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179) <서촌에서 근대를 거닐다
카지노 게임 추천품의 크기가 가격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재료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니 작업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크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우리는 안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한 듯 붓질 몇 번으로 쓱쓱 그려낸 작은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화가의 번뜩이는 기량과 만만치 않은 감각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내 미술 스승이신 황정수 선생의 연구실은 일일이 세기도 힘든 수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품에 점령돼 있다.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안다. 일단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여간 쉽지가 않다. 행여 액자를 밟기라도 하면 어쩌나 까치발로 조심조심 빈 땅을 찾아 디뎌야 한다. 갈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어떤 작품이 있나 보곤 하는데, 선생이 수십 년에 걸쳐 사서 모은 카지노 게임 추천품 가운데 내가 본 건 빙산의 일각, 그 일각의 또 일각에 불과하리라.
선생이 모은 것 중에는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심지어 가족조차도 본 적이 없는 미공개작이 수두룩하다. 6·25 전쟁을 전후해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행을 선택한 탓에 현재 전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겨우 두서너 점에 불과한 월북화가들의 희귀작도 여럿이다. 어떤 작품은 미술을 좀 안다는 사람도 그 화가의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다른 화가의 이름으로 작품을 산 뒤 선생이 바로 잡은 일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카지노 게임 추천품을 사고팔며 갈고 닦은 식견이고 안목이다.
그리하여 10년 넘게 선생을 만나 온 나조차 당최 그 전모를 알 길이 없었던 소장품 일부가 처음으로 대거 전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바야흐로 나들이의 계절 봄이 아닌가. 경복궁의 서쪽 출입문인 영추문(迎秋門) 길 건너 모퉁이 옆 건물 2층에 ‘아트스페이스 월인’이라는 공간이 새로 생겼다. 이곳에서 황정수 선생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다른 몇몇 소장가의 애장품을 모아 선보이는 소장품 기획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서촌에서 근대를 거닐다.
전시품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박수근의 목판화 석 점을 비롯해 이인성의 선면화 <선유도, 글과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어우러진 구본웅의 <빈자떡, 김환기의 항공우편 봉투, 이승만의 <세종대왕 삽화, 백영수와 박고석의 삽화, 최영림의 카지노 게임 추천, 배운성의 <최승희 장고춤 목판화, 김세용과 박영선과 손일봉과 이제창과 임직순의 유화, 김중현과 박영선이 부산 피란 시절에 그린 카지노 게임 추천, 심형구의 <덕수궁에서 본 성공회 성당, 정말조의 채색화 <소녀, 정현웅과 이팔찬의 수묵화 <금강산, 배동신의 수채화, 유강렬의 <항해 동판화, 임신의 수묵화 <강아지, 이응노의 <은진미륵, 권진규의 인물 조각 두 점, 그리고 건축가 김수근의 인물 드로잉 두 점.
그냥 쓱 한 번 훑어만 봐도 동공에 지진이 절로 일어날 만큼 입이 딱 벌어진다. 심지어 이것 말고도 다른 좋은 작품이 더 있다. 그중에서도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카지노 게임 추천은 천경자가 종이에 먹으로 그린 <거울 보는 여인이다.
딱 엽서만 한 크기의 작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실로 놀라웠다. 가까이 가서 보면 와, 하고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손바닥만큼 작은 화면에 먹으로 붓질 몇 번 했을 뿐인데, 저 여인의 눈빛에 도대체 저토록 깊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무척 탐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예전에 카지노 게임 추천이 몹시도 갖고 싶었던 어떤 이가 상당한 액수에 카지노 게임 추천을 넘겨달라고 했다는데, 절대 팔 수 없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는 황정수 선생의 설명을 들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좋은 작품이 워낙 많아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렵지만, 또 하나 내 마음에 쏙 든 건 백영수 화백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어떤 연재물의 삽화로 보이는 세 컷 짜리 드로잉인데, 첫 번째 컷에 그린 소녀의 은은한 미소에 그만 흠뻑 반해버렸다. 펜과 크레용으로 어찌 저런 표정을 그려낼 수 있는가 싶어 감탄이 일어났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화가의 미망인도 처음 보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며 도대체 이런 걸 어디서 구했냐고 놀라워했다고. 어떤 물건은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최영림이 하드보드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여인의 꿈, 자애로운 부처님의 넉넉한 미소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응노의 수묵담채화 <은진미륵도 참 좋다. 사람을 그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두 화가의 카지노 게임 추천에 담긴 표정이 어쩜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그 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지나 창가 쪽에 권진규의 인물 조각 두 점이 놓여 있다. 사진으로는 상당히 커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뜻밖에 아주 작다. 그런데도 권진규 조각이 뿜어내는 기운은 그대로였다. 이번 전시 포스터 이미지를 장식했다.
2주 가까이 전시를 못 봤더니 금단현상이 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왠지 자꾸만 불안해졌다. 전시회에 다니는 일이 먹고 싸고 자는 일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는데, 그걸 억지로 눌러놓고 있었으니. 황정수 선생을 뵌 지도 어느덧 10년. 그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면서 선생이 그동안 애지중지 모아온 귀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이런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근현대 미술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