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에 넣어둔 지 한참 되었지만 읽어야 할 다른 책들에 밀려 이제야 읽었다. 휴대하기에도, 어두운 곳에서 펼치기에도 편리하다는 면에선 종이책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전자책의 장점이 있지만, 역시 물성이 없다는 건 최대 단점이다. 화면으로 책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책을 ‘본다’에 가까운 행위일지도.
‘나의 돈키호테’는 베스트셀러인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가 내놓은 신작이다. 제목처럼 돈키호테가 작품 전체의 주제이며, 배경이고, 또 등장인물이랄 수도 있겠다. 어린 시절 대전의 ‘돈키호테 비카지노 쿠폰’에 드나들며 주인인 돈 아저씨와 나눈 교류, 그리고 친구들과 결성한 ‘라만차 클럽’의 이야기기를 기억하는 주인공은 어른이 되어 다시 그곳을 찾는다.
주인공인 진솔이 돈 아저씨가 떠난 공간에서 유튜브를 개설해서 또 다른 돈키호테 비카지노 쿠폰를 꾸려가는 과정과 사라진 돈 아저씨를 찾는 여정, 그리고 다시 결성된 라만차 클럽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목처럼 이 책의 배경은 돈키호테 비카지노 쿠폰점이다. 주인공이 개설한 유튜브 역시 인터넷 공간에 열린 비카지노 쿠폰점이나 마찬가지여서 읽는 내내 오래전 디오로 봤던 영화들, 그리고 비카지노 쿠폰점을 추억하게 한다.
이제는 비카지노 쿠폰 대여점이라는 공간을 주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사는 동네 역시 유일하게 하나 남아있던 비카지노 쿠폰점이 폐업한 것이 십 년쯤은 되었다. 이제 비카지노 쿠폰점도 없고, 찾는 이도 없는 세상이다. 설령 비카지노 쿠폰가 있다 한들 플레이어가 없으니 볼 수도 없다. 이제 영상은 컴퓨터에서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다. 굳이 나가서 고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비카지노 쿠폰점은 흥미진진한 곳이었다. 구미에 당기는,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를 고르느라 비카지노 쿠폰가 빽빽하게 꽂힌 서가 앞에서 참 신중해지던 오래전이 가끔 그립다.
동생이 중학생이고, 그리고 내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그해 겨울, 우리는 동네 비카지노 쿠폰점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때 우리가 빠진 건 중국 무협 시리즈물이었는데, 그것들은 대부분 기본으로 50편이 넘어가는 것들이었다. 의천도룡기, 녹정기, 절대쌍교 등의 무협 시리즈물을 빌려다 둘이 넋을 빼고 보느라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해 겨울, 동생과 나의 용돈은 대부분 비카지노 쿠폰 가게로 들어갔다.
보다 못한 엄마는 내게 동생의 공부를 봐주라는 특명을 내렸다. 방에 둘이 앉아 수학의 정석을 펴고 무협지의 이야기를 나눴다. 의천도룡기가 더 재밌어, 녹정기는 별로야. 절대쌍교의 여주인공 진짜 멋지지 않냐. 이런 수다를 떠느라 막상 교재는 첫 단원을 넘어가지 못했다.
공부 빼고는 온갖 잡기에 능했던 동생은 나를 무협지의 세계로 이끌더니, 그다음엔 화투를 가르쳤다. 우리 집안에 화투장 쥐는 사람은 없다, 라는 엄마의 눈을 피해 우리는 몰래 방에 담요를 깔고 고스톱을 쳤다. 그림 구분을 못하니 점수계산이 될 리 없어 늘 동생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 놀이를 했다.
생각만큼 화투 실력이 늘지 않자 동생은 트럼프 카드를 가져왔다. 화투패를 착착 소리내며 섞는 폼도 멋있었는데, 트럼프 카드를 양손에 잡고 좌르르 소리를 내며 섞는 건 더 멋있었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내가 익힐 수 없는 건 카드를 섞는 일뿐 아니었다. 이 트럼프는 화투보다 더 어려워서 급기야 며칠 만에 동생은 두 손을 들었다. 머리가 나빠서 안 되겠다, 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막상 수학의 정석을 할 때엔 집합 단원에서 넘어가지도 못하던 녀석이 화투며 포커 같은 잡기 앞에선 나를 구박하는 선생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사이좋게 비카지노 쿠폰의 세계로 돌아왔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시절 동생과 빠져들었던 무협지의 떠오르는 배우이던 양조위는 신인의 시절을 거쳐 이제 중화권의 대배우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칼을 들고 춤을 추듯 무술을 하는 중국 무협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제 배우 양조위는 무협 장르가 아닌 그 어떤 장르에 출연을 하더라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나의 최애 배우가 되었다.
그가 영화 속에서 그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나는 늘 오래전 무협 시리즈물에서 장풍을 쏘고 칼을 휘두르던 멋진 양조위와 그의 모습에 빠져들던 동생과 나를 떠올리곤 한다. 서로 돈을 내라고 우기다가, 공평하게 내자고 하며 투덕대던 우리. 낄낄거리며 무협지를 보다가도 괜히 한 번씩 싸웠던 우리. 큰놈이나 작은놈이나 하는 짓이 똑같다며 함께 엄마에게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그 무협지를 끊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우리.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은 여전히 아련하고 그립다.
하지만 돌아가 수 없는 건 시절뿐이 아니다. 그렇게 함께 비카지노 쿠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던 내 동생은 스물다섯의 봄,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홀로 갔다. 나도, 스크린 속 양조위도 모두 나이를 먹으며 나이 들어가는데 동생은 여전히 스물다섯에 머물러있다.
언젠가부터 나는 1972년생 남자를 볼 때마다 동생을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스물다섯에서 멈추어 버린 동생의 다양한 모습과 인생을 상상해 보곤 하는 것이다. 지금쯤은 저렇게 결혼을 했겠지, 학부모가 되었겠지. 이제쯤엔 아마도 저런 모습의 중년 아저씨가 되었으려나, 이런 상상은 한편의 비카지노 쿠폰처럼 어느 순간 웃음이 났고, 또 어느 순간엔 눈물이 났다.
더 이상 비카지노 쿠폰는 보지 않는 시대이다. 하지만 비카지노 쿠폰 가게가 있었고, 우리는 함께 비카지노 쿠폰를 보았으며, 동생을 기억하는 내가 아직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