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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갯짓 Dec 18. 2024

봉숭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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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꽃



손 끝에 걸린 붉은 입술

어떤 말이든 금세 쏟아낼 듯했지만

고요도 함께 손 끝에 내려앉았다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쏟아내고 싶어

말하고 싶어


어떤 목적어가 와도 아무렴 괜찮아

그저 할 수만 있다면


지난여름 내내 갇혀버린 수런거림이

손 끝 가득 꽃잎처럼 물들었지만

서성이던 오래된 문장은

두 계절이 지나고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울고 싶어

나가고 싶어

듣고 싶어


글썽이던 말들은 입 속에서 어지럽게 흩어진다.


꽃잎이 떨어지자

눈송이가 춤추듯 가볍게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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