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시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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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Mar 05. 2025

가지치기

나무는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없다

그냥 태양이 내리는 곳으로

어린아이처럼

기어코 담장을 넘었다

끝끝내 손을 뻗어 햇빛을 움켜쥔다.


나의 것이기를

온전히내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

담장 안에 너를 가두고 싶다.


난 가차 없이

앙상한 뼈마디에

톱질을 하고

나무를 흔들어 댄다.


마지막, 아쉬움으로

나무는

엉거주춤

매달려보지만

나는 참 냉혈하기만 해


나무는

후두득

야릇한 단말마를 내지르고

땅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팔들을

나는 모른 척했다.


자라지 않기를

떠나지 않기를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우겨볼까


나무는 빈 몽뚱이 하나로

바람에 끄덕거렸다


사랑은 소유일 수도 있겠지

나는 속으로 조용히 이야기했다.

나무는 알았다고

묵묵히 내 곁에 서있다.


잘라내고 우기고

잘라내어도 버티는

사랑이란 게

그렇게 불러도 되는 것인지


나는

누구에게

톱날을

드러내며

마음을

잘라내지 않았을까

무섭고 두려워졌다.


나무 같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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