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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Apr 06. 2025

카지노 게임과 북클럽의 상관관계

이상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는데 온통 카지노 게임이야기뿐이다. 자고로 책이란 창백하고 깡마르고 병약한 소년 혹은 소녀가 창가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읽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놉. 전에는 책과 카지노 게임이 이렇게 함께 쓰일 일인가 싶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두 단어를 가지런히 나열하게 될 줄이야.


다른 북클럽은 어떤지 사실 잘 모른다. 그런데 내가 속한 북클럽은 다들 카지노 게임에 대한 책임감을 이고 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 책임감 부분에서는 조금 정확히 짚어줘야 하겠다.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지 실천에 옮기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이란 걸 생각해도 힘든 사람들이다. 실천은 어렵지만 우리는 말근육을 꿈꾸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카지노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대단한 복근의 소유자도 한 명은 있다. 진짜다.


그럼 처음부터 책을 읽으면서 카지노 게임을 같이 시작한 걸까? 돌이켜보면 그것도 아니다. 한 1년 차가 될 즈음부터 뭔가 집중력 얘기가 나왔던 건 같기는 하다.


그날은 조금만 책을 봐도 눈이 침침해진다거나, 집중력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 금방 책을 덮어버린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공감대가 최고조에이르렀다. 나만해도 눈이 지물지물 해져서 문장 읽다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그런 날이 잦아졌기도 했다. 그래? 그럼 어떻게든 노화를 늦춰봐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는 매우 옳은 주장이 펼쳐지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카지노 게임을 해보자라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같기도 하다.


카지노 게임인증하는 단체방도 만들어보고, 벌금도 내고, 대부분의 날은알람은 울리는데 죽을 만큼 일어나기 싫고, 카지노 게임은 가고 싶지만 너무 하기 싫은 그런 날의 반복이다. 심지어 너무 가기 싫은 날엔 카지노 게임을 하고 나서도 찌뿌둥한 적도 있었다. 그중 하루쯤은 내가 아닌 듯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뿌듯하게 출근하기도 한다. 이런 날은 1년 중 정말 딱 하루일 수도 있다.


훗날 우주대스타까지는 아니어도 멋진 작가가 되어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되겠지.

그래도 북클럽인데요?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게 되는 것이 수순이며 인지상정이거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하며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쓰는 대작가가 되고자 시작한 건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의 대답은 노! 난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하는 줄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하루키 씨)


이런 인터뷰를 할 날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질문을 받게 된다면 책을 읽다 보니 카지노 게임을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라는답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어떠하던 늙어서까지 책을 읽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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