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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Dec 30. 2022

카지노 게임에서 온 편지

시작은 언제나 우연히.

사실 이 글이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요즈음은 카지노 게임대신 메일이란 말을 쓴다. 메일의 뜻이 카지노 게임라고 중학교 때 배웠었을건데, 뜻은 같지만 전달수단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는 단어가 되었다. 카지노 게임를 쓰면 우편배달부가 필요할 것 같고, 메일을 쓰면 인터넷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긴 이제 우편배달부란 직업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구나.


내년에 카지노 게임 여행을 계획 중에 있다. 계획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곗돈 붓듯이 여행경비를 모으고 있다. 한꺼번에 내도 상관없지만 매달 뭔가 가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서 좋다. 여기저기 카지노 게임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빅브라더’의 말초신경에 닿았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페북에 슬쩍슬쩍 카지노 게임 관련 그룹들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아, 이 놈의 ‘빅브라더’! 무섭게 효율적이다.

그중 좀 괜찮아 보이는 그룹에 가입신청을 했다. 며칠 뒤 가입이 허락되었다. 이제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대략 6월경 보름정도 카지노 게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해안도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로드트립을 할 예정이다. 매일 짐을 싸고 푸는 대신 몇 개의 hub city를 정하고 근처 마을과 명소를 돌아보려고 한다.

추천해 줄 만한 도시, 마을, 호텔, 관광지, 식당, 펍 등 아무 정보라도 주면 고맙겠다’고 포스팅을 해 두었다.


며칠 동안 30여 개가 넘는 댓글을 받았다. 고마워서 일일이 감사답글도 보내주고 잘 갈무리해 두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각각의 거점도시별로 세분해서 포스팅을 다시 올려야겠다. 너무 유명해서 여행객 모두에게 회자되는 곳은 가지 않아도 좋다. 예를 들면 더블린의 템플바 같은 곳이다. 템플바 지역을 산책 삼아 한번 정도는 돌아보겠지만 ‘템플바’에 가서 맥주를 마시는 일은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tourist trap’이라며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작은 시골마을의 펍에 가서 그 지역에 가야만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을 겪을 수 있다면 기꺼이 여행명소 방문을 취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시골역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고 치자. 기차 검표원조차 티켓을 보면서 이곳에 가는 것이 확실하냐고 몇 번을 묻는다. 이런 걸 물어볼 때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역 앞으로 나오니 시간카지노 게임을 했나 싶을 정도로 ‘레트로’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 앞 공터에 당연히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택시정류장이 보이지 않는다. 택시는커녕 차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다. 동네 꼬마 아이들만 낯선 이방인이 신기했던지 자전거를 타며 빙글빙글 우리 주변을 돌고 있다. 그중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손짓을 하니 환한 웃음과 함께 다른 녀석들도 우르르 달려온다. 혹시 택시를 어디서 탈 수 있냐고 물으니 엉뚱한 질문을 한다.


“영어 할 줄 알아요?”

“응?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영어인데…ㅋㅋ”


아마도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써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택시’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더니 알아들었다는 표정이다. 따라오라는 시늉을 한다. 꼬맹이들에게 둘러싸여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에 달랑 하나 있을 것 같은 카페로 데려간다.


“아 놔. 카페 아니고 택시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잡고 카페로 들어간다. 우리가 들어서는 순간 동네 할배들이 일제히 우리를 바라본다. 이 꼬맹이가 무어라고 설명을 했는지 모르지만 카페 주인이 알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얼른 프린트해 온 나의 목적지를 전해준다. 카페 주인 ‘오케이’라고 하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건다. 한참을 수다를 떤다. 나를 쳐다보며 웃는 얼굴을 보면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파올로, 잘 지냈어? 그레타는 잘 있고? 아이들은 어때? 나? 나도 잘 있지. 아 글쎄 우리 집 암탉 있잖아. 이게 바람을 피워서 난리가 났잖아. 정작 수탉은 가만있는데 다른 암탉들이 쪼아대는 통에 내가 따로 꺼내서 키워야 한다니깐. 아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니깐… 불라 불라 불라.’


그러다 내 얼굴을 한번 보고 눈을 찡긋하며 웃는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너 지금 시간 되지? 여기에 네 손님이 있어. 말하자면 복잡한데… 또 불라 불라 불라’


이렇게 이십여분의 통화가 끝나고 나서 모든 게 다 정리 되었다는 표정이다.


“깝훼?”

“씨, 그라찌에!”


독한에스프레소한잔을홀짝이며택시를기다리는동안동네꼬맹이들에게는카페에서팔고있는초콜렛을선물한다. 드디어택시가오고카페주인과파올로가한참을수다를떨고후에야목적지로있다.


템플바에 앉아 낯선 관광객에 둘러싸여 맥주를 마시는 게 좋을까. 이런 시골에서 왁자지껄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을까. 카지노 게임의 수도인 더블린을 가기는 가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경험은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려운 시골마을에서 일어났으면 한다. 여행의 기억은 장소보다는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랬다.


카지노 게임 사람들과 그곳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보내오는 댓글을 ‘카지노 게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정감이 간다. 낯선 이방인을 도와주려고 기꺼이 보내온 카지노 게임들. 카지노 게임안에 어떤 경험을 실려보낼지 모르지만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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