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방치되어도 행색이 꾀죄죄
식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
2주간 집을 비웠더니바질은 몽땅 꽃이 피어버렸고( 자주 잎끝을 잘라주지 않으면 금방 꽃이 피고 시즌이 끝나버리는 특징이 있다.) 토마토는 폭탄머리된사람처럼 잎과 줄기가 뒤엉켰고,파드득나물은 멋대로 뻗고 수확해야 할 까만 씨들이 곧 떨어질 것 같았다. 씨 뿌려둔 상추와 갓 새싹들은 서로를 밀치며 숨 가쁘게 자라고 있었다.대체 어디 갔었냐고 볼멘소리들을 하는 것 같다.
미안미안. 엄마 보러 갔었어.얼른 솎아서 넓게 심어줄게.
파종과 성장기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출국 당일 아침에 당근, 상추, 시금치, 코리안다, 딜, 갓, 열무씨들을 비어있는 공간에 심어놓고, 남편에게 물 주기를 부탁하고 갔더니 싹들이 소복하게 모두 잘 자라나고 있었다.
고마워. 여보.
엉클어진 폭탄머리 같던 토마토는
잎과 줄기를 솎아내자아주말끔해졌다.
공기도 잘 통하고, 영양도 열매로 집중되어이제
잘 자랄 거다.이제 햇볕 실컷 보게 돼서 좋지?
엉망진창으로 자란 파드득나물도
한 뭉치 잘라내어 씨앗은털어서받아두고,
남은 잎과 줄기는 점심상에 올리려고다듬었다.
오크라는 스무 개나 수확했다.
낯선 채소라, 이렇게 많은 양을 어디에 쓸지
이제 알아봐야 한다.
오전 내내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손을 대고 나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잠시의 무관심이 이렇게 빠르게 드러나는 것을 보며,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관계도, 나 자신도
돌봄 없이 방치되면 금세 엉클어지고메말라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매일 돌아보듯,
내 안의 마음밭과 소중한 이들을 향해
책임감 있게 발소리를 내면서 살아야겠다.
삶은 그렇게돌보는 것임을
오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말없이 가르쳐준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