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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Jan 01. 2025

약속을 취소카지노 쿠폰 용기

상담일기-9회차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날. 나의 일정은 심리상담이었다. 관계에 대한 주제에서 대화가 계속되었다. 회사생활을 비롯, 무리생활을 버거워하는 나. 나의 불편함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누명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마뜩잖아하는 나에 대해서.


"나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적어도 확실한 건, 집단은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세상은 아부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아부하는 사람에게 밥이라도 한 끼 더 사주는 세상이죠."


"그럼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나보다 더 소극적이고, 더 고립적인 성향의 사람을 본 적 있어요? (네)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요? (편해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거예요. 먼저 다가가지 못하거나 적응에 오래 걸리는 건 그냥 나의 특성이라는 거예요. 좋다 나쁘다가 아니에요. 좋지 않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이고, 그걸 해결하면 많은 것들이 편해져요."


선생님의 말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했지만, 가슴속에는 여전히 회의감이 남아 있었다. 오만과 배신, 불신과 야합으로 이루어진 집단생활 속에서 나와 같은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밀려나게 되어 있다. 지금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겼지만, 따로 개최되는 저녁 친목 모임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회식이 잦은 연말에 나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약속을 줄줄이 취소하고 집에서 권태롭게 퍼져 있기만 했다. 보통 사람들처럼 맛집과 카페, 오락거리를 찾아다니고, 사교 활동을 즐기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닐만한 에너지가, 나에게는없었다.


"그래도 나는 억지로 끌려다니지 않고, 취소하네요? 약속을 취소카지노 쿠폰 것도 용기고, 힘이고, 에너지예요."


그 말에 오히려 선득했다.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용기라니, 힘을 아끼는 것도 힘이라니.세상의 한편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약속을 잡고모임을 도모카지노 쿠폰 이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끊임없이 일정을 카지노 쿠폰고, 만남을 무산시키는 이가 있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이 두 극단은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그 침묵이 가장 불편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각자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다르다. 그것은 흔하게 대치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사람이 있고, 말을 참는 것이 가장 어려운 사람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둘 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말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더 불안해요."


말 없는 사람이 보기에 말 많은 사람은 '인싸' 같고, 빠르게 적응하고, 사회와 원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말 많은 사람이 보기에 말 없는 사람은 별다른 노력도 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 같다. 말 없는 사람은 있어도 없어도 유령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중요도가 떨어지는 인물이 될 수는 있지만, 말 많은 사람은 쉼 없이 무언가를 벌이려고 하고, 그로 인해 더 구설수에 오르기 쉬우며, 끊임없는 불안 속에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사회에서 이 둘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만난다는 것이다. 묵묵히 들어주는 나는, 정반대의 그들에게 의외로 자주 호감을 사곤 다. 그들이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것이나는불편했다. 제멋대로 굴다가 선을 넘는 이들이 곳곳에서 출몰했다. 내가 할 일은, 그들이 나를 쉬운 수준에서 건드렸을 때 나도 쉬운 수준에서 받아치는 것이었다. 들도 나도 고급 단계로 진입하기 전에, 웃는 얼굴로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그 방면에 있어 나는 늘 낙제점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핵심.


참지 않기, 를 연습하기.


'내가 탐탁지 않아 하는 나'조차도, 그것이 '나를 탐탁지 않아 하는 나의 마음'인 걸 알아차리기.


나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보호하고 있는 중.




Q. 그런데 선생님, 하나만 더 여쭤보고 싶어요. 사실 어제도 항공 참사 뉴스를 보다가 2시간 밖에 못 잤어요. 정치 사회 뉴스를 계속 보다 보면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보지 않는 건 비겁하게 느껴져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이어가는 것에 때로는 죄책감을 느껴요. 슬퍼카지노 쿠폰 사람들이 이들을 바로 옆에 두고 웃는 것 같아요. 내가 좋은 패를 뽑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쁜 패를 뽑은 게 아닐까요. 물론 저도 알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걸.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그렇다 쳐요. 그런데 일상 곳곳에서 악마 같은 사람들을 만나요. 너무너무 많아요. 함부로 말카지노 쿠폰 자들. 말을 칼처럼 휘두르는 자들. 희생을 조롱카지노 쿠폰 자들이요.


A. 이런 일이 있을 때 안타깝고 슬프고 눈물이 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슬프고 불행하면, 세상은 무너져요.누군가 불행하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사람은 본래적으로 '나'의 슬픔에 가장 슬퍼합니다. 어떤 일에슬픔을 느끼는건,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수많은 나의 경험 때문일 수도 있어요. 분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역시, 함부로 대해진 적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자신이 겪은 세계 속에서만 살아갑니다. 또한 누군가의 일상이 완전하게 슬프고 불행하다고 내가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구호 활동이든 모금이든 무언가 도울 수는 있겠지만, 감히 내가 그들의 불행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그러니까, 내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슬픔에 반응했던 건 그저 내 슬픔이었을까. 아니, 늘 내 슬픔이었다. 나쁜 패를 뽑고 나락으로 떨어졌던수없이 많은 내 기억과, 가까운 이들의 불행을 섣불리 예단하고 나의 것으로 착각했던 어리석은 과거 때문이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자주 나를 이기적인 슬픔방치했다.


(나는 슬픔의 부자. 자린고비같이 축적해 온 내 슬픔의 곳간에서 귀신도 쉬었다 가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변을 걸었다. 평소와 달리 길 위에는 색색의 불빛이 낭자했다.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빨강…… 마치 내일의고명을 준비하고 있는 듯 요란한 한 해의 마지막 불빛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을 즐겁게 했다. 즐거움에 맞서지 않고, 즐거움을 받아들이기.거기에는 작은 빛에도 즐거워하는 내 마음이 있었다. 즐거움을 죄악시해 왔던 나의 편협한 세계 속에서 언제나 위악으로 감추어야 했던, 사소하고 연약한 순수함이. 나에게는 즐거움이 슬픔보다 더 연약했구나. 즐거운 것을 즐겁다 하니 즐거움이라는 걸림돌이 사라진다. 이토록 어렵사리 돌입한 無의 세계는 그러나, 평소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나의 구상具象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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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마지막날 일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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