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은 손바닥보다 작은 화분에 담긴 통통한 스투키였다. 이사한 기념으로 공기정화식물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 누군가에게 받았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예전에 살던 동향집과는 달리 정남향인 데다가 앞에 가린 동이 없어 아주 멀리까지 내다보인다.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햇살이 넘치게 들어온다. 그래서였을까. 화분만 보면 죽이는 것이 당연하던 사람이 이 집으로 이사 온 십 년 동안 거의 화분을 죽이지 않았다.
그뿐인가. 어느샌가 화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작은 스투키 하나로 시작했는데 이제 스투키 화분만 해도 열 개가 넘는다. 이미 베란다는 스투키 동산이다. 이처럼 스투키가 대가족이 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는데, 그 시작은 이랬다.
어느 날 아침, 물을 주다가 처음에 받았던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 옆의 흙 속에서 새싹 같은 잎이 돋아난 것을 발견했다. 귀여운 그것은 꽤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식물을 기르는 것에는 정보라는 것이 거의 없던 나는 갑자기 식집사모드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새싹처럼 돋은 것을 ‘자구’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자구는 흙 속에서 돋아났으나 별개의 것이 아니고 땅속 본체 스투키의 뿌리에서 돋아난 아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자구가 돋으면 엄마 격인 본체가 잘 자라지 못한다고 분리해 줄 것을 권하는 말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분갈이가 필요하겠군, 하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화분이라면 죽이기만 했으니 내게는 첫 분갈이인 셈이었다.
첫 스투키 화분의 자구를 분리하는 분갈이를 시작으로 나는 꽤 여러 번 분갈이를 했다. 화분 키우기의 정보도, 경험도 없었으니 그저 대충 눈짐작으로 했다. 심지어 1미터도 넘게 웃자란 데다 휘어진 스투키는 네 조각으로 잘라 화분에 심기도 했다. 설마 했는데 그렇게 토막을 내어 심은 후에도 스투키는 죽지 않았다. 물론 네 도막 중 생장점을 가진 부분은 꼭대기의 한 도막뿐이니 나머지 도막이 쑥쑥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 녀석들은 대신 옆으로 무성한 자구를 내었다.
결국 그 자구들을 다시 분리해 주어야 했고, 이같이 반복하다 보니 스투키 화분만 해도 열 개가 넘는 대가족이 만들어진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물을 자주 주지만 않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저 혼자 잘 자랐다. 추운 겨울 베란다에서도 멀쩡했고, 해가 덜 드는 현관에서도 싱싱하다. 다만 짧고 통통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라면서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키만 키웠다. 손가락 정도의 굵기로 너무 길게 자란 후엔 제 몸을 이기지 못해 자꾸 휘어졌다. 지지대를 묶어주기도 했지만 영 모양이 불안해서 이제 그만 토막을 내어 다시 심어야 하나 하던 어느 날이었다.
길게 자란 스투키 화분을 들여다보다가 낯선 것을 발견했다. 스투키 잎들 사이에 비슷한 키로 자라난 줄기 하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었는데, 그것은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내 눈에 띄었다. 길쭉한 줄기엔 올망졸망한 것들이 달려있었다. 꽃봉오리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마치 동남아 쌀알처럼 길쭉한 것들이 줄기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무언지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인터넷이 해결해 주는 시대이다. 나는 바로 사진을 찍어 검색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스투키 꽃이었다. 세상에 스투키꽃이라니.
신기한 며칠을 보낸 어느 날, 꽃대에 흰색의 가느다란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났다. 낯에는 거의 꽃잎을 닫아서 이른 아침에만 잠깐 그 피어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쌀알만 하던 꽃망울이 뻥튀기 튀밥 정도로 커지더니 끝이 벌어지며 흰색의 하늘하늘한 꽃을 피워낸 그 모습을 아침마다 경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스투키처럼 흔한 식물이, 왜 꽃이 핀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심지어 스투키 꽃은 ‘관용’이라는 꽃말까지 가지고 있다는데 말이다. 지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스투키에 꽃이 핀다고?
사실 스투키는 10년 정도 키워야 꽃을 본다고 한다. 아마 그때문이 아닐까. 우리 집 베란다에 군락을 이룬 대가족 스투키 중에서도 꽃을 피운 건 한 번도 대를 자른 적이 없이 키운 딱 두 개의 화분뿐이었다. 그러니까 처음 이사와 선물 받은 스투키 본체들인 것이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본체였던 그 두 화분에서만 꽃이 피고보니 마치 엄마와 아빠가 자식들을 많이 거느린 대가족의 형국이다.
이제 베란다의 무료 카지노 게임 꽃은 절정을 지났는지 아침이면 꽃을 피우는 대신 흰 쌀알 같은 꽃잎들만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또 무료 카지노 게임는 꽃을 보여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십 년 만에 꽃을 피웠으니 또 십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스투키꽃이 피어난 두 화분만큼은 영영 건드리지 못할 것 같다. 어느 가정이나 부모는 기둥이고, 나의 베란다에 가득한 스투키들에게도 부모의 그늘은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