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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27. 2025

10년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던 날

"교묘하다. 묘하다. 애매하다가 무슨 뜻이?"

"시화가 뭐야?"

"잘 모르겠는데"

"아는 게 뭐야?

"그러게"

"승전은 뭐지?"

"검색해 봐"

"작가면서 그것도 몰라?"

참을 인자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이번 달부터 갑자기 국어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풀어야겠단다. 그것도 세 권이나. 답지를 나에게 넘긴다. 매일 매겨달란다. 할 일도 많아 귀찮았지만 내심 기특했다. 뭐라도 스스로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어미가 돼서 매겨줘야지 했다. 비록 학년이 지난 거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본인 방에서 거실까지 단어를 물을 때도 있고 며칠 전부터는 아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나오더니 내가 앉아있는 6인용 거실테이블 맞은편에 자리를 잡는다. 단어 하나하나 모르는 것마다 물어본다. 알만한 단어도 일일이 물어보니 슬슬 나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는 건 말해주고 뜻은 알겠는데 설명해 주기 난감한 것은 검색해 보라고 했다.

검색한 단어 속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반복해서 묻는다. 모르는 단어는 적어놨다가 다음에도 보라고 하니 어디 적는데라고 반문한다. 어디 적긴 종이에 적지. 노트며 이면지며 널린 게 종인데. 그냥 적기 싫은 거다. 모를 때마다 검색해서 본단다. 그러면서 또 잊어버리겠지란다. 질문하고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주면 안 한다. 이 외에도 무슨 말을 할 때마다말대꾸를 한다. 비꼬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세 권 중 문법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나흘 미룬 상태다. 어려워서 못하겠단다.

"어차피 밀린 거 내일 풀지 뭐. 내일도 안 풀겠지만" 두 권이라도 푸는 게 어디야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잘 버티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문제집을 낚아채고 큰아이방으로 던져버렸다. "앞으로 나오지 말고 네 방에서 풀어" 말끝마다 싫은데라 하고 무슨 말만 하면 내가 왜 그래야 되냐고 말하고. 이미 나는 이성을 잃었다.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알아서 매기든가 아빠한테 해달라그래라고 했다. 말만 하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몇 분 만에 후회할 거 알면서 저질러버렸다.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축구를 보고 있는 남편이 있는 큰방으로 들어가 한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딸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나의 속을 후벼 파는 말만 골라서 해댄다.

평소 내 일 아닌 것처럼 모른 척할걸. 한동안 웬일로 사이가 좋다 싶었다. 반항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변하는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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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평소 그대로였는데 변한 건 내 마음이었나 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거실로 나오기 전 책장에 꽂혀 있던 오래전 메모장을 펼쳐보았다. 10년 전에 써놓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이럴 때가 있었나 싶다.

2015.10.22.목
둘째(네 살 때) 급체. 병원 가서 링거 맞고 밤늦게 첫째랑 누웠다.
둘째 먼저 자고 첫째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어머니 보고 싶었다며 어머니를 더 많이 사랑해서 보고 싶었다고. (할머니랑 있었다)
어머니는 할머니 좋아하잖아요. "당연하지. 할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니까~"
할머니의 어머니는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하늘나라에 계시다니까 거기는 어떻게 가냐고. 돌아가셨다고 하니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죽었다고 설명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러더니 나도 돌아가냐고 자기는 돌아가기 싫다고 어머니도 돌아가냐고.
내가 나중에 나이가 많이 먹으면 하늘나라에 간다고 얘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무 많은 걸 얘기해줬나 싶고. 한참 생각하더니 뜬금없이 어머니 돌아가면 나는 어떻게 살아요?
카는데 또 울컥. 이놈의 딸내미 여섯 살 맞나 싶고. 책을 너무 많이 봤나.
벌써부터 그런 걱정 말라고. 어머니 아직 한참 멀었다고.
진짜 많이 컸다. 우리 딸.


이제 더 많이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하는 여섯 살의 아이는 없다. 이 문장을 보고 급하게 눈물을 닦았다.그립고 그립다.모습은 같은데 나만 바라보는 아이는 사라졌다. 올해 중3이다. 3학년 올라가기 전중2의마지막몸부림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혼자 꽁한 마음을 가지고 절대 먼저 말 안 걸어야지.






다음 날. 가방에 젤리가 있었다. 이거 큰 딸 좋아하는 건데. 둘째 주고 나 혼자 다 먹어버릴까 하다 큰딸 문제집 위에 올려놓았다. 화장실 다녀온 첫째가 "이거 어디서 났어?"



한참 뒤 "문법 문제집 다 풀었다"

매겨 줘야 하나 말아야 되나 또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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