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텔레비전을 멀리 하던 아내가 주말연속극에 심취해 있다. 고장 난 줄 알았던 텔레비전이 어찌 된 일인지 다시 잘 보이기 시작한단다.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고 리모컨으로는 전원이 온/오프가 되지 않아서 코드선을 뽑아야 한다든지,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화면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든지 또는 화면은 사라지고 소리만 나온다든지. 뭐 이런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면 그냥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이게 사소한 건지 나로서는 공감이 되지 않지만 아무튼 주말이 되면 50분간 드라마에 몰입을 하고 있다. 측은한 마음에 마트에 가서 하나 사 오자고 했더니 그건 별로란다. 사게 되면 스마트 TV가 될텐데, 넷플릭스 같은 것을 마음껏 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라마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라고 한다. 그럼 지금처럼 스마트 TV 안 되는 구닥다리로 하나 사자고 했더니, 그럴 거면 뭐 하러 사냐고 한다. 아, 뭐야.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드라마의 내용은 미혼모가 잘생기고 능력 있는 총각을 우연히 만나서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부부인척 하다가 들통이 나서 헤어지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 아주 열심히 보고 있다. 미혼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며, 둘이서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글썽거린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고, 책을 보는 것도 아닌 딩굴딩굴 상태의 나를 돌아보며 슬프지 않느냐고 묻는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허구인 드라마를 보면서 슬퍼해야 하나.” 나보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단다. 아니 관심 없는 드라마를 보면서 슬퍼하지 않는다고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사실 아내 말이 맞는 건지 모른다. 왼쪽 귀로 들으면서 바로 오른쪽 귀로 흘려보내는 일이 많은지라 무심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모두 다 흘려보내지는 않지만 상당량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케치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 와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시작하면 들으면서 적절하게 (공감하는 척) 대꾸도 하고 추임새도 넣어주지만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무슨 이야기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뭐 중요한 일이었으면 내가 하는 일을 멈추게 하고 눈을 똑바로 보면서 이야기를 했겠지. 무료 카지노 게임을 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나보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의 나를 아내는 이상하지만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마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나란 인간이 딴짓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와서 한참 수다를 떨고 가면 기분이 좋아진대나 뭐래나.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어 그래, 뭔가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안 될 이야기라도 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나의 상태를 비교적 최근에 친하게 된 사람들도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다. 가끔 이렇게 묻는 걸 보면.
“무료 카지노 게임...못 하시죠? ㅎㅎㅎ”
당연하지. 게다가 살짝 안면인식장애도 있어서 초면 가지고는 확실하게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것이 어렵다. 아마 반 정도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것 같다. 장소와 상황이 우선이다. 이게 달라지면 무료 카지노 게임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적어도 세 번은 봐야 확실히 무료 카지노 게임을 한다. 아내는 이런 나를 신기해한다.
“회사생활은 어떻게 해? 영업한다고 사람 만나고 다녀야 하는 사람한테는 치명적인 거 아녀?”
“그러게, 듣고 보니 그렇네. 뭐 그렇더라도 내가 반 정도 무료 카지노 게임하고 상대방도 나를 반 정도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공평한 거 아녀. 한번 보고 완벽하게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을 걸”
지나치게 긍정적이란다. 장소와 상황. 일로 만난 사람들은 항상 이 부분이 같다. 반쯤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러다가 한 두 번 더 만나면 아주 잘 무료 카지노 게임하게 되는 거지. 그래도 가끔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긴 하다. 외부보조무료 카지노 게임장치(메모지나 수첩)를 늘 챙겨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나중에 어디에 메모를 해두었는지도 무료 카지노 게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기억능력과 공감능력 중 어느 것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그게 모두 내 책임인 거 같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과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걸 나더러 어쩌라구) 내가 지금 뛰어가도 할 일이 없으니 볼 일 마저 보고 가겠다"는 사람을 보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아무래도 공감능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