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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작가 May 08. 2025

검은 눈물을 흘리는 도시, 카지노 게임

미니은퇴 첫 번째 실험 - 유럽 감각여행(2)

첫 번째 미니은퇴 테마를 유럽 여행으로 정한 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네 나라의 여러 도시들을 하나씩 들러보기로 했다. 이 나라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다녀온 모든 유럽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곳을 한 군데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독일의 카지노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카지노 게임은 대개 체코 프라하에서 하루 일정으로 잠깐 들르는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남편이 일정에 카지노 게임을 넣을지 말지 물었을 때, 마침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에서 카지노 게임을 특별히 다루었던 것이 생각나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카지노 게임은 독일 후방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군사시설도 없는 도시였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1945년 2월, 연합군의 대규모 융단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 ‘독일의 피렌체’였던 이곳은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사망자만 20만 명을 넘겼다. 전쟁 후 동독에 편입된 카지노 게임은 공산정권 하에 복구가 지지부진했고, 오랜 기간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로 방치됐다.


1989년 독일 통일 이후 작센 주 정부는 장기적인 복원 계획을 수립했고, 현재까지도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대부분의 핵심 유산이 많이 복원되었지만, 츠빙거 궁전의 정원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폭격 이후 동독 시절 지어진 일부 사회주의 양식의 건물은 역사적 의미 때문에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


이미 몇몇 아름다운 도시에서 눈호강을 한 뒤라 카지노 게임에서는 그저 아픈 역사의 단면을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마주하니, 이전까지 보았던 유럽 도시들은 모두 잊히고 카지노 게임의 상흔만이 가슴과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과거와 현재, 파괴와 재생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검게 그을린 건물들을 보며, 눈이 시린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프라하가 나풀거리는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봄처녀라면, 카지노 게임은 검은 상복을 입은 미망인같았다.

기차 시간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지만, 도시 전체가 주는 자극이 워낙 강렬했기에 오히려 시간을 들였어도 더 돌아보기엔 벅찼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몇 시간 머물렀다고 카지노 게임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막상 와보니 일주일 내내 머물러도 부족할 듯했다. 겉모습만 훑는다고 ‘가봤다’ 말할 수 없는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카지노 게임이었다.


카지노 게임은 구시가(알트슈타트)와 신시가(노이슈타트)로 나뉜다. 우리는 당일치기 일정이다 보니 카지노 게임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구시가지만 다녀왔다. 구시가지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충분한 거리다 보니 일부 관광객들은 가볍게 훑을 경우 2~3시간이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최소 1박은 필요해 보였다. 낮뿐 아니라 밤의 카지노 게임도 궁금했다. 이후 이어지는 여행에서도 카지노 게임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엘베 강의 자연경관으로 인해 ‘작센 스위스’라 불리고, 문화유산이 풍부해 ‘독일의 피렌체’라 불리던 카지노 게임. 그 모든 것이 한때 파괴되었고, 이제는 재생된 이 도시를 바라보며 인근에서 여전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떠올랐다. 한쪽에서는 파괴와 살상이, 또 한쪽에서는 재건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눈과 귀를 가린 채 셔터를 누르며 관광하고 있다. 슬며시 떠오르는 죄의식은 모른채 하고말이다.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 카지노 게임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2시간 반을 달리면 도착한다. 기차는 독일 국경을 넘으며 창밖으로 아름다운 독일 마을과 자연을 보여주었다.


카지노 게임에 도착 전까지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만 상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완전히 폭격당한 도시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역에 도착하자,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의 역이 펼쳐졌다. 구시가지까지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길, 감각적인 건물들,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즐비했다.

카지노 게임

우리가 향한 곳은 카지노 게임의 구시가지. 구글 지도에서 ‘프라우엔 성당’을 목적지로 찍고 방향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카지노 게임 구시가지를 걷기 시작했다.

유럽의 매력 중 하나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다. 곡선형 길을 따라 건물들이 틈 없이 촘촘히 붙어 있다 보니 길과 길이 만날 때, 다른 방향으로 휘어진 길로 인해 또 다른 건물들이 켜켜이 겹쳐 보이며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은 달랐다. 시원해도 너무 시원한, 넓고 뻥 뚫린 길이다. 마치 강남 도심처럼 반듯한 도로가 펼쳐져 있고, 그 길을 따라 커다랗고 웅장하면서 섬세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유럽의 화려하고 화사한 색은 볼 수가 없고, 연탄재를 뒤집어쓴 듯, 검은 잉크를 흘린 듯, 검게 그을린 벽돌 사이로 금색 장식들이 반짝였고, 도시 전체는 마치 거대한 장송곡 같았다.


과거를 복구했다고 했는데 길은 왜 이렇게 현대식인가 했더니, 동독 시절 공산주의자들이 원래 있던 돌길을 훼손하고 직선 도로를 낸 결과였다. 건물은 복구해도 길은 복구하기 힘들다더니, 눈으로 보니 알겠다.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우리의 오래된 길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 이유를 이제야 마음으로 이해했다.


알트마르크트 광장으로 들어서니 공사 중이다. 중세 시대부터 카지노 게임의 중심지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아름다운 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노이마르크트 광장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예쁜 소품과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가득했다. 하나하나 얼마나 예쁘게 꾸며 놓았던지 아주 혼을 쏙 빼놓는다. 배가 출출해서 소시지 빵 하나를 사서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먹었는데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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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들 뒤로는 18세기 바로크 건축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성모교회를 뜻하는 프라우엔 성당이 있고, 성당 앞에는 마틴 루터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 성당은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통일 이후 여러 국가의 도움을 받아 2005년에 복원되었다. 프라우엔 성당은 전쟁 때 서로 싸웠던 인근 국가들이 모두 힘을 모아 복구했기 때문에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워낙 인상적인 건물이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 성당은 65만 발의 소이탄으로 인해 내부 고열을 버티지 못하고 돔이 폭발하면서 완전히 붕괴하게 된다. 성당은 고온으로 녹아내리고, 검게 그을린 수천 조각의 돌무더기로 변해 버렸다.


이후 동독 정부는 재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까맣게 변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며 보관하였고, 언젠가 이 파편을 모아 성당을 재건할 때 사용할 날을 꿈꾸었다. 이 돌들은 평화의 상징이 되어 공산주의 붕괴, 독일의 통일로 가는 인권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카지노 게임 성당을 보면 군데군데 까만 벽돌이 보인다. 바로 이 돌들이 시민들이 보관한 잔해를 재사용한 것으로, 자그마치 3,800여 개에 이른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었는데 도대체 이 돌들을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 주었는지 신기했는데,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도 모았다. 그 사진에는 전쟁 전, 카지노 게임 주민들의 행복했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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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월의 흔적이 없는 깨끗한 벽 사이에 보이는 검은 돌들을 보며 카지노 게임 시민들의 마음을 상상해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공습을 받고 도시가 쑥대밭이 되면서 그들이 사랑하던 성당이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곳은 일요일이면 예배를 드렸을 테고, 결혼식 날에는 신랑 신부를 축하해 줬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성당이 무너졌을 때 절망감은 하늘을 뒤덮었던 공습 비행기보다 더 어둡지 않았을까.

무너진 성당 잔해 속에서 돌덩어리를 하나씩, 둘씩 가지고 와 언젠가 성당 재건을 하겠다는 마음은 평화로웠던 과거에 대한 진한 그리움일 것이다. 마침내 재건된 성당에서 소중히 간직한 돌들이 제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폭격으로 땅속에 묻힌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다시금 그리워했을 것 같다.


카지노 게임을 떠나기 전, 못내 아쉬워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 아래,

도시는 아직도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했다.


복구는 되었지만

아픔은 여전히 살아 있는 불에 탄 건물들,

돌아가고 싶어도 이제는 사라진 돌길,

전쟁 중에도 평화 속에서도 유유히 흐르는 엘베강.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기억해야 할 슬픔’을 건넨다.


카지노 게임을 추억하며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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