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맥퀸이 하늘나라로 간 해에 나는 영국에 처음 도착했다. 그리고 몇 년 뒤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던 난 맥퀸이 일생동안 만들었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유학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맥퀸의 패션쇼를 보고 영국에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맥퀸의 전시회는 유일하게 뉴욕과 내가 있는 런던에서 개최된다고 했다. 하굣길 튜브스테이션의 터널의 광고 판에서도 맥퀸의 전시회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영국으로 처음 오던 날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밤늦게 도착했다. 바로 다음날 테이트 모던에 방문했다. 테이트모던 서점의 패션 섹션에 우연히 한국에서부터 사고 싶었던 맥퀸의 책이 있었다. 이 책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산 책이다. 책의 겉표지는 맥퀸의 얼굴과 맥퀸의 상징인 해골형상으로 바뀌는 홀로그램으로 디자인되어있다. 맥퀸다운 디자인이었다. 지금 보면 맥퀸이 구사했던 디자인은 콘셉트가 명확한 디자인 들이었다. 그때는 패션을 처음으로 접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콘셉트가 확실히 드러난 맥퀸의 디자인이 나를 감동시켰다. 하지만 패션을 공부해 갈수록 콘셉트를 강하게 안 들어 내도 소재와 디테일, 실루엣으로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맥퀸의 전시는 V&A 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다. 티캣의 가격은 싼 편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전시회였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맥퀸 생전에 이루었던 업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었던 쇼피스들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코트부터 그리고 쇼에 봤던 구조물과 장식들도 볼 수 있었다.
어떤 방은 벽면이 온통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사방을 돌아보며 관람을 했다. 내가 처음 보고 반했던 패션쇼의 쇼피스와 패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쇼까지 볼 수 있었다.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쇼를 보고 처음으로 패션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쇼의 의상과 액세서리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전시회를 관람한 후 언제 또열릴지 모를전시회라고생각하여 또다시 방문했었다. 전시회장의 모든 작품들을 눈과 마음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가 열정으로 남긴 작품은 세상에 남아있다. 사람들에 의해 천재라고 불리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단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작품에 모든 생명력을 쏟아 놓고 하늘 떠나버린 것일까?그 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나의 큰 꿈 었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에 나의 마음을 불태워 식지 않은 동기 부여를 만들어 줬던 맥퀸대신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것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