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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난다는 것, 한 세계와의 조우

느리게 흐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의 발견

차를 마시는 자리는 언제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찻잎을 우리고, 우러난 차를 나눠 마시는 동안 말도 덜어지고, 호흡도 조용해진다. 올해 초 연휴 기간, 오랜만에 시간을 두고 앉았던 찻자리가 있었다. 차를 마시고 차담을 나누다 귀한마음으로 예정에 없던 차를 내어주신다고 팽주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차회에서는 흔한 일이니까. 그런데 동행한 다우가 문득 “어머, 근데 왜 이렇게 편하지?”라고 말하며,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를 바라봤다.

직선의 원목으로 짜인 구조였지만, 등이 닿는 부분에는 몸의 형태를 따라 미세하게 굴려진 곡선이 있었다. 만져보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디테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차회 내내 한 번도 자세를 고치거나 등을 기대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팽주의 자리는 모서리가 눈에 띄지 않게 둥글게 깎여 있었고, 끓인 물을 다시 데우거나 차판 위로 손을 뻗을 때도 그 곡선이 자연스럽게 동작을 안내하고 있었다. 작가님께 나중에 들으니 그 자리가 손님 자리였다고 했다.

표면 위로 드러난 곡선보다, 그 선이 만들어낸 비워진 구조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기능으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편하다’는 말은 자주 쓰지만, 그날의 편안함은 단순히 앉는 느낌 이상의 것이었다. 그 구조는 사용자의 자세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반응하며 공간의 리듬을 조율하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때 느낀 건 물성의 기교나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구조를 만든 사람이라면,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토록 궁금한 적이 있었나?

감각에서 사람으로

작품이 먼저, 사람이 나중이 되었다. 차회 끄트머리에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여러 번의 약속 조율 끝에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만나기도 전에 엄청난 임팩트로 다가 온 주인공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디자이너 박종선 작가다.

차회 때 내가 앉은 의자와 같은 작품, 측면의 세로 기울기가 인상적이다.

이미 작가의 작업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를 알고 나니 이렇게 간편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쉽지만, 쉬운 안내를 위해 이 방식을 택한다.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에 나오는 남궁현자 저택 대부분의 미장센을 채웠던 것이 박종선 작가의 작품들이다.

아무리 작업실을 다녀와 여러 차례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봐도, 내가 차회에서 직접 만지고 앉아 본 경험,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며 잠시나마 들여다본 그 세계에 대한 경험은 시각 경험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고백해야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의 호기심! 나의 호기심!

약속을 여러 번 조율하면서 일정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 흥미진진한 만남을 동행할 버디로, 나와 같은 층에서 작업실을 쓰고 있는 오랜 동료 D가 인연이 되었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다. 예상대로 흔쾌히 관심을 가져 준 그의 파란 브롱코를 타고 여행하듯 작가님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로 들어가니 공방과 안 공간 사이에 쇼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데, 안쪽에서 대화를 나누시는 것 같아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이미 내면에서 시작된 '우와...'의 감탄사.

이곳에 어떤 인연으로 와보게 되었는지, 자기소개들을 하며 펼쳐진 대화의 장이 나는 작가님의 작품만큼이나 귀했다. 작가님의 작업을 돕고 커뮤니케이션과 전반적인 것을 담당해 주시는 동료도 함께 자리해 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4인의 수다는 실로 대단했다. 나와 동료 D는 서로 흥이 폭발했음을 연달아 터지는 서로의 감탄사로 직감했다. "와, 이야… 크으…" 같은 짧은 감탄만이 오갔다. 단어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순간마다 터져 나왔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감흥들을 그런 미개한 언어 구성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복기하자니 그 만남을 글로 남기면서도 가장 아쉬운 일은 내가 당시 기자수첩, 하다못해 노트와 펜조차 들 생각을 못했다는 일이다. 말과 글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다 보니 그와의 대화 내내 단어를 고르고 사용하는 방식이 마치 목재를 고르는 것처럼 섬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지금도 그 귀한 재료들 중 하나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 글을 여러 번 고쳤다.)

자리한 작가님의 작업실은 온통 글감이어서, "엇, 작가님이 사이 홈은 뭐죠? 오.. 이건 왜 더 얇죠?"와 같은 우리의 앞뒤 없는 질문에 장황한 설명보다는 자신이 오래 바라본 것들, 오랫동안 곁에 둔 질문들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화법의 전환이 시간여행을 하는 듯 흥미로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드는 형태

그는 폐사지나 성물 같은 오래된 것들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폐사지(廢寺址): 한때 사찰이 있었지만 지금은 터만 남은 곳. 충주의 거돈사지처럼, 건물은 사라졌지만 탑과 돌기둥이 남아 구조만이 드러나는 자리.) 폐사지에 남은 곡선, 마모된 비석의 형태, 도면 없이 비율을 손으로 모형응 통해 조율해 보는 방식, 문이 없는 수납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구성. 보이지 않게 숨기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숨기는 구조.

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만든 후 일정 시간 자신이 만든 것을 다시 바라본다고 했다. 완성은 종료가 아니라 관찰의 시작이며, 그 시간 동안 여전히 괜찮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쓰임을 다한 것들이 사라진 이후에도, 형태의 감각은 공간에 남는다. 나는 그의 작업 방식이 떠올랐다. 무엇을 보이게 만들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괜찮은가를 묻는 방식이라니.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지를 가늠하게 되었다. 그는 단순히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형태가 왜 거기 있었는지를 묻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취해진 형태적 판단에 주목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이제 갈 채비를 마쳤는지, 두고 보는 일에 대해 상상해 봤다. 그에게 완성은 데드라인이 아니라, ‘이제 가도 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내적인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 판단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반복된 판단과 보류된 결정, 그리고 여백을 남기는 방식은 그의 작업에서도, 폐사지 같은 공간에서도 함께 느껴졌다. 나는 그 구조를 단순히 감상하지 않고, 그 판단을 만들어내는 시간의 밀도를 상상하게 되었다.

그의 작업 방식에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건 판단의 방식이었다. 그것은 미학의 기호가 아니라, 태도에 가까웠다. 명확히 정해놓은 답보다, 반복된 응시와 지연된 확정을 통해 비례와 균형을 좁혀가는 자세. ‘이 정도면 괜찮다’는 판단이 아니라, 기다려보는 방식. 그 말에서 나는 무언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 기술 이전에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형태보다 앞선 태도

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보기엔 단순하고 간결해 보였지만, 구조 속에는 반복된 판단과 세밀한 선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래 바라보며 다듬는 방식은 서예의 한 획을 남기기 전의 멈춤과도 닮아 있다.

그날의 대화 이후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만든다’는 말보다 ‘짓는다’는 표현에 더 동의하게 되었다. 짓는다는 건 단지 손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며 숙고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의 작업은 그러한 ‘짓는 태도’를 온전히 품고 있었고, 나는 그 감각의 구조를 하나의 사유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의 말 중 “앞으로의 작업은 결국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의 만남, 오래 남은 여운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와 함께 자리하느냐에 따라, 그날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날 D와 함께였기에 할 수 있었던 질문과 반응들, 감탄과 대화의 리듬이 있었다. 나는 서예라는 공통된 취향 덕분에 작가님과 다시 만날 일이 생길 것이다. 건축을 전공한 D와 동행하니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면서도 묘하게 겹치는 순간들이 새롭고 즐거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공명의 순간들이 모여, 결국 이 글을 장 만들듯 묵혀서라도 기어이 쓰게 만든 것이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비워둘 것인가’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공간은 남겨두는 것이다. 판단을 보류하는 구조, 사용자의 움직임을 허용하는 자리. 그날 내가 오래 앉아 있었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만남은, 내가 준비 중인 서예 전시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정'이라는 주제로 기획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영감이 되었다. 언젠가 한 번 더 마주해보고 싶은 사람, 함께 머물렀던 감각의 구조가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을 떠올리며 쓰는 글씨는, 어쩌면 그가 짓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나 역시 머무를 자리를 짓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