해 내기 어렵다. 우생학적 관점에서는 우리는 금세 사라질 점위의 점위의 점의 존재일지 모르지만,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임을 민들레 법칙은 말해 주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p226~227)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이,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 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p227)
어쩌면 선을 긋는 것은 혼돈스러운 세계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부여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처럼 보인다. 선긋기의 다른 이름인 집단화, 계통화, 범주화, 추상화, 계층화, 서열화 등은 문제 분석 및 인식의 유용한 기법들로 활용된다. 단순 분류 차원카지노 가입 쿠폰 벗어나 선 하나로 옳고 틀리고,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음을 구분해 버린다. 이 얼마나 간편한 방법인가?
그러나, 이 세상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우리 사는 세상은 저마다 쏘아대는 레이저 광선들이 거미줄과 같이 얽히고설켜 있는 곳이다. 그 무수히 많은 선카지노 가입 쿠폰 왔다 갔다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모습아니던가? 카지노 가입 쿠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혼돈스럽기 짝이 없다. 혼돈 → 선긋기 → 카지노 가입 쿠폰 → 복잡의 증폭 → 혼돈 → 선긋기......와 같이 무한루프처럼 혼돈과 카지노 가입 쿠폰가 반복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체이다. 애초에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학적 사실보다는 인간의 편의에 근거한 ‘세계의 규칙’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탈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자연의 카지노 가입 쿠폰는 계급구조의 사다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지배자들의 족쇄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류’의 종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인간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들을 ‘직관’에 의존하여 분류해 왔다. 물에 사는 것은 ‘어류’, 하늘을 나는 것은 ‘조류’ 이런 식이다. 그러나 최근에 과학의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생물의 공통점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파충류인 줄 알았던 공룡은 ‘조류’에 속한다는 사실, ‘어류’에 속한 물고기들은 과학적인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그토록 평생을 바쳐 연구한 어류라는 범주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1980년대 분기학(cladistics)의 등장은 기존의 범주화 방식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어류의 죽음’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결정적으로 ‘어류’라는 기존의 범주는 ‘하나의 진화적 집단은 특정한 한 조상의 모든 자손을 포함해야 하며, 다른 것은 하나도 포함해서는 안 되는 분기의 원칙’(p237)을 위배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p240)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라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헛소리라는 진실 말이다. … 그것은 “빨간 점이 있는 모든 동물”이 한 범주에 속한다는 말이거나 “시끄러운 모든 포유동물은 한 범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p240)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p242)
그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카지노 가입 쿠폰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p251)
그러나, ‘어류의 죽음’이 밝혀진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물고기’ 범주를 사용한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생물들 중 상당수가 포유류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편의상 ‘물고기’로 통칭한다. 그것은 ‘직관’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지금까지 ‘우리가 틀린 사실을 배워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생물을 범주화하는 신적 권위의 대리인으로서 우월적 권위도 버리고 싶지도 않다.그것은 마치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배교와 같은 행위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과학적 사실이 종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천동설을 믿던 시절에 지구가 돈다는 미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범주는 가까운 사촌들을 우리에게서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잘못된 거리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상상 속 사다리카지노 가입 쿠폰 우리가 차지하는 제일 윗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p242)
과학자들이 나머지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큰 죄를 범하는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침팬지의 “키스”를 “입과 입 접촉”이라고 부르고, 영장류의 “친구”를 “특히 좋아하는 제휴 파트너”라고 부르며, 까마귀와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에 대해서는 인류를 정의하는 종류의 도구 제작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해석한다.(p251)
인간의 불완전성의 인정 그리고, 열린 세계로의 발걸음
이제 우리는 이 책의 제목처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배워왔던 사실들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 세계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틀릴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의 정상카지노 가입 쿠폰 내려와야 한다.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민들레 하나에도 생명의 구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모든 객체들도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창을 열어젖혀야 한다.
※ 책 253페이지 이후의 <에필로그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혼돈의 세상 속에서 질서를 거부하는 저자의 고백은 이 책의 제목과 맞닿아 있다. 그것도 어쩌면 끝이 없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일 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회의로 닦인다는 것. (p250)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p252)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p263)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카지노 가입 쿠폰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p264)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p267)
202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