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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Jan 16. 2023

미궁 6/10

스릴러 단편선

2.

‘그날’은 형 태윤이 고등학교 3학년, 세윤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해 여름이었다. 엄마가 실종된 지 3년째 되는 해였고, 3년이라는 엄마의 공백보다도 더 처참하게 가정이 무너져가는 해이기도 했다. 새벽마다 인력 사무소에 나가 일당으로 돈을 벌어오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그마저도 술에 취하면 공치기 일쑤였고, 심지어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가 일을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정말 말 그대로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되면 형 태윤이 학교 대신 인력 사무소에 나서기도 했는데, 세윤은 그럴 때마다 형의 행동이 같잖았다. 밥이야 며칠 굶으라면 굶으면 된다. 어차피 카지노 게임 사이트란 작자도 술만 퍼마시며 살 수는 없으니, 자신이 견디기 힘들면 기어서라도 일은 나갈 것이다. 형이 먼저 나서서 설치는 바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더 늘어져 있고, 형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간주하며 청승을 떠는 것이다.


날로 쇠약해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그때쯤 태윤에게는 함부로 손찌검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160을 겨우 넘기는 작은 키는 굽은 어깨 탓에 더 왜소해 보였다. 근육은 물론이고 지방도 거의 다 빠져나간 사지는 오직 술병을 들 정도의 근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새벽마다 인력 사무소에 가본들 소득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늘어지고 검게 그을린 피부, 술독이 올라 탁한 낯빛, 제때 치료받지 못해 듬성듬성 빠진 치아까지. 이제 집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아들은 없었다. 태윤과 세윤은 다만 처치 곤란의 오물 덩어리를 바라보듯 할 뿐이었다.


술에 취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온갖 욕지거리를 퍼부을 때도 태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몇 번 칼부림도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형 태윤은 너무나도 손쉽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손목을 꺾어 칼을 뺏었다. 주말이면 태윤은 도서관에 공부하러 갔고, 집에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세윤 둘 뿐이었다. 세윤은 형이 도서관에서 빌려다 준 컴퓨터 관련 책을 읽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두통약을 털어 넣듯 소주를 마셨다. 몇 시간이 지나도 대화는 없었다.


키는 컸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큼 왜소했던 세윤은 종종 만취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표적이 되었다.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린다거나, 앉아있는 세윤을 발로 걷어찬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가끔 등을 칼끝으로 쿡쿡 찌르기도 했는데, 세윤이 읽고 있던 책으로 머리를 내려찍으면 다시 비굴한 눈빛으로 지린내 나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세윤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언제 죽여도 상관없는 존재였고, 태윤은 언제 죽일까 고민되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날’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세윤의 손에 죽어야 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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