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이중언어, 끊임없는 노출과 자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비록 지금은 Commercial Finance라는 팀의 팀장으로 재무팀에서 숫자를 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는 대학생 시절 정말 경영학을 싫어했다. 그건 내 전공이 체코슬로바키아어였기 때문만 아니라, 도통 손익이니 차변이니 대변이니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고, 하나의 언어로서 회계라는 언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영학이 반드시 회계를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고 마케팅이나, 인적자원관리, 생산관리 등도 공부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 경영학 원론 수업을 듣고 그 당시 회계에 대한 개념을 봤을 때 나는 절대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내향적인 나에게 수많은 조별과제를 요구했던 것도 굉장한 마이너스였고.
부전공까지 러시아어를 선택하며 대학교 내내 언어에만 공부에 몰두하며 학사과정을 꽉 채웠을 때 누가 지금의 내가 회사의 손익과, 매출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지금도 여전히 언젠가는 다시 언어에 대한 공부를 할 것이라는 꿈은 잃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대학교 졸업 후 한국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그리고 러시아어 구사자가 되었다.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거의 비슷한 언어였고, 러시아어 또한 슬라브어권이니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실질적으로는 한국어 / 슬라브어권 구사자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빈말로라도 잘한다고는 얘기할 수 없었다. 당시 졸업 때 제출했던 토익 성적도 820점이었나 그랬으니까.
처음 체코에 있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회사 현지법인에 생산관리팀으로 취업했을 때도, 거기서 근무하시던 한국 분들이 체코인들과 간단한 인사말 말고는 모두 카지노 가입 쿠폰로 소통하실 때, 나는 혼자서 그들과 체코어로만 소통했다.
당연히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를 체코어만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때문에 가끔은 주재원 분들에게서 ‘이거 내가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지금 나 욕하는 거지?’ 하고 핀잔주셨던 일도 적잖이 있었다. 심할 때는 사무실에서 한국인과 같이 회의할 때는 무조건 카지노 가입 쿠폰를 쓰라는 통제도 내려오고 그랬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도 나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란 여전히 TO부정사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는 수준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삶에서 급성장한 시기는 아무래도 체코에서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고 미국계 회사에 취직하고부터였다. 본사가 미국에 있다 보니 회사의 공식언어는 당연히 카지노 가입 쿠폰였고, 일본이나 태국 지사에 있는 현지 동료들, 인도에 있는 IT서비스팀과 대화할 때, 시차가 뒤집힌 브라질 법인과 통화할 때, 모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써야만 하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매년 카지노 가입 쿠폰성적이 근무평가와 승진자격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OPIC시험을 필수로 봤어야 했는데, 첫해 성적이 IM2가 나오고 나 스스로도 정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등한시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는 약간 충격을 받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는데, 체코어는 굳이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 놓고 다시 번역시킬 필요가 없이 한 의미를 두고 체코어와 한국어 간의 변환에 거의 차이가 없는, 일종의 이음동의어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게 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런 답답함을 깨준 것은 아내를 만나고부터였다.
아내는 우크라이나 사람으로, 동남부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를 기본으로 할 수 있었고, 카지노 가입 쿠폰통번역학과를 전공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를 꽤 유창하게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KPOP에 빠진 동양문화를 동경해 한국어도 당시엔 일부 구사할 수 있는 편이었고.
아내와 나는 처음 연락할 때부터 그러나 카지노 가입 쿠폰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당시 내가 러시아어를 그렇게까지 잘하지는 않았고, 체코어는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를 쓰는 게 서로를 이해하기 편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여담으로, 우리는 서로가 친해진 이후에 각자의 언어를 꽤 유창한 수준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지금까지도 죽 둘 사이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주로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다. 나도, 아내도 서로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 솔직히 학생들처럼 얘기하는 걸로 들려서 이미 성인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들리기 때문에).
아내를 만난 지 벌써 8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가 일상 1 언어가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솔직히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하루 종일 굳이 한국어를 쓰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한국어 간의 변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중언어화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모어는 한국어고, 글을 쓸 때도 한국어가 가장 편하지만, 적어도 한국어와 카지노 가입 쿠폰 간의 어휘량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일 어휘에 대해서는 지연이 없게 된 셈이다.
회사에서도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는데 전환이 빠른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내 경험상 언어는 아래 두 가지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추후 다루겠지만 자연스럽게 내 가족은 삼중언어에 노출되어 있다. 자식들은 선천적으로 다중언어를 받아들이겠지만, 이미 성인이 된 나는 내가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던 배경은 절대적으로 탄탄한 한국어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어나, 외국어나 서로 번역되기 쉽지 않은 미세한 뉘앙스 차이를 갖는 단어는 있을지언정, 초월번역이라는 말도 있듯이 모어가 풍부하면 어차피 다른 언어를 모어로 이해해야 하는 후천적 언어습득의 특성상 좀 더 빠르게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다른 외국어를 이중언어화시키고 싶다면, 자신의 주변 환경에 어떻게든 그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으로는 그 언어를 쓰는 화자를 친구로 만드는 일이겠고, 그게 아니라면 최근 발달된 AI와 대화한다든지, 그 언어의 대중매체를 접한다든지의 방법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언어는 늘 수 없다. 나도 지금 다시 체코어 영상이나 글을 읽으면 신기하게도 여전히 기억은 나지만, 체코어를 지금 다시 유창하게 하라고 하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언어는 휘발성이기에, 일정 시기까지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나는 지금 이 글에도 얼마나 많은 비문이 있을지를 짐작하기 어렵다. 단순히 맞춤법 검사에서야 어떻게든 통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장의 구조라든지를 놓고 보면 분명 수많은 비문이 존재할 것이다. 즉,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모어지만 문법적으로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
외국어 또한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분명 잘한다고 알려진 직원이었는데 다른 팀원들 앞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 쓰기를 꺼리는 직원들이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 이유가 더 잘하는 사람이 듣고 저게 뭐냐고 비웃을까 봐, 또는 내가 틀리게 말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외국인 당사자하고만 얘기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나는 보통 그런 직원들 앞에서 진짜로 잘하고 싶으면 틀릴 용기를 가져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서 용기를 독려해주려고 하곤 한다. 당연히,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틀리게 말할 것이고, 심지어 모국어도 틀리게 말하지만 그게 틀린 줄 모를 뿐이다. 나는 국가 외교관계도 아니고, 틀려도 괜찮다, 틀리면 다시 말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항상 외국어를 쓰고 있다. 그건 틀림없이 내가 현재 이중언어를 가능하게 해 준 또 다른 원천일 것이다.
아마 내가 언젠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또다시 나의 이중언어는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지금 이중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를 당신의 세상에 초대하자.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그는 당신의 친구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