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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작가 May 01.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조르바가 된 어느 날

미니은퇴 첫 번째 실험 - 무료 카지노 게임 감각여행(1)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미니은퇴 1탄으로 떠난 유럽 감각 여행은 꿀맛 같았다.
나는 여행을 가면 쇼핑보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같은 곳을 가더라도 늘 볼거리가 풍성했고, 만족도도 높았다. 유럽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미니은퇴’라는 이름을 붙이고 떠난 여행에서 나는 온몸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아들 없이 남편과 단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제 아들은 대학생이 되어 멀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랜만에 부부만의 여행이었기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때, 심지어 굶고 싶을 때도 나를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둘째, 일을 완전히 내려놓고 떠난 여행이었다. 이전에는 늘 프로젝트 도중 잠깐 짬을 내 떠났기 때문에, 일하다 말고 공항으로 달려가 몸을 실었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공항에서 곧장 사무실로 출근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로젝트 종료와 다음 프로젝트 시작 사이의 짧은 틈을 비집고 다녀온 여행이었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여행, 말 그대로 난생처음의 ‘자유’였다.




미니은퇴라는 아이디어는 50대가 되면서 구체화했지만, 사실 나의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훨씬 이전부터 해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계기는 40대 초반얼덜결에 떠났던 무료 카지노 게임 여행이다.

그 무렵 나는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평소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일에 몰두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복잡한 인간관계로 유독 힘들었다. 점차 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하다가 나도 모르게 심하게 과몰입했고, 어느 날 보니 2주 가까이 식사를 한 기억조차 없었다.


이상 징후는 가족이 먼저 알아차렸다. 초등학생 아들은 “엄마, 밥 좀 먹어야겠다. 요즘 너무 말랐어.”라 했고, 남편은 “너 좀 쉬어야 해. 안되겠다, 여행 가자.”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신나게 응했을 테지만, 당시엔 “나 못 갈 것 같아. 일은 어떻게 하고…”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머릿속은 일도 가득찬 것에 비례해서아이를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도가득했다. 학교는? 대회 준비는? 학원 보강은? 그러자 남편이 결국 “이혼할래, 여행 갈래?”라는 말을 꺼냈다. 진심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내가 위험해 보였던 것이다.


결국 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고객사에도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다녀오라는 답을 받았다. 이미 이때는 내 열정과 성실함에 대해 미안해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첫 일주일 동안은 계속 메일을 열어보고, 카톡을 확인하며 프로젝트를 걱정했다. 몸은 유럽에 있었지만 머리는 사무실에 있었다.

여행 2주 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는 데 자그마치 일주일 이상 걸린 것이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그제서야 유럽의 하늘과 땅과 건물이 보였다.

그때의 유럽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일’에 대한 집착, 아이를 잘 챙겨야 한다는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설사 내가 중요한 사람일지라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아이 역시 반드시 오늘 해야 할 공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세상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또 하나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유럽에서 계단이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며 ‘나이 들어서도 여행을 다니려면 무엇보다 튼튼한 두 다리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돈은 적게 있으면 적게 있는 대로 즐기면 되지만, 아무리 럭셔리 여행을 가도 다리가 불편하면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다. 유럽 노인들이 반바지를 입고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도 편안한 복장으로 다른 도움 없이 내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미니은퇴 시리즈에 ‘운동’이 추가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미니은퇴 여행지는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이었다. 은퇴 이후엔 한 도시에서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 싶지만, 우리 부부의 성향상 아직은 체력이 닿는 만큼 여러 경험을 하는 여행이 잘 맞는다. 기본적인 동선과 숙소, 교통편만 계획하고 나머지는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지나다 흥미로운 장소가 보이면 들어가 보고, 현지인 식당을 찾아다녔으며, 때로는 비상용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여행을 다니며 책에서 봤던 이야기들의 의미가 점차 선명해졌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원없이 본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생활 곳곳에 스며 있었고, 그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앞에 집중하며 감각을 열어두니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나는 고유명사에 약한 편이라 장소마다 메모를 해두었고, 호텔에 돌아오면 간단한 소감을 덧붙였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 동안 도시와 자연이 주는 감각 자극은 너무도 풍요로워 저녁만 되면 곯아떨어졌다. 여행 후엔 기억을 하나씩 꺼내 블로그에 정리하고, 그곳에서 가졌던 궁금증들을 책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그렇게 또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준비 한 달, 여행 한 달, 정리하는 데 또 한 달. 나는 결국 석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한 셈이었다. 나선형처럼 유럽의 역사와 문화가 내 안에서 자라났다.


‘카르페 디엠’은 오늘에 집중하라는 라틴어다.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세계를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처럼
이번 여행에서 나는 조르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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