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이사 가는 날이다
살날이 산날보다 반에 반에 반토막 났으니
필요한 것들이 별로 없다
옷가지 몇 벌, 그릇 몇 개면 될 뿐
평생 애지중지 모아논 욕심들을 보따리에 싼다
일톤 트럭 하나는 될 것 같다
욕망덩어리들은 버릴 시간이다
이것들을 싸안고 살았으니 生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거웠을까
후련해지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나의 평생들이여 잘 가거라
동남아로 가든 아프리카로 가든
가서잘 살거라
이제 텅 빈 방에서 살리라
벗고 살리라
남은 세월은 虛하게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