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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Mar 18. 2025

09. 육지라이프


“나 서울 좀 가야겠는데.”


어느새 12월 한 겨울을 앞 둔 어느 날, 무료 카지노 게임 희주에게 전화했다. 그리고는 대뜸, 서울에 올라오겠다는 말을 했다.


“서울에? 놀러?”

“예전에 서울에서 아는 형이랑 같이 하던 공방이 있는데, 그걸 좀 처분해야해서 서울에 얼마간 가 있어야 할 것 같아.”

“공방? 그런 게 있었어?”

“그래. 니네 집 몇 평이냐? 나 잘 공간은 있지?”


훅 들어오는 무료 카지노 게임 말에 희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 희주가 제주도에 갈 때 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집에 가서 잔 것과 다를 게 없는데도 그가 서울 집에 온다는 말은 뭔가 설렜다.


“바닥에 요 하나 깔아줄게. 와서 청소랑 요리도 좀 하고.”

“뭐래는 거야. 주소 찍어줘. 다음주에 간다.”


희주는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재헌에게 집주소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침대 크기와 이불 사이즈 등을 살펴보았다. 슈퍼싱글 사이즈의 침대와 이불을 물끄러미 보다 희주는 쿠팡으로 킹사이즈의 토퍼와 이불을 주문했다. 오롯이 희주 혼자만의 공간에 그가 들어 오는 것도 상상이 되지 않았고 서울에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 모습은 더더욱 상상이 되지 않았다.


“오 ~ 서울에서 보니까 다르네~ ”


희주가 공항까지 마중 나가겠다고 했지만 재헌은 혼자 역까지 오겠다고 했고, 희주는 홍대입구역 앞에서 재헌을 기다렸다. 늘 제주에서 톱밥을 뒤집어쓴 재헌만 봤던 희주이기에,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 지 희주는 기대하며 들떴다.


하지만 홍대입구역에서 올라오는 재헌을 보고 희주는 웃지 못했다. 12월인데도 재헌은 반바지에 짧은 패딩 점퍼를 입고 백팩 하나를 등에 멘 채 나타났다. 패딩 점퍼는 제대로 털지 못했는지 톱밥의 흔적들이 붙어있었고, 반바지 역시 늘 보던 그 바지였다. 하필이면 올라온 날도 금요일 저녁이라 홍대에 데이트를 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과 무료 카지노 게임 옷차림이 비교되었다. 차려 입은 사람들 속 얼룩덜룩한 반바지를 입고 서있는 모습이 참 재헌다우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이라고 희주는 생각했다. 제주에 있었을 땐 자유로워 보였던 옷차림이 서울 홍대와는 마치 어색한 합성처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오빠도 서울에서 보니까 좀 달라보이네.”


하지만 희주는 별 말 하지 않고 웃으며 재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연남동 숲길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 신축 오피스텔 13층으로 올라갔다. 번호키를 누르고 희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번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 잠시 멈칫했다.


“뭐해? 들어와.”

“어. 집 좋네~ 가시나 성공했네~”


멈칫 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이내 현관을 들어와 가방을 문 앞에 툭 던졌다. 연남동이 한 눈에 보이는 통 창을 가진 희주의 원룸은 넓직한 편이었고, 창문 옆에는 화이트톤의 침대와 스탠드형 TV가 있었다. 그리고 침대 아래에 곱게 개어진 토퍼와 이불이 보였다.


“내가 침대에서 자면 되나?”

“뭐래, 오빠는 저거야. 저 토퍼랑 이불.”

“나 침대 아니면 못 자.”

“오빠 침대 매트리스보다 저 토퍼가 더 비쌀걸.”


그래도 침대랑 바닥이랑 같나, 라며 무료 카지노 게임 혼자 중얼거렸다. 희주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볼을 살짝 만져주고는 다시 재헌의 손을 잡았다.


“짐 놓고 나가서 저녁 먹자. 요기 근처에 맛있는 횟집 있어.”

“지금 막 제주도에서 올라온 사람한테 회를 먹자니 .. 다른 육지 음식 없나.”

“그럼 뭐 … 피자?”

“막걸리집 없나?”

“무슨 막걸리를 이렇게 좋아해 … 그래 가자. ”


여전히 툴툴대는 무료 카지노 게임 손을 잡고 희주가 끌었다. 잠깐 반바지를 갈아 입힐까 생각했지만 그가 들을 리 없다는 생각에 그냥 가게로 향했다. 동네 막걸리 집에서 해물파전과 장수막걸리를 마셨고, 편의점에 들려 맥주 몇 캔을 더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맥주를 마시면서 희주는 공방에 대해 물었지만 재헌은 예전에 알던 형과 하던 거라며 나중에 설명해주겠다고 했고 희주 역시 더 묻지 않았다.


새벽쯤 되어서 무료 카지노 게임 토퍼를 깔았고, 희주는 냉큼 침대 위로 올라갔다. 토퍼 위에 누운 무료 카지노 게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희주를 바라보았고, 희주는 모른 척 이불로 온 몸을 감싸 안았다. 재헌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은 채 눈으로 희주를 계속 바라보았고, 희주와 눈이 마주치자 손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춥다.”


보일러를 얼마나 틀었는데, 희주는 재헌의 말에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못이기는 척 침대를 내려와 재헌의 옆에 누웠다. 무료 카지노 게임 팔을 뻗어 팔베개를 해주었고 두 사람은 꼭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 서로를 탐지하듯 긴장과 터질듯한 설렘으로 가득 찼던 제주 컨테이너의 첫날 밤과는 전혀 다른, 그저 안고 있는 품이 따뜻하기만 한 느낌의 서울 첫날 밤이었다.


"우와, 엄청 크네?"

"나 서울 있을 땐 꽤 괜찮았어."


다음날 희주는 재헌을 따라 공방 자리에 갔다. 희주네 집에서 5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방은 생각보다 컸다. 재헌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짐들을 정리했고 그 모습이 제법 사장님 같아 보여 희주는 살짝 웃었다. 잠시 후 누군가 공방으로 들어와 재헌과 인사를 했다. 재헌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희주는 두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져 공방을 둘러보았다. 이 공방을 정리하면 돈이 꽤 될 것 같은데 제주에서 제대로 된 공방을 하려는 걸까, 왜 여기를 두고 제주로 떠나왔을까, 희주는 처음으로 서울에서의 무료 카지노 게임 모습이 궁금해졌다.


“공방 꽤 커보이던데 … 왜 제주도로 내려간거야?”


공방을 다 정리한 후 무료 카지노 게임은 옛날 단골집이었다며 백반집으로 희주를 이끌었다. 몇 가지 반찬과 김치찌개가 나오는 백반이 차려지고, 몇 술을 뜬 후 희주가 슬쩍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물었다. 희주와 달리 벌써 반 공기 이상을 다 먹어가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입 안에 잔뜩 밥을 넣은 채 대충 대답했다.


“장사 안되니까 내려갔지. “

“안에 예쁜 샘플 가구도 많고 그렇던데.”

“… 첨엔 좀 됐는데 뭐 경기 나쁘고 그러니까 금방 매출이 줄더라고. 돈이 없어지니까 진짜 형 같던 사람도 변하고. 내가 무식하다 보니까 돈 관리는 형이 다 했는데, 내가 아무리 무식해도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아는데 뭘 자꾸 빼돌리더라고. 그러다 싸우고 감정 상하고,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나왔어. 따로 하자고. 그러다 보니까 뭐 제주도가 일도 많고 하다고 해서 내려갔지.”

“아까 그 사람이 돈 빼돌린 거야, 그럼? 근데 그렇게 착하게 인사 했어?”

“아까 그 사람은 그 형 동생. 그 형은 지금 어딨는지 몰라.”


재헌은 이렇게 중요한 말도 툭 내뱉고는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말하는 것을 보며 분명 더 많은 일이 있었고, 더 상처받는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희주는 생각했다. 희주는 조용히 무료 카지노 게임 말을 들으며 계란말이 하나를 무료 카지노 게임 밥 위에 올려주었다.


“고생했겠네. 힘들었겠어.”


희주가 올려준 계란말이를 재헌은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입에 넣어 먹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이 없는 재헌을 보며 희주도 남은 밥을 먹었다. 언젠가는 좀 더 이야기해주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두 사람은 연남동으로 넘어와 같이 마트에 가서 장을 봤고, 무료 카지노 게임 저녁을 요리했다.


"뭐야, 오빠 요리를 왜 이렇게 잘해?"

"혼자 산 게 몇년인데. 이 정도는 그냥 하지."

"근데 제주도에서는 왜 한번도 안해줬어?"

“제주 집은 요리 하기엔 톱밥이 너무 많았잖아. 그러니까 안했지.”


서울에서 살 땐 요리를 자주 했다더니 집에 돌아와 무료 카지노 게임 해준 요리들은 모두 수준급이었다. 이것저것 다 때려 넣고 끓여준 감자 짜글이는 소주 안주로 기가 막혀서 진짜 가게에서 팔아도 되는 맛이라고 희주는 극찬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게 소주 두 병과 함께 꿈 같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출근 길, 희주는 출근하기 전 현관에 서서 아직 잠들어 있는 재헌을 바라봤다. 자신의 집에서 누워 코를 골며 자는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뭔가 비현실적인 풍경. 하지만 그 풍경이 제법 마음에 들어서 희주는 씩 웃고는 출근에 나섰다. 이런 월요일의 시작도 나쁘지 않네.


[말도 없이 나갔네. 몇 시쯤 퇴근하는데.]


오후 1시 쯤 이제야 잠에서 깬 건지 무료 카지노 게임 메시지를 보냈다. 더 비현실적인 메시지를. 희주는 이게 정말 박무료 카지노 게임 보낸 게 맞나,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고 약간의 설렘을 꾹꾹 눌러 담아 답장을 보냈다.


[6시 반 퇴근. 집에 가면 7시쯤?]

[알았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설레는지. 희주는 재헌의 메시지를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집에서 퇴근하는 나를 조신하게 기다리는 남자라니. 그게 제주도 망나니 박무료 카지노 게임라니. 몇 달 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장면들에 희주는 계속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리 뒤 편에서 선영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아주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뭐야? 밥 해 놓은 거야??”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따뜻한 밥 냄새에 희주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계란 말이를 하고 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뒤를 돌아보며 뒤집개를 흔들었고 희주는 그 모습에 더 놀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얼른 옷 갈아입고 손 씻고 와. 딱 맞춰서 다 해놨다."


계란말이를 끝낸 무료 카지노 게임 밥 그릇을 들고 말했다. 식탁 위에는 어제 남은 감자 짜글이가 김치찌개로 변신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계란말이와 스팸까지 구워 올라와 있었다.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에 희주는 놀라워 하며 욕실로 향했다. 손을 씻으며 보니 세면대 위에 놓인 2개의 칫솔이 낯설지만 귀엽게 느껴졌다. 낯설지만 행복한 이 느낌. 이대로 쭉 무료 카지노 게임 서울에 있는 것도 괜찮겠다고, 희주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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