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 술에 관하여(4)
밤을 설쳤음에도 눈은 일찍이 떠졌다. 조금은 몽롱한 상태로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했다. 평소와 같이 그 사람으로부터 ‘잘 잤어요?’라는 문자를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 그 남자로부터 온 연락은 없었다. 아직 일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어제와 오늘 180도 달라진 그 남자의 태도로부터 낯설었음에도 분명한 건 나는 그 남자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살면서 본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상대가 더 이상 밉지가 않는다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 하곤 말이다. 그만큼 상대에 푹 젖어있었던 것일까 그 짧은 시간에도 사랑에 빠지기가 당체 가능하긴 한 것이란 말이까 모든 의문들 속에서 휴대폰 벨이 울렸다. 기다리던 그 남자로부터 온 전화였다. 나는 바로 받을까 하다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나의 마음과 한편으로 악랄하다면 악랄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그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 한 방법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요’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그 사람에게 보냈다. 마음씨가 여린 그 남자는 분명 그 문자를 보고 아파했으리라... 그럼에도 고약하고 나쁜 심보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
휴대폰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하나 둘 셋 쌓여갈수록 마음이 약해졌다. 더 이상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또 나에게,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고 싶었다. 진실하게 나의 마음에 동요하여 마음이 원하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보고 싶다는 감정에 도달했다. 그리고 휴대폰 벨소리가 숨이 멎어져 가는 듯한 마지막 순간에 전화를 받았다.
‘사막여우씨, 잘 잤어요?. 어제 미안해요. 분명 내가 술을 조금만 먹는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 제대로 연락이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요. 그리고 더 미안한 것은 예전에 말했던 것에 대해 생각이 났어요. 술로 인해서 이전 연애의 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요. 염치가 없겠지만 이번 우리의 연애가 이전과는 달랐으면 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나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왈카닥 밀려오는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문득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은 왜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