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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Dec 12. 2021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그들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나의 공통점

공백은 공백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아이돌. 그 간극은 어느 정도의 거리일까? 지금의 아이돌을 떠올린다면 억만 광년쯤의 거리가 그려질지 모른다. 그런데 조금만 시간을 돌려보자. 지금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십 대이던 시대에도 TV 속엔 아이돌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십 대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듯 그 아이돌들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건만, 세상은 빠르게 잊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그들도 나도 그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세계에만 있는 게 당연한 양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사진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mamatheidol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진 광고 하나. 딱히 아이돌에 열광했던 십 대를 가진 것도 아니건만 나는 그 광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된 이들의 재도전 스토리. 다른 영역도 아니고 '아이돌'이란다. 사실 그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조금 속상했다. 멋지던 우리 시대의 아이돌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수식어에 갇혀있어서. 한 통으로 다 같이 한물간 그룹에 속해버린 것 같아서. 그렇지만 안다. 그게 현실이라는 걸. 꼭 카지노 게임 사이트여서가 아니다. 어찌 됐든 우리는 나이를 먹었고 다음 세대는 성장하고. 그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지 않았더라도 일어났을 일일 게다. 하지만 또 나는 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것들과, 그랬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녹슬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내가 그 프로그램을 챙겨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감정 이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궁금했을 뿐. 멋지던 그녀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게 궁금했다. 첫 번째 출연자로 주얼리의 박정아가 등장했다. 아이돌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음이 갔던 가수. 아이돌이 아니었어도 좋았겠다 싶게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 배우로 전향하고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랜만에 라이브로 듣는 그녀의 '슈퍼스타'는 감동이었다. 목소리는 여전했다. 긴장감이 느껴진 것만 빼면.


"그때와 똑같은 게 문제예요." 평가단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 코멘트를 듣는 순간 내 마음이 같이 무너졌다. 그때와 똑같은 게 문제다. 노래를 못한다고 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노래는 여전히 잘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하니까 연습하면, 지금의 스타일을 배우기만 하면, 그렇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이건 명백히 공백의 결과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기 때문에 가지게 된 그 공백의 결과.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늘 두려웠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2013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 동안 변했을 세계가 두려웠다. "당신이 능력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현역에 있을 때 이야기죠. 지금은 그때와 달라요. 세상도 다르고, 오랜 공백을 겪은 당신도 달라요." 그 현실이 그렇게나 두려웠다.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공백이 느껴진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억울하고 속상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코멘트를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느끼고 있었기에. 사실 누구보다 답답한 건 나 자신이었다. 뭐 하나 그때처럼 반짝반짝 처리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갔던 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래서 어쩌라고?" 소리 지를 수도 없다.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결국 비즈니스라는 세상 속에 다시 들어갈 수 없을 테니까.


내 마음속 최상급이던 그녀는 결국 노래 '중' 댄스 '중'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분들이 현실적으로 평가를 한 것이니 노력해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 한마디 뒤에 어떤 마음이 있을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예전처럼 잘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답답함을 알 것 같아서.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그래도 당장 채울 수는 없었던 그게 뭔지 알 것 같아서. 나는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담담히 말한다고 해서 담담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무대에 선 그들은 충분히 멋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중 앞에 면면이 드러내는 자리. 그건 나 같은 사람의 시작과는 다른 무게를 가질 테니까. 헤어진 남자 친구는 다시 찾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기억은 그대로 남기는 편이 더 좋으니까. 대중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된 스타가 십 년이 지나 다시 대중 앞에 선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때 높은 곳에 있었을수록 더더욱. 공백이 길어서 지금 내가 그때와 같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다면 더더 더욱.


회사를 다니던 시절 나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직장이 꽤나 괜찮은 곳이었기에 퇴사를 한 이후에도 꽤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현 직장이 아니고 전 직장일 뿐인데도, 어디에서 일했었다는 말 한마디로 눈빛이 달라지기도 하는 걸 사실 자주 느낀다. 그 시선의 차이 때문에 퇴사 후 한동안은 습관처럼 내 전 직장을 들먹었고, 그다음 시즌에는 지금의 내가 아닌 전 직장으로 평가받는 게 싫어서 강박적으로 전 직장을 숨겼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그저 내 과거의 편린으로 이력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전 직장의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일을 시작하려니 다시 그 그늘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두려움이 되어 나를 덮쳤다. '혹시 내가 잘 못하면 어쩌지? 지금 굳이 일을 해서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저 멋진 나만 기억해줄 텐데.'


사실 더 무서웠던 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었던 것도 같다. 나는 내가 사실은 내 생각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 역시 그냥 거기에 머물러서 믿고 싶었다. 10년 전의 내가 잘했으니 지금의 나도 분명 하기만 하면 잘하는 사람일 거라고. 그 가정에 엄청난 오류가 있다 해도 굳이 나서서 확인하지만 않으면 되는 일. 그런데 일을 시작하면 나는 마주해야만 한다. 지금의 내가 10년 전의 내가 아님을. 10년 전의 나는 10년 전의 나다. 지금의 나는 긴 공백을 가졌고 그때와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피하자. 다시 나를 평가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면 내 평가는 10년 전의 그것에 그대로 머무를 수 있다. 내 무의식이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라는 인간도 그러할진대, 대중 앞에 서는 그들에겐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러니 나는 그저 무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저 프로그램의 완벽한 타겟일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나는 믿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멋지게 해낼 것을. 내가 나를 믿으니까.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믿으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어떤 각오로 그 무대에 섰을지 알 것 같으니까. 저 재도전에 앞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했을 고민은 나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거웠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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