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희복 Dec 09. 2024

카지노 게임는 접어둬

[엽편소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왔으니 돌아갈 때도 그 상태 그대로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적 맥락과 관계들이 이미 한 생명의 태초에서부터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결벽스럽게 고집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가장 힘들면서도 어쩌면 가장 가볍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일 수도 있다고 위로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능할 거라 망상에 젖어있곤 했다. 그러다 그를 발견한 것이다.


매일 카지노 게임 같은 시간을 산책하는 사람을 우연히 따라다닌다. 그의 걸음걸이에 새로운 삶의 집착을 느꼈고 그가 바라보는 찬 공기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살금 거리며 그가 남긴 발자국을 밟으며 그가 카지노 게임에 흘리는 가장 신선한 그의 체취를 쏘다니는 일이 일종의 기쁨이다. 코는 말초적인 기관이다.


카지노 게임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특정한 카지노 게임 시간에 일어나 앉았다. 여명으로 드러나는 세상의 깨어남을 같이 하게 되는 경이를 맞는 일은 그를 천천히 따라가는 것만큼이나 매일을 새롭게 살게 하는 일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그의 걸음에 가슴이 뛰는지, 붉게 번지는 여명에 집착하게 된 건지 이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있기에 카지노 게임은 매일 내게 이어지고 그러다 그가 어떻게 걷는지 눈여겨보며 가슴에 담는거다. 구름처럼 겅중거리며 천천히 시간을 음미하는 사람, 정말 구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 오렌지색의 여명이 산의 실루엣을 타고 넘실 거리면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향해 한참을 서 있다. 눈을 감고 있는 걸까.


하나의 카지노 게임 색깔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더 크게 뜨고 눈물을 그렁이며 아쉬워했던 나는 눈을 감아도 여명이 똑같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눈을 조용히 감으니 더 짙게 몰아치는 채도 낮은 색깔들이 내 마음을 잘 보라는 것 같았다. 꾹 더 힘을 주었다.


눈을 떴을 때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가 내 앞에 와 서 있었다. 흐리게 퍼지는 오렌지와 핑크의 하늘이 이상하게도 와글거리며 내 머리 위에 휘도는 것 같았다. 낄낄대는 것도 같고 놀리는 것도 같고 축복하는 것처럼 보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동행이 되었다. 길에서 만나 길을 걷는다. 따로 혼자였다가 같이 혼자가 된다. 사적인 거리를 따뜻하게 공유하게 되면서 알게 된 건 두 사람이 원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그가 나를 바라며 카지노 게임을 나섰을까. 나는 그가 나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멀치감치 소리 없이 걸었었다. 길을 비춰주는 등대라 여기며 그를 따라 내 시간을 채웠다. 그는 나를 별이라 불렀다. 그를 따라오는 카지노 게임 별의 존재가 하루를 시작하는 기대였다고 했다.


마치 운명이라 여기도록 짜인 각본 같았다. 무던히도 사람의 거리를 재면서 살다가 내 덫에 내가 걸린 것 같았다. 이런 순간을 기다렸던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물리적 거리가 되었다. 카지노 게임를 하지 않았어도 그게 사랑이라 믿었었다. 그런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