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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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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버릇없게! 엄마한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라야!여기 내 집이거든. 네가 내 집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말은하지않았다. 순간 아무 생각도나지 않아 그 자리에덩그러니 서 있었다.고성이 오가지 않아도 나지막이내뱉은 한마디가 더 묵직하게 꽂혔다.
두 딸의 방문은 줌수업을 하거나 통화를 할 때 빼고는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화장실을중심으로왼쪽에는 큰아이방,오른쪽은 둘째 방이다. 안 보고 싶어도 화장실을갈 때마다 고개만살짝 돌려도 창고 아니 두 딸의 방을 보게 된다.
이날도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둘째 아이의 방을 스치는데책상위를 보는 순간 한숨부터 나왔다.노트북. 충전기, 다이소에서 산 플라스틱 통, 컵과 과자봉지, 세븐틴 사진과풀다만 문제집까지 책상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쌓여있었다.책상은두 명이 나란히 앉을 만큼 넓은데 그만큼 어질러져있었다.
평소 아이의 방은 스스로 정리를 해주길 바라서 치워주지 않는다.가끔 입은 대었다. 오늘은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책상 위에 정리 좀 하자. 먹은 거는 바로바로 좀 버리고" 지금 당장 치워주길 바랐던 만큼 한번 말할 거 두 번 세 번 더 잔소리는 이어졌다. 당연히 듣기 싫었겠지. 둘째의 표정도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눈매가 예사롭지가 않다.결국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일어나서 적극적으로 나를 문밖으로 내보냈다.
다음날 직장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둘째의 나가라는 말이 생각났다. 왠지 모를 서러움이 뒤늦게 밀려와 울컥했다. 이 말을 처음들은건 아니었다. 첫째에게도 들었다. 큰아이는 본인 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나가"라는 말을 했다. 둘째는 지랄 맞은 언니의 사춘기를 보고선 "언니처럼은 안 그럴게"라는 말을 했었다. 철석같이 믿었던 둘째여서인지 언니에게 들은 말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퇴근 후, 일하다가 눈물이 났다고 둘째에게 고백(?)했다. 나가라고 한 말에 상처받았다고. 그렇다고 나도 잔소리를 안 하겠다고는못한다. 내가 더 단단해질 수밖에.
며칠 후 여전히 딸의 책상 위는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잔소리모드로 시동을 걸려던 차, 작은 딸의 눈빛이 달라짐을 감지했다.이제는 안다. 여기서 조금 더 얘기했다가는 한소리 들을게 뻔하다.
아, 지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케이!
세상 쿨한 척 아무 일 없는척 나와버렸다. 둘째도 어이가 없는지 웃는다.
주말 오후 외출하고 돌아온 나를 다급히 둘째가 부른다. "오~"내 성에 차게 깔끔하진 않았지만(나도 그만큼못 치우면서) 청소한 티가 확실히 났다. 바닥에는아무것도 없었다. 옷장 위칸에 다이소 소품샵을 옮겨놓은 듯 그득하게 찬 신상플라스틱 통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일단 보이는 곳은 나무랄 곳 없이 멀끔했다. (며칠 못 가겠지만)"여기 정말 우리딸이정리한 거 맞아?"라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칭찬해 주었다.
둘째는 몇 달 뒤면 중학생이 된다. 두 살 터울 큰아이도 정상으로(?) 돌아오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은데 앞으로 최소 3년, 치고 빠지는 엄마의 눈치작전은 계속될 것 같다. '나가'라는 말은 애교였음을 또 알아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