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보약일지도
전 작은텃밭에서 카지노 게임을 캡니다.
초록 넝쿨 사이로 반짝이는 토마토, 황금빛 햇살을 품은 호박,탐스러운 가지, 흙을 헤집을 때나타나는 감자... 제 작은 텃밭이 마치 보물을 캐는 광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 오늘의카지노 게임은 래디쉬( 서양열무라고 보시면 돼요)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겨울철이라해도영하로 내려가질 않아서 열무나 래디쉬류의 씨를 뿌리면6주후면 수확이 가능해요. 시간차를 두고 군데군데 씨를 뿌려두면 계속 수확할 수 있지요. 뽑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카지노 게임을 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보면 투명한 붉은색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아, 이렇게 씻어놓으면 목욕을 금방 끝낸 아기피부처럼 뽀송뽀송 반짝반짝 빛이 나요.
예쁘니까 그림을 그려야겠죠.
저만의 애정표현입니다.
부모들이 자식 키울 때 남보기엔 맨날 똑같은 모습인데도 밥먹일 때마다 찍고, 놀이터 갈 때마다 또 찍어대는그 이유와 똑같습니다. 부모눈엔 일단 자식들의 모든 게 너무 이쁘고, 너무 소중하고, 쑥쑥 크는 게 신기해서 그런 거잖아요. 요렇게 이쁠 때를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거죠. 그때의 내 행복함도 담아서찰칵찰칵.
씨 뿌려 직접 키운 애들이라식물에게도그런 애정이 생기네요.
엄마표 레시피까지 적어두고 나면 괜히 뿌듯합니다. 열무야 너도 기쁘지?
# 자작한 래디쉬 물김치
육수는 다시마, 양파, 무, 그리고 다듬고 남은 열무 꼭지로 끓입니다. 이렇게 하면 키운 열무를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죠. 건더기는 다시 흙으로 돌려주니 쓰레기도 생기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난 것은 이렇게 순환이 되는데, 왜 인간이 만든 것들은 썩지도 않고 지구를 괴롭히는 걸까요?
양념재료를 육수와 함께 블랜더로 윙~ 갈아서 소금, 액젓으로 간하면 끝이에요. 간단하죠?
육수가 식을 동안 양파, 파프리카 채도 썰어서 올렸어요.
오호~ 요 색깔 보세요.
입으로 먹기도 전에 벌써 맛있어요.
자, 이제 식힌 양념물을 부었어요.
하루 주방벤치 위에 뒀다가 냉장보관 하면 바로 먹어도 됩니다. 열무비빔밥, 열무비빔국수로한동안 식탁에 오르실 분들입니다.
슈퍼마켓에서는 몇 초 만에 열무 한두 단쯤 가볍게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돈을 내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 편리함 속에서, 카지노 게임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흙을 만지고, 씨를 심고,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 기다리고, 가꾸고, 마침내 수확하는 기쁨. 키운 자만이 느끼는 감사함과 감격. 손에 흙을 묻혀본 사람만 아는 작지만 큰 선물이 어느새 우리 삶에서 사라졌습니다.
1970년대,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카지노 게임에게 근대화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카지노 게임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편리함 속에서 삶은 점점 삭막해져 가고, 어느 순간 카지노 게임는 자연과도, 서로와도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데.
그런데 이렇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보니, 그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카지노 게임 안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던 것들이요—통합, 조화, 과정, 순리, 감사,나눔...
흙을 만지고, 씨를 심고, 기다리는 동안 그 잃어버린 흐름이 다시금 내 안에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멸종되어 가던 무언가가,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내 안에서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래디쉬 물김치는 보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