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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Feb 18. 2025

카지노 쿠폰 쓴 것

카지노 쿠폰 쓴 것 中 매화나무 아래 – 조남주

“소설이 소설 같지 않고 딱 카지노 쿠폰 사는 이야기 같고, 그래서 좋았어요.”

이 책을 내게 소개해 준 분은 그렇게 말했다. 늘 읽고 나서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잘 고르기도 쉽지 않다던 그녀였다. 그런데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들 사이에서 발견한 이 책이 너무 좋았다며 내게 읽어보겠냐고 먼저 권했다. 그렇게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 ‘카지노 쿠폰 쓴 것’을 펼쳤다.

한두 편은 작가가 다른 곳에 발표한 것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읽는 것들이다. 읽으며 책에 관한 그녀의 취향과 내 취향이 같았던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다. 한동안 유행했던 흔한 힐링 소설도, 아니면 상상 속의 세계가 주무대인 판타지도 아닌, 진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왜 내게 이 카지노 쿠폰 소개하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 온 지 여러 해 되었으니, 그녀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시간을 안다. 그러니 아마 이 카지노 쿠폰 읽으며 내가 공감한 부분에서 그녀도 공감했을 것이며, 내가 지난 시간을 떠올린 부분에서 그녀도 마찬가지로 지난 시간을 되짚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카지노 쿠폰 나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소설집의 작품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매화나무 아래’라는 단편이 오래 남았다.


<봄이 오면 눈들은 꽃이 되겠지. 새하얀 꽃들이 늙은 나무를 뒤덮으면 마르고 갈라진 나무껍질은 보드라운 꽃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겠지.

벅차게 흐드러진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며 코끝에 매화 향이 날아오는 듯했다. 바람이 불면 새하얀 꽃잎들이 나비처럼 팔랑일 것이다. 그러다 못 이기고 한꺼번에 떨어져 함박눈처럼 흩날릴 것이다.

그때 하얀 눈송이 하나가 날아와 가지 끝에 앉았다. 꽃잎 같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송이들이 느리게 내려오고 있었다. 눈이 꼭 꽃 같네, 꽃잎 같네.

언니는 꽃이 지기 전에 오라고 자주 말했었다. 꽃이 피어 있을 때도, 꽃이 다 떨어진 후에도 그랬다.

이제 알겠다. 금주 언니야, 나도 이제야 알았어. 꽃이 눈이고 눈이 꽃이다. 겨울이 봄이고 봄이 겨울이다. 언니야.


딸만 줄줄이 낳은 집의 막내딸. 남동생을 보라고 지은 이름을 늘 바꾸고 싶어 하던 주인공은 ‘동주’로 늘그막에 평생의 소원이던 개명을 하지만 그 이름 ‘동주’를 불러주는 건 큰언니뿐이다. 그런 큰언니가 치매로 입원한 요양원에 자주 가서 함께 창문 밖의 매화를 본다. 갑자기 상태가 위독해져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으려는 큰 언니를 보며, 동시에 노년이 된 자신의 인생 역시 돌아보게 된다. 치매에 걸렸어도 큰언니는 늘 주인공을 ‘동주’라 부르며, 동주를 동주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부르느냐, 고 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어느 계절이든, 꽃이 지기 전에 오라고 하던 큰언니를 생각하며, 매화나무 아래에서 마침 내리는 눈을 본다. 그리고 꽃이 눈이고, 눈이 꽃이라고, 겨울이 봄이고 봄이 겨울이라고 그 순간 깨닫는다. 나도 이제야 알았어, 라고 혼잣말을 한다.

카지노 쿠폰 제법 읽는 편이긴 하지만, 나는 독서 모임을 하지 않는다. 함께 읽거나, 서로 읽은 감상을 나누고, 또는 읽은 내용으로 토론도 하는 그런 독서 모임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글도 혼자 쓰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 글을 어딘가에 내보이고,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어쩐지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데 반해 독서는 그렇지 않았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 제일 좋았다. 카지노 쿠폰 읽는 행위는 그저 자유롭고 싶었다. 이 카지노 쿠폰 읽고 어딘가에 모여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면 지금처럼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재미를 누리지는 못할 것만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카지노 쿠폰 읽으며 느낀 감상을 굳이 독서토론이라는 이름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카지노 쿠폰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조용히 덮으며 생각했다. 여전히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는 일에 대해선 손을 내젓지만 '이 책이 좋았어요'라며 누군가에게 카지노 쿠폰 소개하거나 소개받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소개받은 카지노 쿠폰 읽으며 왜 그가 이 카지노 쿠폰 소개했을까 공감하게 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동시에 나 역시도 카지노 쿠폰 읽으며 이 책은 그가 좋아할 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은근슬쩍 카지노 쿠폰 권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독서 모임이나 독서토론은 하지 않지만, 종종 카지노 쿠폰 권하기도, 또 추천받기도 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카지노 쿠폰 읽으며 공감하는 것, 누군가에게 권하며 그도 나처럼 그 부분에서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해 보는 것, 이런 것은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순간은 어쩌면 이름을 부르는 일과도 닿아있을지 모른다. 다 늙어 괜한 짓을 한다며 개명한 것을 코웃음칠 뿐 아무도 불러주지 않던 이름이지만 주인공의 큰언니만큼은 “동주야!”라고 언제나 불러주던 그 순간처럼 말이다.

카지노 쿠폰 읽고 돌려주니 지인은 받으며 말했다.

“나는 ‘매화나무 아래’ 그게 참 좋았어요.”

그 순간 주인공의 큰언니가 “동주야!”라고 부르던 그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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