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준 Dec 28. 2024

무료 카지노 게임와 위계(位階) 훈계

너무나 어려웠던 화두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한 학년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는 당시로서는 귀하던 백색전화기가 안방에 있었다. 색깔이 까만 전화기였지만 자랑스럽게 ‘백색전화’로 불렸다. 전화 회선이 매우 부족했던 그 시절엔 개인이 사고팔 수 있는 전화기를 백색전화, 사용권을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전화기는 청색전화로 구분하고 백색전화는 전화국에서 공개 추첨을 통해 배정했다. 우리 집의 운이 트이기 시작할 때였는지 치열한 경쟁률에도 아주 운 좋게 당첨되었다. 일단 배정받으면 꽤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 ‘백색전화’는 어느 집에서나 집안의 제일가는 실용적 문물이자 재산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께서 나를 찾는 전화라며 안방으로 부르셨다.


동아리 모임을 알리는 선배와의 짧은 통화였지만, 방을 나가려는 나를 자리에 앉게 하셨다.

“누구와 통화를 한 거냐?”

“네 학교 2학년 선뱁니다.”

“그런데 말끝마다 깎듯이 ‘’를 한단 말이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선배에게 “예 알겠습니다.”라고 서너 차례 대답한 어디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께서 의문을 제기하실 잘못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일이 년 선배면 그냥‘응’해 녀석아”

“선배한테 어떻게 그렇게 해요?” 항의하듯이 대꾸를 했더니, 내 얼굴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셨다.

“이 녀석아 한 살 많은 친구한테 ‘예’ 하면 이 애비에겐 뭐라 대답할 거냐?”

“친구가 아니라 선배예요”

“학교 같이 다니면 다 친구다”

“???”


거실로 옮겨 소파에 앉아 무료 카지노 게임를 시작하셨다.

“공자님이 위아래 9살 차이는 다 벗이라 하셨다. 세상이 변해 그렇게 까지는 못해도 너와 지금 학교 교정에서 만나는 2, 3학년은 다 네 친구다. 그리고 네가 3학년이 되었을 때 1학년도 네 친구인 것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오매 그럼 난 싸가지 없다고 뒤지게 맞고 다닐 건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대체 왜 이러실까?’

내가 수긍을 않자,

“나도 답답하다. 왜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져 가는지. 다 일제와 군대의 잔재구나!” 탄식하셨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천천히 들려주셨다.

“예전엔 일곱 살짜리랑 열두세 살짜리가 한 반에서 함께 배우는 일이 흔했다. 물론 나이 따져서 일제히 함께 배우기를 시작하고 졸업하는 것은 아닐 때라 형편에 맞게 배우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동네에서 보통 몇 살 차이는 다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지금 무료 카지노 게임 친구들은 다 그렇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교복을 입고 소수만이 상급학교에 다니다 보니 일 년 차이로 위계를 만들고 벽을 쌓게 되었지. 그러다 군대를 가면 이제 한 달 차이로 만들어진 위계마저 당연히 지켜야 할 예절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니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걱정이다. 년년의 벽에다 달달의 칸막이가 나라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그래 하나 물어보자.

너 네 형들에게도 대답할 때 ‘예’ 하느냐? ”


“……”


생각해 보니 집안에서 형들에게 ‘예’로 대답한 적은 없었다. ‘응 아니면 왜?’였다. 동생들도 내게 ‘예’로 대답무료 카지노 게임 녀석은 없었다. 네 살 많은 형에게도 안 무료 카지노 게임 ‘예’를 나보다 한살이 많을 거라 추정무료 카지노 게임 (실제는 나보다 생물학적 동생일 수도 있다!) 학교 선배에게는 깍듯이 ‘예’ 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학교에서 선배에게 ‘응’이나 ‘왜?’로 대답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말에 이 상황을 절충할 다른 묘수가 있을 턱도 없었다.


“집안의 가까운 형들에게도 안 무료 카지노 게임 깍듯한 ‘예’를 면전도 아니고 전화기를 통해서 ‘예’ ‘예’ 하길래 나는 네 선생님이 전화 주신 줄 알았다.”

“그럼 뭐라 대답해야 돼요?” 대책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 같아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학교에서 모두가 다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데 너만 응, 왜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거 안다. 학교 선배에게 예 하려면 네 형들에게도, 또 나중에 네가 모르는 후배에게도 모두 공손하게 ‘예’로 경어를 사용하거라.”

“예”


모르는 모두에게 ‘예’ 하다 보니 어색하기는 해도 습관이 되니 쉬웠다. 학창 시절이나 군대에서나 직장에서나 웬만큼 친해진 후배나 부하 직원이 아니면 모두에게 경어를 썼다. 군대에서마저 병장이 하대를 않으니 상병, 일병 후임들이 어려워했다. 나와 동기들은 고참들에게 엄청 얻어맞았지만 내가 병장이 되고 전역할 때까지 우리 중대에서 구타 행위는 근절할 수 있었다. 경어 쓰는 병장에게 은근히 통솔의 권위가 쌓여있었다.


경어사용의 부작용이라면, 직장에서 공적인 자리에서는 경어를 쓰다가도 쉽게 형님 동생무료 카지노 게임 직원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내내 낯설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가까워지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냉정한 상사로, 무심한 부하로 일에 몰두하다 퇴직했다. 상사들과 팀원들이 애정으로 평가해 준 말이다. 물론 친밀해진 관계에서 일상의 대화는 편안한 톤으로 얘기하지만 그 바탕은 경어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공자님 말씀 인용 훈계는 나도 종종 여러 자리에서 피력했다. 공자님이 정말 그런 말씀을 남기셨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당연한 의문이다. 문헌상으로는 그런 기록이 없으니까), 바로 응용하는 후배와 바로 너그러워진 선배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우리말에 존칭어와 하대 어를 아우를 우아한 평등 어를 새로이 생성하여 현대 한국어문 생활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호 존중과 인격적인 대우가 문화의 기본이 될 현대 사회에서 언제까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조직과 문화 그에 따른 복잡한 존칭 언어 체계가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의 언어 위계를 없애거나 단순화하면 국어의 발전과 함께 예절 문화와 사회 조직 구조에 혁신을 가져오리라 믿는다. 쉬운 방법으로 모두가 서로에게 경어를 사용하고 경어를 표준 평등어로 인식하는 것이다.



어릴 적 우리 형제들은 형을 부르는 호칭이 ‘자네’였다. 사촌 간에도 마찬가지였고 동네 이웃들의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세기 내가 아는 한 전라도에서는 형제간에, 친한 동네 형과 동생들 사이엔 서로 ‘자네’라고 했다. 동생이 형에게 ‘자네’라고 하면 당연한 높임말이었고 형이 동생에게 ‘자네’라고 하면 자연스러운 낮춤말로 알아들었다. 상황과 맥락에 맞게 의미가 적절히 자동 조절되는 마법의 호칭이었다. 그래서 서로 ‘자네’로 호칭하며 다정하게 의논하고 ‘자네’로 호칭하며 싸우기도 하는 것이 일상의 언어 예절이었다.

얘기를 나누기 위해 상대를 부를 때는 서로 ‘어이’였다. 그리고 의문문의 끝은 항상 ‘~가?’였다. ‘밥 먹었능가?’ ‘그거 했능가?’ ‘이거 할랑가?’식이었다. 이 말투 또한 존칭 겸 하대로 상황에 맞게 쓰고 받아들였다. 제안문은 ‘~세’로, 위아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이거 하세, 저거 하세’ 면 됐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깍듯이 ‘예’만 통용되고 선배가 후배를 부르는 호칭은 ‘야’였는데 아무 의심 없이 그래야 무료 카지노 게임 줄로 알았다.


전라도 출신 학생이 서울로 혹은 타지방으로 진학해서 부딪히는 첫 번째 난관이 이 ‘자네’라는 호칭의 의미 왜곡이란 것을 서울로 대학을 간 선배들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다. 서울에서 선배나 동급생에게 ‘자네’라고 불렀다간 싹수없다고 혼쭐이 난다는 것이다. 거기서는 ‘자네’라 부르면 상대를 온전히 하대하는 낮춤말이 된다고 했다. 대학에서 마저도 일 년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엄중하다는 것이 웃기지만 그것이 한국적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형제간에도, 선후배 간에도 서로를 부르는 영어의 “You”에 근접하게 통하는 우리말이 ‘자네’인데 이 유일한 사회적 평등의 점잖은 호칭마저도 퇴출시킨 경직된 위계의 세태를 아버지에 이어서 나도 우려하는 마음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우리말의 두 번째 문제는 복잡한 존댓말이다.'라고 아버지에 이어서 나도 강조하고 있지만 참으로 풀기 어려운 화두이다.


이글에 덧붙여서,

무료 카지노 게임는 고교 교장으로 계시던 80년대 초입에 교복 자율화 얘기가 나올 때 정부의 지침보다 앞서서 학생 교복을 자율화하셨다. 소도시 학교에서 조만간에 시대적 사조로 자율화하게 될 교복을 가난한 신입생들에게, 또 부쩍부쩍 자라는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입게 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보셨다. 교복 가게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단행하셨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교복 자율화 몇 개월 후에 교육부에서 다음 해부터 전국의 중고등학교 교복을 자율화한다고 발표했다. 교장 임의의 교복 자율화로 여러 경로로 시달리실 때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