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9/10
스릴러 단편선
5.
카지노 게임 추천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쉬웠다. 세윤이 이미 위치 추적 어플을 설치해두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세윤은 휴대폰 사진을 인화하고 곰곰이 계획을 세웠다. 맨정신에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뗄 수도 있다. 때마침 회식이니 취중에 카지노 게임 추천을 떠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세윤은 색다른 설렘을 느꼈다. 먹잇감을 유인하고, 속이고, 죽이는 일련의 과정이 세윤에게는 흥미로웠다.
라면이 익는 동안 세윤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는 카지노 게임 추천,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보는 카지노 게임 추천, 자신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소스라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살려달라고 울고 비는 카지노 게임 추천. 오히려 ‘니 마음 다 이해한다. 나라도 아버지 죽였을 거야. 그러니까 죄책감 갖지 말고, 우리 둘이 가슴에 묻고 살아가자.’ 따위의 말로 또 형 노릇을 하려고 들까? 그런 상상에 이르자 세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고양이가 쥐 사정을 봐주는 것도 우습지만, 쥐가 고양이를 달래는 꼴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밤 10시를 넘기자 세윤도 외출 준비에 나섰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위치가 3번째 바뀌었으니, 이제 회식도 끝날 때가 된 것이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인화한 사진과 플라스틱 덮개가 있는 과도를 외투 주머니에 담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위치 근처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나하게 취한 카지노 게임 추천의 무리가 이자카야 가게 앞으로 쏟아졌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이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고, 세윤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 카지노 게임 추천이 개찰구 앞까지 갔다가 다시 화장실로 향할 때, 세윤은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기 앞 벽에 사진을 붙인 뒤 대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세윤의 예상대로 카지노 게임 추천은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급히 바지를 내리고서 소변을 누기 시작했다. 세윤은 문틈으로 세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몸을 부르르 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세윤이 붙여둔 사진을 보는 듯 목을 앞으로 쭉 뺐다. 소변 줄기가 멈춘 후로도 카지노 게임 추천이 가만히 서서 사진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세윤의 확신은 점점 짙어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화장실에서 나간 뒤, 세윤도 뒤이어 사진을 챙겨 나갔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지하철 막차를 탔다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내려서 집으로 향하는 길. 유난히 어둡고 조용한 주거지 골목으로 들어서자, 세윤은 넌지시 말을 건넸다.
“행님, 요즘 뒷산에 안 간 지 좀 됐제?”
“그렇지. 나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었고… 산에 안 가서 답답해서 나왔나?”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무슨 고민 있나?”
세윤은 다시 입을 닫고 몇 발자국 걷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을 힐끗 돌아봤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손으로 바람을 막고 있었다. 말보로 레드였다. 세윤은 설렘을 넘어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으나, 실룩이는 입꼬리를 누르며 물었다.
“행님, 근데 산에 갈 때마다 내 데리고 가는 지름길 중에 나무들 벌목한 데 기억하나? 원래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는데 산불 예방한다고 나무들 싹 다 벌목했던 데. 행님이 거기 자주 갔었다아이가. 벌목하기 전에 아빠가 우리 끌고 가서 팼던 데.”
카지노 게임 추천은 담배에 불이 잘 붙지 않는지, 연신 라이터를 켜댔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 장소는 당연히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시도만에 겨우 불을 붙인 카지노 게임 추천은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이 커지고 동공이 또렷해졌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둔 담배를 차마 입으로 가져가지도 못한 채, 카지노 게임 추천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세윤은 곧 희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더 이상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상태였다. 윗입술이 뒤집어져 잇몸이 훤히 드러나는 표정. 오른쪽 주머니 속에서 덮개가 분리된 과도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면서, 세윤은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