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 술에 관하여(5)
여름이 지나가는 계절이 다가오면 아침과 밤의 온도차이는 뚜렷해진다.
그러다가 해가 중천에 뜨게 되면 피부를 스치는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한껏 좋아지게 만든다. 이처럼 어제와 오늘의 그대와의 관계가 이와 닮아있다. 곧 죽일 듯이 싸우다가 언제 그랬냐듯이 좋아지는, 마치 맑은 날에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처럼. 이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모든 것이 어쩌면 연애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사막여우씨, 많이 기다렸어요? 차가 조금 막혀서 늦었어요. 밥은 아직 안 먹었지요? 어떤 거 먹고 싶어요?”
“아뇨. 저도 아직 안 먹었어요. 어제 왜 그렇게 많이 먹었어요? 속은 좀 괜찮아요?”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마주하였을 때 괜스레 안쓰러웠다. 어제 먹었던 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남긴 단호한 문자 때문이었을까 얼굴이 안되어 보였다. 분명 고생을 했으리라... 그것이 술병이든 뭐든 간에....
“속은 괜찮아요. 그것보다 나 때문에 사막여우씨를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진짜 어제는 미안했어요. 다신은 안 그럴게요. 이거 진짜 약속해요. 한 번만 믿어줘요. 이렇게 우리의 관계가 쉬이 끝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의 헤어짐은 조금만 더 미뤄요. 그때도 그렇다면 그때 해도 늦지 않으니깐요. 지금 우리가 가졌던 좋은 감정을 조금 더 믿어보는 게 어떨까요”
“알겠어요. 다시는 그러지 마요!! 지켜볼 거예요. 그리고 우선 우리 해장부터 하러 가요.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았을 텐데 여기까지 온다고 얼마나 힘들어겠어요. 얼굴에 다 쓰여있다고요. 그게 다 저를 힘들게 해서 벌 받은 거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신의 뜻이에요. 헤헤.”
사실은 나는 그 남자의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화는 다 풀려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났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좋아한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 물론 나의 마음을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전달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몇 달이 지나서 그 남자의 회사 회식 후 만취가 된 상태에서 나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걸었다. “나 분명 약속 지켰어요. 술을 꾀나 많이 먹었지만 사막여우씨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했지요. 나 잘했지요?.”
전화 너머로 들리는 둔탁한 소리들. 분명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만취상태였음에 틀림이 없다. 주변 사물들이 그 사실을 나에게 알려줬으므로.
“안돼.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어요, 안되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더 해야 하는데. 충천 기를 찾아야 해. 충천 기를 꼽아야 돼. 꼽아야 돼.... 그리고 정적이 이어졌다.
그 사람은 잠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만취한 사실이 나를 화나게 만들기보다는 이렇게 서라도 자기가 한 말을 지키내려는 사람. 그 사람이 술기운이 전화 너머로 나에게로 전달되었는지 그 사람의 말 하나하나가 애교가 서렸고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 순간 오늘 밤 나는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곁에 누워 곤히 잠든 그 남자를 한없이 보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