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
손 끝에 걸린 붉은 입술
어떤 말이든 금세 쏟아낼 듯했지만
고요도 함께 손 끝에 내려앉았다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쏟아내고 싶어
말하고 싶어
어떤 목적어가 와도 아무렴 괜찮아
그저 할 수만 있다면
지난여름 내내 갇혀버린 수런거림이
손 끝 가득 꽃잎처럼 물들었지만
서성이던 오래된 문장은
두 계절이 지나고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울고 싶어
나가고 싶어
듣고 싶어
글썽이던 말들은 입 속에서 어지럽게 흩어진다.
꽃잎이 떨어지자
눈송이가 춤추듯 가볍게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