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단편선
“아, 술도 못하는 새끼가 퍼마실 때 알아봤다. 으이그…”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정 무렵의 골목길, 세윤을 등에 업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괜히 소리를 높였다. 간간이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TV 화면 불빛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혹시 모를 누구든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태윤의 허리께는 서서히 축축해지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느낌이 좋았다. 체온을 머금은 피가 옷에 스미고, 곧이어 겨울 한기에 식어 등줄기에 싸늘하게 퍼지는 느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술 취한 동생을 업고 집으로 향하는 곰살궂은 형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스스로가 우습기도, 한편으론 이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언젠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오늘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세윤은 가계의 꽤 괜찮은 캐시카우였으니까.
집으로 들어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윤의 옷은 모두 벗겨 화장실 욕조에 눕힌 뒤 가만히 내려다봤다. 야위고 희멀건 몸이었다. 팔다리는 가늘고 길었고 목 아래에서 양쪽 어깨로 쭉 뻗은 쇄골이 선명했다. 왼쪽 아랫배 부근에 난 네 군데의 자상 자국을 제외하면 방금 씻긴 몸인 듯 말끔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득 아버지의 몸을 표백해 사지를 늘리면 꼭 이런 모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다 내가 죽였어야 했는데, 이 새끼가 선수를 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종종 세윤이 아버지를 묻은 곳에 가서 담배를 피우다 오곤 했다. 물론 아버지만 보러 간 건 아니었다. 뒷산 곳곳에 있는 엄마를 보러 간 김에 가끔 들렀을 뿐이다. 엄마의 머리, 엄마의 양팔, 엄마의 다리, 엄마의 가슴…. 아버지가 묻힌 곳 옆 등걸에 앉을 때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윤을 떠올렸다.
‘세상 치밀한 척하면서, 제일 허술한 새끼라니까. 어떻게 몸통을 안 자르고 통째로 묻을 생각을 했지? 멍청한 새끼.’
태윤은 욕조에 누인 세윤, 주검이 된 세윤을 보면서도 다시금 똑같은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형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는 착각, 손바닥만 한 과도로 형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만용, 이 빌어먹을 가족 중에 자신만이 유능한 살인자라는 교만. 세윤의 모든 것이 허술하고 우스웠다. 10분쯤 전, 세윤이 기괴한 표정으로 과도를 들이밀며 달려들자마자 태윤은 옆으로 몸을 피하면서 세윤을 땅으로 메쳤다. 특별히 유도나 합기도를 배운 적은 없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힘이 센 태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바닥에 등으로 떨어진 세윤이 순간 호흡이 막히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윤은 과도를 뺏어 들고 세윤의 배를 찔렀다.
“야, 술 좀 작작 마시랬제? 지 몸도 못 가눌 만큼 마시면 어떡하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른손으로는 세윤의 배를 찌르면서도 왼손으로는 세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걱정과 질타가 섞인 형의 표정을 하며 자연스러운 연극을 이어갔다. 이런 류의 연극은 태윤에게는 일상이었다. 사실 학교든 회사든, 태윤에게는 모두 연극 무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몸을 일으키면서 가까스로 의식을 붙잡고 있는 세윤의 오른쪽 턱을 뒤꿈치로 내려찍었다. 그 즉시 세윤의 신음도 호흡도 멈췄다. 피가 바닥에 묻지 않도록,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윤의 바지를 상의 위로 겹쳐 올리고 빠르게 등에 업었다. 그리고 목격자 없는 길을 걸어 집에 들어온 것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윤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인간으로 자랄지 눈에 빤히 보였다. 곤충이건 동물이건 죽이거나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세윤은 꽤 괜찮은 파트너였다. 다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알고 있는 사실을 세윤은 모르는 듯했다. 사람들은 어리숙한 인간을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무시한다는 것을, 무시당하는 인간은 쉽게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세윤이 자신이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숨길 줄 모른다는 점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늘 한심스러웠다. 금방 들킬 텐데, 그러면 이 즐거움을 오래 누리지 못할 텐데, 그러다 언젠가 내 손에 죽을 수도 있는데.
물론 그것이 오늘일 줄, 태윤은 몰랐다. 몰랐기에 아쉬웠다. 살인은 게임보다 짜릿했지만, 게임처럼 죽은 캐릭터를 되살릴 순 없으니까. 이제 누굴 죽여야 하나. 퍼뜩 떠오른 얼굴은 회사의 박 대리였으나 태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 새낀 아직이고, 우선은 이 새끼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익숙하고 태연하게 세윤의 시체를 해체하고 뼈와 살을 분리했다. 취기는 세윤을 업은 직후에 이미 다 날아갔으나 세윤의 기다란 몸이 잘게 토막 나고, 저며질수록 태윤의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뒷산 곳곳에 동생을 누일 곳을 상상해 보는 일은 즐겁기까지 했다. 뒷산은 태윤에게 자신만의 보물찾기 숲이었다. 동생이 망쳐놓은 아버지의 자리를 제외하고도 엄마와, 어릴 적 짝사랑했던 옆집 누나와, 자신을 왕따시키려 했던 병석이 집의 개새끼와, 사람 손을 잘 따르는 길고양이와, 그리고 이제 동생 세윤까지. 사건의 진상을 알고자 했던 세상 사람들을 상대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만의 게임판을 만드는 일종의 조물주였고, 게임은 매번 태윤의 승리였다.
동틀 녘이 되어서야 세윤은 20L 종량제 봉투에 들어갈 크기로 소분되었다. 전날 과음한 데다가 한숨도 자지 못했음에도 태윤은 딱히 피곤하지 않았다. 작업 마무리 즈음엔 콧노래로 요즘 듣는 걸 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잠깐의 휴식, 정확히는 복귀할 시간은 필요했다. 밤새 살인을 즐기던 사이코패스의 모습에서, 멀쩡한 사회인의 모습으로 복귀할 시간. 세간에서는 그걸 소시오패스라고 불렀던가. ‘입만 살아있는 것들은 꼭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니까.’라는 생각에 태윤의 콧노래는 종종 코웃음이 되곤 했다. 태윤은 우선 소분된 세윤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며칠에 나눠 뒷산 곳곳에 매장할 계획이었다.
‘박 대리님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 어제 회식 때 너무 과음했던지 장염이 심해 새벽에 급히 응급실에 왔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전 반차만 쓰고 오후에 출근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박 대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옷을 모두 벗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제 휘파람을 불며 샤워기로 몸에 묻은 세윤의 피를 씻어냈다. 세면대에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세윤은 사회인으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장염을 앓았던 사람의 표정, 죄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다 괜찮다는 듯 웃는 표정까지. 그러다 세윤이 마지막에 보였던 표정이 떠올랐다. 윗입술을 뒤집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던 세윤의 표정을 따라 해보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분이 더러워져 금방 관뒀다. 새삼 세윤을 죽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래 참은 소변을 누고서 변기의 물을 내렸다. 감자채처럼 얇게 잘린 세윤의 귀가 거리낌 없이 변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