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적어보는 나의 비망록
대기업이 카지노 게임 종착지가 아님을 깨달았다. - ①
의 다음 이야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하려면,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했다.
남들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가는 것 같던데, 나는 이 답을 침대와 도서관에서 찾았다.
1) 침대
내가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기에는 불을 다 끄고 자려고 누운 침대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유치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나의 삶을 돌이켜봤다. 분명 그런 순간들 속에서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 되고 싶었던 모습들이 담겨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삶의 조각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내가 가장 재밌게 공부 했었던 시기였던 외고 입시 준비할 때, 원래 문과가서 경영학과 가려고 했었을 때, 고등학교때 생물에 빠졌어서 생명공학과 가려고 했던 때, 수학과 나와서 사교육 수학 강사 하려고 했었을 때, 수학과 경제학과 복전해서 증권가를 갈까 고민했던 때
(기껏해야 세네문장으로 썼지만, 이걸 고민하느라 새벽 세네시까지 잠못드는 날들이 3개월 가까이 지속됐다.)
나에겐 하고 싶은게 많아서 문제였지, 하고 싶은게 없어서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하하...
그리고 이 순간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키워드는 '호기심'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나의 일화를 말해보면,
고등학교때 마을버스 카드 대는 곳에 무슨 버튼이 있길래 '이게 뭐지?'하고 눌렀다. 그런데 그 버튼이 알고보니까 사람들 교통카드 찍은 영수증 같은거 여는 버튼이었고, 마을 버스에는 수 많은 영수증이 흩날렸다. 버스 땅바닥에 흩어진 영수증을 줍고 있으니까 버스 기사 아저씨가 화를 내셨다.
기사님 : 어이 학생!! 그걸 왜 눌러!! 커서 무슨 과학자 될거야???
나 : 아 죄송합니다 얼른 주울게요 ㅠㅠ 과..과학자는 잘 모르지만 이과이긴 합니다!!
(쓰고보니 이게 호기심이 많았다기 보다 그냥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기사님 제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공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
'나에게 항상 물음표를 던지고, 나는 그 속에서 느낌표를 찾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된다.
이런 일들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2) 도서관
나는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게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핸드폰을 두고 도서관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도서관은 따분한다. 바로 그 따분함이 포인트다. 따분함에 미칠 것 같은 순간에, 책이라도 읽어 볼까...? 라는 순간을 맞이한다. 싫어하는 독서지만, 그래도 이건 조금 읽을만 하네라고 눈길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관심 분야'다.
(사실 난 책 읽는걸 좋아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다.. ^^;;)
나 같은 경우에는 카지노 게임과 관련한 책이었다. 그때 집어든 책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이었는데,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생을 바쳤던 카지노 게임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했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수학과로 진학을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난 수학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수학과를 지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수학과 나오면 배고프다. 공대가 취업은 깡패다 라는 소리를 듣고 그냥 당연하게 기계공학과를 진학했다. 물론, 진학의 이유는 취업이 잘되서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계공학과에서 풀고자 하는 문제에 카지노 게임이라는 도구를 많이 사용해서 그래도 나름 재밌게 했었던 것 같다. 그게 바로 기계공학과를 그냥저냥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그렇게 현실과 이상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던 것은
'엔지니어 직무에서 수학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일을 해야겠다'였다.
(여기서 수학적이 적극적으로 쓰인다는 것은, 어떤 문제를 수식으로 modeling하여 그 해를 찾는 일을 의미한다.)
그렇게 나는
1) '나에게 항상 물음표를 던지고, 나는 그 속에서 느낌표를 찾는 일을 하겠다!'
2) '엔지니어 직무에서 수학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일을 해야겠다'
라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원칙을 정했다.
그래서 난 지금 무슨 일을 하나?
고민끝에 좋았던 첫 회사를 퇴사하고, 현재는 차량용 레이더에서 받은 신호로 주변 환경 인식 및 객체를 추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까 세운 원칙에 부합하는 일인 덕분에,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재밌게 일하다보니 이런저런 좋은 일들도 많이 생겼다.
(여담으로, 일을 정말 재밌게 하고 있을 때는 월급날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그저 놀면서 돈을 버는 기분이었다.) (물론 저 일을 하기까지 또 엄청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과정을 다 쓰면 글의 주제가 모호해질 것 같아 생략했다.)
28살에 던진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때 재밌어할까'라는 질문에 운좋게 답을 찾고, 그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 하는일에 더해서 차량에 직접적인 제어도 해보고 싶고, 레이더 신호를 라이다 혹은 카메라에 fusion하는걸 해보고 싶다.
어쩌면 인생이 무료해질 수 있는 35살의 나이에, 아직도 소년처럼 해보고 싶은 것과 궁금한 것 투성이라는 사실에 그 어떤 직업도 부럽지 않음을 느낀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대학교 때 MIT에서 박사를 하셨던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들과 MIT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알아?
너희들은 나중에 졸업하면 삼성 갈래요 현차 갈래요! 하잖아?
MIT 학생들은 공부하는 목적을 물어보면 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요, 지금도 굶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요! 이런다'
나는 그들처럼 원대하게 인류 문명을 위해 살지는 못한다. 다만,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말을 조금이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건 내가 그렇게 공부를 했던 건 삼성이나 현차에 취업하기 위함이 아니라는걸 카지노 게임는 것이다.
지금도 일과 병행하며 공부를 한다. 그 공부는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나아가 내 삶이 더욱 재밌어지게 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